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이 끝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섰다. 그런데 집 앞에 가지런히 정리된 신발들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피곤함이 가셨다. 한눈에 봐도 아들이 정리했음을 알 수 있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스스로 신발을 정리한 그 작은 손길이 내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신발을 벗으며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이 정리했구나. 너무 깔끔하게 잘 정리했네." 내가 건넨 칭찬에 아들은 TV를 보느라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그것이 중요하지는 않았다. 그 작은 행동 하나가 나에게 위로와 감동이 되었다.
사실, 그날 나는 무척이나 지쳐 있었다. 계속되는 전시회 일정으로 피로가 누적된 상태였다. 그런데 신발을 정리한 작은 손길을 떠올리니 모든 걱정과 스트레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일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새 힘이 생기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저녁을 먹고 집안일을 마친 후 침대에 누워 금세 잠들어버렸다. 평소 같으면 피곤해도 여러 생각에 잠을 잘 못 잤을 텐데, 그날은 아들의 작은 행동 덕분인지 마음이 편안해져서 그런 생각들이 사라진 건지 잠을 잘 잤다.
새벽에 잠에서 깨어 다 쓰지 못한 글을 마무리하고 운동을 나가려 집을 나서는 길에 다시 정리된 신발들을 보았다. 그때 또 한 번 기분이 좋아졌다. 아들의 작은 손길로 정리된 신발들이 나에게 다시금 행복을 전해주었다. 신발 한 켤레 한 켤레를 정리하며 자기만의 규칙을 세워가며 노력했을 아들이 귀여웠고, 그 모습을 상상하니 웃음이 났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도 신발은 그 상태로 있었다. 그 장면이 눈에 들어오자 그냥 지나치기엔 아까워 사진을 찍었다. 그 순간,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새삼 깨달았다. 작은 일이었지만, 그 작은 행동이 나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살아가면서 나는 항상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쓰며 살아가고 있다.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를 성장시키려 노력도 해왔다. 하지만 그런 노력들이 가끔은 나에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 남들과의 비교에서 오는 불안감,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기대가 나를 지치게 했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성공을 향해 가는 길이 꼭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그날, 아들이 신발을 정리한 작은 행동이 나를 다시 돌아보게 했다. 성장과 발전도 중요하지만 일상 속 작은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꼈다. 요즘 나는 그런 순간들을 자주 놓치고 살았다. 신발을 정리한 아들의 손길처럼 내 일상에도 작은 행복들이 숨겨져 있었다.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그것들이 모여 내 하루를 빛나게 해주고 있었다.
나는 너무 많은 것에 얽매여 남들의 시선과 기대에 맞추느라 내가 진짜 원하는 걸 놓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날, 작은 일들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다시 알게 되었다.
물론 삶에서 성취와 발전은 중요하다. 나 역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 과정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있는 상황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을 놓치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큰 목표에만 집착하다 보면 일상 속 작은 행복들을 쉽게 지나치게 된다. 아들이 신발을 정리한 것처럼, 사소한 일 속에서도 행복을 찾고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힘들 때는 그 속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을 찾고 잘 될 때는 그 순간을 충분히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게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크고 거창한 성취만이 행복을 주는 게 아니라, 일상의 작은 순간들이 나에게 큰 행복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알게 해주는 일이었다. 아들이 정리해 놓은 신발을 보며 내가 일상 속에서 놓치고 있던 행복의 조각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다시 한번 느꼈다.
소소한 순간들이 기쁨을 준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진정한 행복의 시작일 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그 작은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더 소중하게 바라보는 삶을 살아가자. 결국 우리가 찾는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내 옆에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