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에 약한 사람이 선택한 전략

by 레실

나는 원래 비교에 약한 사람이었다.


누군가 나보다 앞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이상하게 의욕이 생기기보다 마음이 먼저 작아졌다.
“저 사람은 원래 잘하는 사람이니까.”
“나는 저 정도까지는 못 할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일인데 이미 뒤처진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학창시절에는 새로운 도전을 쉽게 시작하지 못했다.
노력해서 실패하는 것보다,
애초에 시도하지 않는 편이 덜 아프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대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는 비교의 기준이 더 많아졌다.
이미 방향을 정한 사람,
여러 경험을 쌓아온 사람,
자신 있게 미래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다.

나는 그들 사이에서 늘 애매한 위치에 있는 기분이었다.

열심히 하지 않는 것도 아니었지만,
누군가와 나를 나란히 놓고 보면 항상 부족해 보였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문제는 능력이 아니라,
비교를 기준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경쟁에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 아니었다.
누군가를 이겨야 동기부여가 되는 타입도 아니었다.

오히려 비교가 시작되는 순간,
속도가 급격히 느려지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남들보다 잘하는 방법을 찾는 대신,
내가 멈추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하루에 몇 시간씩 몰아서 공부하는 대신
짧더라도 매일 책을 펼치는 구조를 만들었고,
완벽히 준비된 뒤 도전하기보다
일단 시험 날짜를 먼저 정해 스스로를 움직이게 했다.

거창한 계획보다
지속 가능한 리듬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돌이켜보면,
내가 대학 입학 이후에 여러 자격증에 도전하고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이유는
특별한 재능이나 강한 멘탈 때문이 아니었다.

단지 포기하지 않을 환경을
의도적으로 만들었을 뿐이었다.


세상에는 압박 속에서 더 성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높은 목표를 세우고 단기간에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인정했다.

나는 비교에 강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남들과 속도를 맞추지 않아도 되었고,
조금 느리더라도 계속 나아가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변화는 그 이후에 시작됐다.
작은 성취가 쌓이자 자신감이 생겼고,
‘나는 꾸준히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감각이 자리 잡았다.


지금도 여전히 누군가와 나를 비교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커리어, 선택, 앞으로의 삶까지
정답처럼 보이는 길은 언제나 존재한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비교에서 이기려고 할수록
나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나에게 필요한 전략은
누군가보다 빠르게 달리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걸어갈 수 있는 속도를 찾는 일이라는 것을.


성장이라는 건
더 강한 사람이 되는 과정일 수도 있지만,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발견해 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나는 여전히 비교에 약하다.
하지만 이제는 그 사실 덕분에,
나만의 전략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전략은 지금도,
조용히 나를 앞으로 움직이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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