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성실한 편이었다.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았고, 일정이 정해지면 어떻게든 맞추려고 했다. 일본 유학을 준비할 때도 그랬고, 취업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출근 전에는 하루 계획을 정리했고, 퇴근 후에도 내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겉으로 보기엔 나름 안정적인 궤도 위에 올라선 삶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은 좀처럼 편해지지 않았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 전철 안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선택이 맞는 걸까. 남들보다 뒤처진 건 아닐까, 혹시 중요한 기회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특별히 잘못된 일이 없는데도 불안은 늘 같은 자리에 있었다.
일본에서의 생활은 그 불안을 더 구체적인 형태로 만들었다. 회사에서는 성과로 나를 설명해야 했고, 말 한마디, 선택 하나에도 책임이 따랐다. 실수를 하면 변명할 여지도 적었다. ‘외국인 직원’이라는 정체성은 때로 나를 더 조심스럽게 만들었고, 그래서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돌아왔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될 이유가 너무 많았다.
쉬는 날에도 마음은 쉬지 못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괜히 뒤처지는 기분이 들었다. 남들은 더 앞서 가고 있을 것 같았고, 나는 잠시 멈췄다는 이유만으로 불안해졌다. 그렇게 불안은 나의 일상이 되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알게 되었다. 이 불안은 내가 부족해서 생긴 감정이 아니라, 아직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감정이라는 것을.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하고 있고, 지금의 선택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불안한 것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흘러가는 삶이었다면, 이런 감정조차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요즘의 나는 불안을 없애려 하지 않는다. 대신 불안한 상태에서도 하루를 살아낸다. 확신이 없어도 출근하고, 흔들리면서도 계획을 세운다. 불안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것, 그것이 지금의 내가 선택한 방식이다.
열심히 살고 있는데 불안하다면, 어쩌면 우리는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불안은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여전히 삶을 붙잡고 있다는 흔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