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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를 경영하라_불확실성 하에서 기업 생존과 성장전략 4

제4화. 속도와 모멘텀 요소를 고려하라

Surviving and Thriving in Uncertainty : Managing Risk and Resilience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 뿐이다” 독일의 사상가이자 철학자인 프리드리히 니체의 일갈이죠. 종래에 우상으로 여겨지는 가치들이 저물어가는 시기가 도래하였음을 표현했던 니체의 대표작 <우상의 황혼>에서 이 금언은 소개되었습니다. 세상에는 충격을 받으면 더욱 강해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가변성, 무작위성, 무질서, 스트레스에 노출될 때 오히려 번성하고 성장하며, 모험과 리스크, 불확실성을 좋아합니다. 방향을 알 수 없이 갑작스럽게 몰아치는 거센 바람은 촛불 같은 기업에는 커다란 재앙이겠지만 리스크, 위기 대응을 사전에 준비하는 X경영에 충실한 모닥불 같은 기업에는 활활 타오를 수 있는 에너지원과 기회가 될 것입니다.


오늘은 ‘X를 경영하라’의 중요 원칙 중 하나인 ‘속도와 모멘텀 요소를 고려하라 (Factor in velocity and momentum)’ 라는 내용으로 기업 리스크와 위기관리 방안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종종 갑작스럽게 발생한 사건의 발생 속도에 현혹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쌓아온 기업의 평판이 몇 분이나 며칠 만에 땅에 떨어지고 세계 경제가 몇 주 내에 곤두박질칠 수 있지만, 사실 이러한 사건들은 오랜 기간 동안 잠재해 있으면서 잉태되어온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사고, 범죄, 자연재해같은 것은 종종 사전 경고 없이 갑작스럽게 발생하기도 합니다. X를 경영하는 준비된 기업이라면 조직의 생존이나 성공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서는 발생가능성이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사전에 반드시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즉 “(좋든 나쁘든) 해당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나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라고 묻는 대신 “얼마나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해당 사건이 전개될 수 있으며, 그리고 얼마나 빨리 진행될 수 있는가?” 라고 질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질문 들은 리스크 요인들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기업이 위기 상황에서 민첩하게 정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체계를 잡을 수 있게 해줍니다.


속도와 더불어 ‘모멘텀’이라는 요소를 같이 고려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모멘텀’이란 어떤 사물이나 사건 또는 추세가 정해진 방향으로 계속해서 움직이려고 하는 힘이나 경향을 뜻합니다. 영대영으로 팽팽하게 전개되던 A매치 축구경기에서 한 팀이 득점에 성공한 후 그 여세를 계속 몰아가면서 추가 득점을 하는 경우 또는 갑작스런 계기로 판매실적이 저조했던 기존 제품의 판매량이 급상승하여 대박 상품이 된다 던지, 열세에 있던 후보가 투표일 직전 지지율이 급상승하여 대 반전을 이루는 선거운동에서의 기세 같은 것 역시 모멘텀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기업에 있어서 위기와 그 영향이 전개되는 방향은 위기의 속도와 모멘텀에 따라 다양한데요. 다음의 세 가지 기본적인 방향이 고려되어야 합니다.


첫째, ‘기습’입니다. 자연재해, 화재, 사고 혹은 광범위한 제품 품질 하자 등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단일한 사건의 발생이죠.

둘째, 눈덩이 효과(snowball effect)입니다. 직간접적으로 관련되거나, 아니면 전혀 관련되어 보이지 않은 일련의 사건들이 쌓여서 더 큰 영향과 가속도가 붙고, 하나 이상의 강력한 누적 효과를 야기하는 경우이죠.

셋째, 스포트라이트 효과(spotlight effect) 입니다. 특정 사건이 사회적인 관심을 끌거나 감독기관의 조사로 이어져서 또 다른 사건이나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아마도 그간 언론매체를 통해 자주 접해온 유명인 뿐 아니라 이슈가 되었던 여러 기업의 위기 상황들을 떠올려 보시면 이해가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특히 기업의 경우 제공하는 주요 제품, 서비스에 대한 브랜드 이슈로 인해 곤욕을 치르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요. 역설적으로 기업 브랜드 가치가 커지면 커질수록 이의 취약성 역시 더욱 증가하게 됩니다. 이는 결국 고객에게 해당 브랜드가 더 이상 가치가 없다고 증명되는 순간, 바로 대체 브랜드를 고려하는 의지 역시 더욱 커졌다는 것을 우리에게 시사해 주고 있습니다. 즉 기업의 생명과도 같은 브랜드와 명성에 대한 파괴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소셜 미디어와 모바일 기술, 그리고 이들의 전파 속도로 인해 과거와는 달리 매우 쉽고 빠르게 극단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국 메사추세츠 주에 위치한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보스턴 사이언티픽 (Boston Scientific)은 자재 담당자, 제조 담당자, 외부 계약업체, 외상매입금 담당자 등 자사 공급망(Supply Chain)에 참여하고 있는 주요 이해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20개의 위기경보 신호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해당 공급업체를 직접 방문하거나 공개된 재무정보, 외부감사보고서 등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기도 하는데요. 보스턴 사이언티픽이 관리하는 위기경보 신호 체크리스트에는 특정 공급업체가 제때 재무보고를 하지 못하거나 외부감사인의 감사보고서에 여러 차례 수정이 발생한다든지, 운전자본비율이 줄어드는 것, 외상 매입 기간이 길어지는 것과 같은 특이 사항에 대한 점검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종합적인 공급 기반에 대한 모니터링 활동을 통해 갑작스런 공급업체의 도산이나 제공 받는 원료, 부품의 잠재적 품질불량 또는 결함 가능성 등을 사전에 감지하려는 실 사례입니다. 결국 비즈니스 환경 내에 숨어있는 블랙스완을 미리 감지하여 대응 리드타임(lead time)을 확보하려는 X경영의 일환인 것입니다. 사실 대개의 경우 예상치 못한 사건, 사고 발생 시 피해를 완화하고 대응에 있어서의 핵심은 빠른 발견입니다. 경보를 조금이라도 일찍 포착할수록 재고와 자산을 영향권 밖으로 옮긴다든지, 회복에 필요한 물자를 준비한다 든지, 다른 공급업체를 확보하는 등 대응에 필요한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다 정확한 날씨에 대한 예보, 경보를 확보하기 위해 5명의 기상학자를 글로벌 상황실에 배치하는 물류기업 UPS(United Parcel Services), 위험 물질을 운반하는 철도와 차량을 GPS로 추적하고 만약 차량이 예정된 경로를 벗어나거나 인구밀집지역을 지나가면 경고 신호를 알려 당국이나 기관에 위험 가능성을 알리는 다우케미컬(Dow Chemical), 고객불만, 제품결함, 악선전 등을 파악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 청취 센터(Social Media Listening Command Center)를 운영하여 크고 작은 문제들을 사전에 발견하고 대응하는데 이용하는 델 컴퓨터(Dell) 등은 X경영의 좋은 모범사례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명성은 1년에 인치(inch) 단위로 쌓여 가지만 1초에 피트(feet) 단위로 사라진다 (Reputation is gained in inches per year and lost in feet per second.)” 라는 서양속담이 있습니다. 여기서 피트는 인치보다 훨씬 큰 길이 단위입니다. 쉽게 말해 ‘상대방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를 잃는 것은 한순간이다’라는 의미이죠. 사실 이 말은 가치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회장이 “한 기업이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이 필요하지만 그것을 무너뜨리는 것은 5분이면 족하다. 이를 명심한다면, 당신의 행동은 달라질 것이다.” 라는 명언으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고객에게 해당 브랜드가 더 이상 가치가 없다고 증명되는 순간, 바로 대체 브랜드를 고려하는 의지 역시 더욱 커졌다는 것을 시사해 주고 있습니다. 결국 기업 브랜드 가치가 커지면 커질수록 이의 취약성 역시 더욱 증가하게 되는데요. 기업의 생명과도 같은 브랜드와 명성에 대한 파괴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소셜 미디어와 모바일 기술, 그리고 이들의 전파 속도로 인해 과거와는 달리 매우 쉽고 빠르게 극단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하겠습니다.


기업이 겪는 위기상황은 언제나 갑작스러워 보이지만 오랜 기간 동안 잠재하여 커져온 경우가 많습니다.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단일한 사건부터 강력한 효과를 일으키거나 특정 사건이 또 다른 사건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위기가 전개되는 방향을 고려하여 위기대응 방안을 체계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즈니스 환경에서 위기 대응 리드타임을 확보하기 위한 X경영의 원칙을 배워보시기 바랍니다. - 류종기 Risk Intelligence & Resilience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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