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일하며 살아간다는 것

편리함과 외로움 사이에서

by 레실

나는 오사카와 교토에서 먼저 일본 생활을 시작했다.


오사카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가까웠다. 말투도 부드러웠고, 몇 번만 마주쳐도 금방 얼굴을 기억해 주는 분위기가 있었다. 동네 식당에 가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고, 어색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교토는 또 다른 의미로 인상 깊은 도시였다. 계절이 분명했고, 시간이 조금은 천천히 흐르는 느낌이 있었다. 조용한 골목과 오래된 건물들 사이를 걸을 때면, 나도 모르게 숨을 깊게 쉬게 되곤 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도쿄에서 살고 있다.


처음 도쿄로 이사 오기로 결정했을 때, 나는 솔직히 기대가 더 컸다. 인프라, 기회, 속도. 모든 것이 이곳에 모여 있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쿄는 편리하다.
지하철 노선은 복잡할 만큼 촘촘하고, 어디를 가든 웬만한 것은 다 해결된다. 병원, 은행, 대형 서점, 헬스장,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카페들까지. 선택지는 항상 많다. 새로운 공간이 계속 생기고, 트렌드는 빠르게 바뀐다.

오사카와 교토에서보다 훨씬 다양한 카페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나에게는 큰 매력이었다. 조용히 혼자 앉아 글을 쓸 수 있는 공간, 원두 향이 진하게 퍼지는 작은 로스터리, 감각적인 인테리어의 신상 매장들. 주말이면 새로운 동네를 탐색하는 재미가 있다.


누군가는 말한다.
“도쿄에 살면 자극이 많아서 좋지 않아요?”


맞다. 자극은 분명히 많다.
문제는, 그 자극이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도쿄에 오면서 가장 먼저 체감한 것은 월세였다. 같은 조건이라도 몇 만 엔씩 차이가 났다. 회사와의 거리, 역과의 접근성, 건물 연식 중 하나는 반드시 포기해야 했다. ‘적당히 괜찮은 집’을 찾는 과정이 이렇게 현실적일 줄은 몰랐다.

출근길 지하철도 다르다.
아침 시간대의 열차는 말 그대로 전쟁이다. 사람들 사이에 몸을 끼워 넣어야 겨우 탈 수 있고, 서로 눈을 마주칠 여유도 없다. 모두가 스마트폰을 보며 조용히, 빠르게 이동한다.

이 도시는 효율적이다.
하지만 그만큼 개인적이다.

오사카에서는 동네 식당에서 금방 말을 트게 되었고, 교토에서는 단골 카페에서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러나 도쿄에서는 몇 달을 살아도 이웃의 얼굴을 모른다.

회사도 비슷하다.
다들 친절하지만, 선은 분명하다. 지나치게 깊게 들어가지 않는다.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관계는 그대로 멈춰 있다. 처음에는 그 거리가 편했다. 괜히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내 일에만 집중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도쿄에서는 관계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사람은 많지만, 자동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먼저 말을 걸고, 약속을 잡고, 의도적으로 시간을 써야 비로소 가까워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저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명으로 남는다.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이 도시에서 잘 살아가고 있는 걸까.

주말 저녁, 번화한 거리 한가운데 서 있으면 이상하게 더 외로워질 때가 있다. 주변은 웃음소리와 불빛으로 가득한데, 나는 조용히 그 사이를 걷고 있다. 그 순간, 도쿄의 화려함은 오히려 나를 더 또렷하게 드러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도쿄를 선택했다.

이곳은 분명히 기회가 많은 도시다. 정보도, 기업도, 사람도 이곳에 모여 있다. 커리어를 생각한다면, 이만큼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도 많지 않을 것이다. 자극이 많은 만큼,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도 많다.

도쿄에서는 비교도 빠르다.
누가 더 좋은 회사에 다니는지, 누가 더 빠르게 성과를 내는지, 누가 더 세련된 삶을 사는지. SNS를 열면 언제나 누군가의 ‘앞서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 속에서 나는 종종 불안해진다.
내가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는지, 뒤처지고 있는 건 아닌지.

하지만 동시에, 이 도시가 나를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도 안다. 혼자 문제를 해결하는 법, 먼저 손을 내미는 용기, 돈과 시간의 가치를 더 현실적으로 계산하는 습관. 편리함 뒤에 있는 책임을 배우고 있다.


오사카의 따뜻함과 교토의 여유는 여전히 그립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도쿄의 속도 속에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도쿄에서 산다는 것은
편리함을 누리면서도 외로움을 감당하는 일이다.

높은 월세를 내면서도 기회를 좇는 일이고,
붐비는 지하철을 타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다.


나는 아직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했다.
여전히 출근길은 버겁고, 관계는 조심스럽다. 때로는 혼자인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그래도 나는 안다.

이 도시에서의 시간은 언젠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 것이라는 것을.


도쿄는 누군가에게는 화려한 무대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치열한 훈련장이다.


나에게 도쿄는,
편리함과 외로움 사이에서 균형을 배우는 곳이다.

오늘도 나는 이 도시에서 일하고, 고민하고, 조금씩 성장한다.
아직은 흔들리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고.


이곳에서의 시간이
언젠가 나를 더 깊은 사람으로 만들어주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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