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은 어렵지 않다.
해야 할 일도 알고, 실수할 일도 줄었다.
누가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하루의 흐름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은 편하지 않다.
바쁜데 불안하다.
힘들진 않은데, 잘하고 있다는 확신도 없다.
성장하고 있냐는 질문을 받으면
잠시 말을 고르게 된다.
아마 많은 직장인들이
이 지점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낄 것이다.
일이 익숙해지는 순간,
성장이 멈춘 것처럼 느껴지는 시기.
지금 회사가 싫은 건 아니다.
사람도, 환경도 나쁘지 않다.
다만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경험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주어진 일을 안정적으로 해내는 능력은 늘었지만,
‘내가 이 일을 통해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감각은
조금씩 흐려진다.
해외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도
이 감정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언어도, 문화도 완전히 같지 않은 환경에서
항상 한 발 더 신경 쓰며 일해야 한다.
겉으로는 적응한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늘 긴장 상태다.
그래서일까.
더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과
지금 자리를 쉽게 놓을 수 없다는 현실 사이에서
자주 흔들린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일 외의 시간에 나를 다시 붙잡아 보려고 한다.
퇴근 후에 달리고,
책을 읽고,
생각을 글로 남긴다.
이 시간이 당장 큰 변화를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최소한
‘멈춰 있지는 않다’는 감각을 준다.
성장은 꼭 회사 안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고
스스로에게 자주 말해준다.
지금은 느리더라도
방향만은 잃지 말자고.
일이 익숙해졌다는 건
나쁘기만 한 신호는 아니다.
다만 이 시기를
아무 생각 없이 흘려보낼지,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쓸지는
결국 나의 선택일 것이다.
오늘도 나는
조금 불안한 상태로 하루를 마치지만,
그래도 어제보다는
조금은 앞으로 가고 있기를 바라며
조용히 하루를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