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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를 경영하라_불확실성 하에서 기업 생존과 성장전략 5

제5화. 핵심 연결망을 관리하라

Surviving and Thriving in Uncertainty : Managing Risk and Resilience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세가지 요소는 무엇일까요? 바로 공기, 물, 음식이죠. 실제로 인간은 공기 없이는 3분을, 물 없이는 3일을, 그리고 음식물 없이는 3주 동안 버틸 수 있다고 합니다. 기업의 경우, 공기에 해당하는 것은 바로 자금일 것입니다. 기업 역시 살아남기 위한 기본적인 요소들을 사전에 정의해 두어야 하는데요. 이는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의 복잡성과 상호의존성으로 일련의 사건들이 다른 사건에 어떻게 파급되고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기가 훨씬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우리 회사가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할 필수 요소는 무엇일까?’ ‘이러한 필수 자원 없이 우리는 얼마 동안 버틸 수 있을까?’ ‘우리 회사가 허용할 수 있는 손실, 피해의 최대 수준은 얼마일까?’ ‘어느 정도의 비상상황에 까지 대비해야 할까?’ 같은 고민들을 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는 전체를 보기 위한 훈련, 즉 ‘시스템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며, 개별 사물보다는 상호연관성을 그리고 정지된 상태가 아닌 변화의 패턴을 바라보는 프레임웍이 요구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X를 경영하라’의 핵심 원칙 중 하나인 ‘핵심 연결망을 관리하라 (Manage the key connections)’ 라는 내용으로 기업 리스크와 위기관리 방안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월 스트리트 베테랑이자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의 경제학자 리처드 북스테이버는 저서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낸 악마(A Demon of Our Own Design)》에서 “상호작용하는 복잡성과 강력하게 동조화된 시스템은 중간에 개입할 수 있는 시간을 허용하지 않는데, 이 두 가지가 모두 존재할 때 가장 큰 위험이 생겨난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시스템 엔지니어들은 강력하게 얽혀있는 동조화된 시스템을 각 부분들이 상호 의존적이어서 분리하기 매우 어려운 것으로 정의합니다. 이런 시스템 내에서 일단 사건이 발생하면 이를 멈추게 하거나 통제, 관리하는 것이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할 수도 있는 것을 또한 지적하고 있습니다. 북스테이버는 시스템의 구조로부터 초래되는 피할 수 없는 ‘사고’는 결국 강력한 동조화(coupling)와 비선형성 때문에 일어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원자력 발전소 사고, 항공기 추락, 대정전 사태, 초대형 산불과 같은 재앙적 사고들을 언급했습니다. 대부분의 이런 재앙들은 복잡한 연쇄반응을 촉발하는 하나의 사건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고, 시스템 내에서 이를 통제하려고 하다 오히려 복잡성과 시스템의 불명확성이 더 커져서 사태만 악화되었다는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소규모 정전을 억제하는 과정에서 전체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려서 결과적으로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던 북미 대정전 사태, 잡목에 붙은 조그만 화재를 진압하려던 것이 결국 대형 산불 재앙으로 번진 캘리포니아 산불 등 실제 사건, 사고를 통해 우리는 강력하게 동조화된 시스템에서는 얼핏 합리적인 해결책으로 보이는 것이 때로 엄청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증가하는 시장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의 전략이 오히려 다시 복잡성을 만들어 내는 원인이 되기도 하고 이로 인해 비즈니스의 취약성이 커져 더이상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기업 내외부의 유연성과 상호연계성이 높아질수록 새로운 기회를 보다 효과적으로 탐색할 수 있는 한편, 조직체계가 더 복잡해지거나, 덜 명확해지며, 위협에 대한 노출도는 과거에 비해 더 커지게 됩니다. 결국 조직을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와 부문, 또는 개체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연결고리를 통해 예상치 못한 갑작스런 충격이나 영향들이 어떻게 발생하고 전이될 수 있는지, 이러한 핵심 연결고리를 식별하고 관리해서 어떻게 리스크를 관리할 것인지 정확히 꿰고 있지 않으면 안됩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위기에 취약한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이는 촘촘히 연결된 하나의 망 위에 글로벌 경제와 비즈니스의 모든 과정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위기 상황이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지만 복잡한 글로벌 및 로컬 공급망 어느 한곳에서의 사건, 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죠. 따라서 이러한 비즈니스 연결망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그로 인한 부침을 피할 도리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단언컨대, X이벤트는 물론 글로벌 공급망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자체를 개별 기업이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CEO들 역시 이러한 위기가 사업의 존폐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미리 감지, 관리하고 신속히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을 최대 고민거리로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대양 항해나 사막 횡단, 중요한 기업의 인수 혹은 신규 시장 참여 등 매우 리스크가 큰 일을 준비할 때 수행하는 분석 과정 중 하나인 SIPOC이라는 기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버려진 섬에 갇혀 발이 묶였을 때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핵심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것 들은 무엇이며, 그것들 없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이렇게 극한 상황에서는 암묵 적이거나  즉흥적이고 임기응변 식 접근 보다는 정확한 판단에 기초해서 분명한 선택을 내려야 합니다. SIPOC은 공급자{Suppliers}를 뜻하는 S, 투입 자원(Inputs)을 뜻하는 I, 프로세스(Processes)를 뜻하는 P, 산출물(Output)을 뜻하는 O, 그리고 고객(Customers)을 뜻하는 C의 약자입니다. 어떤 형태, 규모와 상관없이 거의 대부분의 기업은 SIPOC 분석을 통해 비즈니스 운영에 있어서의 핵심 의존요소들을 정의할 수 있습니다. SIPOC 분석은 식스시그마, 린(Lean) 생산방식, 전사적 품질관리(Total Quality Management) 등 글로벌 기업에서 사용하고 있는 품질과 프로세스 개선 방법론에서 비롯되었는데요. 제품생산 또는 서비스 프로세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요인들을 식별하기 위해 사용되며 이를 통해 시스템 전체 관점에서 모든 기업 활동을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결국 경영진은 공급자, 프로세스에 대한 투입자원, 운영 프로세스, 프로세스의 결과물 그리고 내부 및 외부 고객과 관련된 핵심가치 유발 동인을 식별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SIPOC 분석을 통해 기업은 붕괴되거나 악화되거나 혹은 위협이 될 수 있는 영역을 구체적으로 적시할 수 있습니다. 또한 프로세스 상에서 존재하는 특정한 취약성을 사전에 식별하고 잠재적인 영향을 측정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SIPOC 분석은 아래와 같은 내용들을 보다 심도있게 검토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해 줍니다.


필수 생산요소를 제공하는 공급자는 누구인가? 우리 회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리스크 (예를 들어 핵심 공급업체나 해당 공급업체의 협력사의 재무상태) 를 미리 감지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는가? 이 공급업체가 제공하는 제품 또는 서비스 요소 없이 얼마나 우리 회사는 버틸 수 있는가? 

특정 고객에의 매출 비중이 어느 정도이면 의존도가 지나치다고 볼 수 있는가? 10퍼센트? 15퍼센트? 20퍼센트? 그 핵심 고객이 이탈하거나 파산하면 우리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프로세스의 각 단계에서 발생한 투입 혹은 산출의 부족이나, 중단 혹은 품질상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어떤 영향을 가져올 수 있는가? 최우선적 필수 투입 자원과 산출물은 무엇인가? 관련된 위협과 기회를 파악하고 인식하고 보고하는 메커니즘은 무엇인가? 

각 단계에서 공급업체의 협력업체와 해당 고객의 고객의 영향까지 어떻게 모니터링 할 수 있는가? 관련 이상 징후에 대한 어떤 조기경보나 감지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는가? 


X를 경영하기 위해 핵심 연결망의 관리는 반드시 필요하며, 이는 기업을 깊이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기업에 대한 이해는 취약성이 어디에 존재하는지를 파악하고, 어떤 취약성을 수용 해서 어느 수준까지 완화시킬 것인지에 대해 합리적으로 의사결정하는 것까지를 포함해야 합니다. 비즈니스의 핵심 의존 요소와 상호의존성이 명확하게 정의, 파악되지 않으면 심각한 사업 중단을 맞거나 또는 커다란 기회가 오더라도 사전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회사가 생존하기 위한 필수요소는 무엇일까?’ ‘필수자원 없이 우리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우리 회사가 허용할 수 있는 손실, 피해의 최대 수준은 얼마일까?’와 같은 고민들을 해보신적 있으신가요? 이러한 X이벤트를 관리하기 위해 핵심 연결망의 관리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매우 리스크가 큰 일을 준비할 때 사용하는 분석 과정 중 하나인 SIPOC이라는 기법을 통해 여러분 기업의 리스크 관리를 준비하는 계기를 삼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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