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에 하는 고민들

요즘 나는 이직을 고민하며, 퇴근 후를 더 진지하게 살고 있다

by 레실

요즘 나는 자주 이직을 생각한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빠른 고민처럼 보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아직 배부른 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고민은 단순히 회사를 옮기고 싶다는 마음이라기보다,
지금의 일이 과연 나를 성장시키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됐다.

솔직히 말하면, 현재의 일에 큰 불만은 없다.
업무는 익숙해졌고, 하루의 흐름도 안정적이다.
무리 없이 처리할 수 있고, 크게 혼나거나 좌절할 일도 많지 않다.
그래서 더 애매하다.
표면적으로는 ‘괜찮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 한편에서는
계속해서 같은 질문이 반복된다.
“나는 지금 성장하고 있는 걸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내가 쌓고 있는 시간이
몇 년 뒤의 나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지 잘 그려지지 않는다.
새롭게 배우고 있다는 감각보다
그저 익숙함 속에서 하루를 반복하고 있다는 느낌이
점점 더 커졌다.

이런 생각이 본격적으로 들기 시작한 건
퇴근 후의 시간을 다시 바라보게 되면서부터다.


예전의 나는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거의 반사적으로 침대에 누웠다.
“오늘도 힘들었다.”
그 말 한마디로 하루를 정리해 버리는 날들이 이어졌다.
회사에서의 일이
내 하루, 아니 내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살다 보면
내 인생에서 회사가 전부가 되어버리겠구나 하고.


그래서 정했다.
대단한 목표는 아니어도 좋으니
퇴근 후 하루에 딱 두 시간만큼은
나를 위해 쓰자고.
그 시간에 러닝을 하고,
책을 조금 읽고,
머릿속에 생각이 남아 있으면 글을 쓴다.

처음에는 솔직히 쉽지 않았다.
몸은 피곤했고,
“오늘은 쉬어도 되지 않을까”라는 핑계가
매일같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 두 시간을 꾸준히 지키기 시작하면서
하루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씩 달라졌다.
회사에서의 일이
내 하루의 전부가 아니게 되었고,
‘오늘도 나를 위해 무언가 했다’는 감각이
하루를 덜 허무하게 만들어줬다.

그 흐름 속에서

요즘은 부업 준비도 시작했다.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강의,
일본 취업을 준비하는 신졸을 위한 컨설팅.
아직은 준비 단계에 가깝고
눈에 띄는 성과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간들이 의미 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내가 직접 생각하고, 기획하고, 실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부업들을 준비하면서
현재의 일에서 느끼던 부족함이 더 또렷해졌다.
지금의 나는
정해진 틀 안에서 주어진 일을 처리하는 데 익숙해졌지만,
스스로 고민하고 방향을 설계하며
성장하고 있다는 감각은 점점 옅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지금보다 더 성장할 수 있는 환경으로의 이직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아직 확실한 결론은 없다.
이직을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다만 분명한 건
이 고민을 더 이상 미루지 않겠다는 마음이다.
불안하더라도, 애매하더라도
나 자신에게 계속 질문을 던지고 싶다.

나는 어떤 환경에서 성장하는 사람인지,
어떤 일을 할 때 살아 있다는 감각을 느끼는지.


아마 내일도 퇴근 후 두 시간은
완벽하지 않게 흘러갈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그 시간을 포기하지 않는 한,
나는 적어도
성장을 멈춘 채 머무르는 선택은 하지 않고 있으니까.

이전 13화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늘 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