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일하면 외롭지 않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대부분은 언어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일본어가 서툴러서, 하고 싶은 말을 다 못 해서, 그래서 외로울 거라고.
그런데 막상 여기서 지내보니 외로움의 이유는 언어보다 훨씬 조용한 곳에 있었다.
회사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 회의도 하고, 잡담도 나누고, 하루를 무사히 끝낸다. 다들 친절하고 예의 바르다. 하지만 그 ‘괜찮음’이 묘하게 선을 만든다. 너무 깊이 들어가지도, 너무 많이 묻지도 않는다. 실수해도 크게 티 내지 않고, 힘들어 보여도 굳이 캐묻지 않는다.
그 배려가 고마우면서도, 가끔은 혼자 떠 있는 기분이 든다.
괜찮아 보여야 할 것 같고, 잘 적응한 외국인처럼 행동해야 할 것 같고,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고 싶어진다. 그래서 힘들다는 말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린다.
회사 밖에서도 마찬가지다. 관계는 많지만 깊어지기는 어렵다. 약속은 깔끔하고, 만남은 즐겁지만, 그 이후의 공백은 늘 혼자 감당하게 된다. 한국에 있을 때처럼 아무 말 없이 불러내서 밥을 먹거나, 별일 아닌 일로 하소연하는 순간은 생각보다 드물다.
이렇게 쌓인 감정은 어느 날 문득 고개를 든다. 특별히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집에 돌아와 불이 켜진 방을 마주할 때 괜히 마음이 가라앉는다. 설명하기 애매한 외로움이다.
그래서 나는 나만의 시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퇴근 후 조금 멀리 돌아 걸어가고, 숨이 찰 때까지 달리고, 조용히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루틴은 아니다. 생산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냥,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다.
이 시간이 외로움을 완전히 없애주지는 않는다. 여전히 외롭다. 다만 예전처럼 그 감정에 휩쓸리지는 않는다. 혼자 버티는 방법을, 아주 조금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일해서 더 외로운 건 아닐지도 모른다.
다만 이곳에서는, 외로움을 스스로 다독이는 법을 더 빨리 배우게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