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들 어린이집에서 체육대회가 열렸다. 내가 체육대회라는 이름의 행사에 참가해 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학생 시절부터 사회인이 된 지금까지 수많은 대회와 운동회에 참여했었다. 그러나 이번 체육대회는 그 어느 때보다 특별했다. 부모로서 처음 맞이하는 행사였기 때문이다. 체육대회라고 해서 아침 일찍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돗자리를 챙기며 집을 나섰다. 길을 걷다 보니 같은 유니폼을 입은 가족들이 눈에 띄었다. 그들과 함께 가고 있는 길이 맞다는 확신이 들었다. 묘하게 안심이 되면서 설레는 마음이 점점 더 커졌다.
체육대회 장소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친구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우리도 빈자리를 찾아 돗자리를 펼치고 앉았다. 곳곳에서 인사를 나누는 소리, 준비를 마친 아이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그 뒤에 흐르는 음악이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곧 사회자의 유쾌한 진행으로 대회가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대회가 시작되자마자 에너지가 폭발한 듯 뛰어다니고, 부모들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응원했다. 나도 자연스레 같은 마음이 되었다.
경기 하나하나가 진행될 때마다 부모들은 자녀를 향해 큰 소리로 응원했다. 결과에 상관없이 "잘했어", "정말 대단해!"라는 말들이 끊이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며 '부모의 사랑은 정말 대단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그런 사랑을 받으며 자랐고, 그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부모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응원이 내 성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건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모든 아이들도 각자의 부모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존재다. 그 생각을 하니 '정말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구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모든 사람은 누군가에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바쁘게 살다 보면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그리고 남들이 얼마나 귀중한지를 잊고 살 때가 많다. 하지만 오늘 체육대회를 통해 다시 한번 깨달았다. 우리는 서로를 소중히 여기고, 함부로 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이건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한 번쯤 되새겨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행사가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오늘 예약해 둔 학습지 선생님 방문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에게 꺼냈다. "오늘 학습지 선생님이 오시는데, 영어나 한글 배우고 싶니?" 하고 물었다. 아이는 내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그럼! 배우고 싶지!"라고 대답했다. 순간, 놀라기도 하고, 약간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우리 부부는 한글이나 영어 같은 학습은 서두르지 않고,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서 자연스럽게 배우게 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 나이에는 마음껏 뛰어놀면서 체력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믿었는데, 아이는 이미 배우고 싶어 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조금 당황스러웠다.
아이는 이어서 말했다. "어린이집에서 선생님들이 영어나 한글 수업을 할 때, 다른 애들은 문제가 나오기도 전에 답을 맞히는데, 나는 그럴 때마다 답답해. 내가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져."
그 말을 듣고 나는 깜짝 놀랐다. 아이가 스스로 뒤처진다고 느끼며,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니. 우리는 이 나이에 맞는 자유로움을 주려고 했을 뿐인데, 아이는 이미 다른 아이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결핍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실에 마음 아팠다.
그 순간, 문득 나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때가 떠올랐다. 회사에서 실적이 저조하거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할 때, 나 역시 종종 이런 기분을 느끼곤 한다. 다른 동료들이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성과를 올릴 때마다, 나는 왠지 초라해지고 불안해진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남들에게 필요한 사람일까?'라는 생각에 빠져들며,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느끼곤 한다. 그런데 아이가 벌써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아이와 나는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는 안다. 이 감정은 비교에서 온다는 것을. 우리는 서로의 기준을 자신에게 들이대며 끊임없이 평가하고, 그 안에서 자신을 낮게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진정 중요한 것은 남과의 비교가 아니라, 그 순간의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학습이나 지식의 양이 아니라,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남들과의 비교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는 마음이다. 그것이 부모가 가르쳐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나도 아이와 함께 그 사랑을 배우며, 부모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해 나가는 중이다. 결국, 아이의 성장은 나의 성장과 다르지 않다. 이 아이가 앞으로 살아가며 만나게 될 수많은 도전 속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잃지 않고 빛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가치를 잃지 않고, 늘 아이와 함께 배우며 나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