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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리셋 Sep 10. 2024

자신의 방식대로, 그게 가장 멋져

아들 어린이집에서 열린 운동회는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아들과 함께 교회로 가는 길, 차 안에서 어제 있었던 일들을 나누며 자연스럽게 달리기 이야기가 나왔다. 아들이 아들 그룹에서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는데, 달리면서 자꾸 좌우를 살피며 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속으로 ‘다음엔 옆을 보지 말고 앞만 보고 뛰면 더 빨리 달릴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 이야기를 아들에게 꺼냈다. “어제 보니까 자꾸 옆 사람들을 보면서 뛰더라. 다음에는 옆을 신경 쓰지 말고 앞만 보고 뛰면 더 빨리 달릴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하며 조언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 운동회 영상을 다시 보니 다른 면에서 아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출발 준비 단계에서 다른 아이들은 두리번거리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보였지만, 아들은 마치 경주에 나온 선수처럼 준비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몸을 구부리고 출발 신호를 기다리며 집중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특히 옆에 있던 친구들이 아들의 자세를 힐끔 보더니 따라 하려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출발 신호가 울리자, 아들은 바로 뛰어나갔고, 그 덕분에 가장 먼저 결승선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반면, 다른 아이들은 아들을 보고 있느라 출발이 늦어 결국 뒤처지고 말았다.

그 영상을 다시 보면서 나는 깨달았다. 나는 아들이 달리면서 좌우를 살피는 것만 지적했지만, 사실 아들이 출발 전에 얼마나 준비를 잘했고 집중했는지를 놓치고 있었다. 아들은 단순히 달리기만 잘한 게 아니라, 끝까지 자기 페이스대로 경기를 펼친 것이었다.


아들과 그 이야기를 나누며 나는 아들에게 정말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그러자 아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뜻밖의 말을 했다. “다른 사람들 거 따라 해도 멋지지 않아. 그냥 자기 방식대로 하면 돼.” 그 순간, 아들의 말이 나에게 큰 가르침처럼 다가왔다. 우리는 흔히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방식이 더 나아 보일 때가 많다. 하지만 진정으로 멋진 것은 남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대로 해내는 것이다. 아들이 자기 방식대로 해내는 모습이 정말 멋졌다.


아들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맞아, 자신의 방식대로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글을 쓰면서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 고민할 때가 많았는데, 아들의 말이 마치 나에게 오늘의 메시지를 던져준 것 같았다. “고맙다, 아들아. 덕분에 오늘 글 쓸 수 있겠다”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우리는 삶에서 다른 사람들을 지나치게 의식할 때가 많다. 옆을 보며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 신경 쓰고 그들을 따라 하려 하며, 혹시라도 나만 뒤처지지 않을까 불안해한다. 하지만 아들이 말한 것처럼, 남을 따라 한다고 해서 멋져 보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기만의 방식대로, 남이 아닌 나 자신을 기준으로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멋이 아닐까.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내 길을 걸어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과 자유를 느끼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도 글을 쓸 때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신경 쓴 적이 많았다. 내 글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사람들이 좋아할지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하고 싶은 말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맞추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보다도 내가 정말 좋아하고 편안하게 느끼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커졌다. 남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하기보다는, 내 마음을 솔직하게 담아, 단 한 사람에게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는 것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쓸 때, 글을 쓰는 과정도 훨씬 더 즐겁고 보람 있게 느껴진다.


이것은 글쓰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우리는 남의 눈치를 보고,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살다 보면 결국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잊게 될 때가 많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편안해하는 것들을 찾아가며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나만의 방식이 생기고, 그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깨닫는다.


사람은 모두 다르고, 마음도 쉽게 변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 생각이 바뀌는 게 인간이다. 마치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으려다가 옆 사람이 먹는 짬뽕을 보고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 주문을 바꿨다가, 다시 짜장면을 시키지 않은 걸 후회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더더욱 남의 방식을 따라 할 필요가 없다. 내 방식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아들 덕분에 나는 중요한 교훈을 배웠다. 고맙다, 아들아. 오늘도 너를 통해 내가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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