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언어와 일상 속에서 버텨온 시간들
일본으로 유학을 오던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설렘보다 먼저 들었던 감정은, 솔직히 말하면 두려움이었다.
언어도, 문화도, 사람도 모두 낯선 곳에서
과연 내가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이 낯선 환경이 나를 조금은 성장시켜 주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도 함께 품고 있었다.
처음의 일본 생활은 생각보다 더 조용했고, 더 외로웠다.
일본어학교에서의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거리의 소음은 분명 익숙해질 법도 한데
내 마음만은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다.
일본어로 인사를 건네고, 일본어로 질문을 하고,
일본어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생활은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매 순간 나에게 상기시켰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적응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반복에서 시작됐다.
편의점에서 주문을 망설이지 않게 된 순간,
틀린 일본어로 말했는데도 웃으며 기다려주는 사람을 만난 순간,
오사카의 한적한 동네에 위치한 카페에 앉아
혼자 시간을 보내는 일이 어색하지 않게 느껴진 순간들.
그런 작은 경험들이 쌓이면서
‘버텨내는 생활’은 조금씩 ‘살아가는 일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도 완전히 익숙해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일본에서 지낸 지도 어느덧 7년이 되었고,
오사카의 일본어학교, 교토의 대학교를 거쳐
지금은 도쿄에서 원하던 회사에 다니고 있다.
직장을 다니며 여전히 언어적인 어려움에 부딪히고,
가끔은 한국이 그리워질 때도 있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는 낯섦을 두려움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타지에서의 적응은
모든 것을 잘 해내는 것이 아니라,
낯선 상황 속에서도 다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조금씩 길러가는 과정이라는 걸
이제는 알 것 같다.
돌아보면 일본 유학은
언어를 배우는 시간이라기보다
나 자신을 천천히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원래 나는 내가 먼저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는 사람이었다.
공부도, 학원도 늘 누군가가 정해준 길을 따라가는 편이었다.
그런 나에게 일본 유학은
내가 스스로 선택한 첫 도전이었다.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시작했던 이 선택이
지금의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아직도 적응 중이지만,
이 시간은 나에게 매우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