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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를 경영하라_불확실성 하에서 기업 생존과 성장전략 3

제3화. 경계를 늦추지 마라

Surviving and Thriving in Uncertainty : Managing Risk and Resilience


“인류 역사상 이처럼 훌륭한 기술이 쓰인 적이 없었다. 알려진 모든 과학적 발전이 이 배를 설계하는 데 적용되었다. 제어 장치들이 완벽해 문제가 생길 소지가 전무하다!” 1912년4월14일 2,200여명의 승선자 중 1,500여명과 함께 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타이타닉호’의 선장 E. J. 스미스가 출항 직전 한 말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X를 경영하라’의 두번째 원칙인 ‘주의와 경계를 늦추지 마라 (Maintain constant vigilance)’라는 내용으로 기업 리스크와 위기관리 방안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일반적으로 사고의 80퍼센트는 경영자의 실수에 의해 일어나고, 경영자 실수 중 80퍼센트는 경계심 또는 상황에 대한 인지도가 부족해서 발생한다고 합니다. 역사가 증명하듯, 조직, 기업은 물론 국가조차도 많은 위협과 경쟁상황, 신제품의 개발, 대형사고 등 큰 영향과 충격을 줄 수 있는 X이벤트를 감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사실 경영환경에서도 다양한 변화 신호들이 제기되지만 정작 해당 기업은 이런 변화 신호를 알아채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설사 변화 신호를 사전에 감지하더라도 미세한 변화의 신호가 해당 기업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고 의미를 주는지를 알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그래서 경영환경에서의 각종 주의, 변화 신호를 효과적으로 살피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흔히 셸(Shell)이라고 우리에게 잘 알려진 글로벌 에너지, 정유회사인 로얄더치셸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1973년 이전, 로열더치셸은 중동 개발에 대한 몇 가지 시나리오를 수립했습니다. 그중 한 시나리오는 석유생산국의 군국주의 확대에 따른 대규모 석유파동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을 통해 도출된 여러 위기 시나리오의 신호 감지를 주시함으로써 실제로 석유파동 시나리오가 현실화 되었을 때 이를 빠르게 인지할 수 있었고 투자의 우선순위를 사전에 재조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 마련해 둔 대안에 따라 로열더치셸은 생산설비를 증설하는 대신 정제 효율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재빠르게 수정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뒤늦게 인식한 다른 경쟁회사들은 생산설비를 계속해서 증설해온 바람에 그 결과 엄청난 과잉생산과 수익성 감소가 초래되었습니다. 당시 블랙스완이었던 석유파동을 극복한 로열더치셸은 업계 7위에서 일약 2위 규모의 기업으로 도약하였고 그 후 수십 년간 경쟁우위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X이벤트를 사전에 감지할 수 있도록 해준 ‘시나리오 플래닝(Scenario Planning)’은 로열더치셸 임직원들이 좀 더 통찰력을 갖고, 그들이 처한 상황을 인식하고, 이를 기반으로 불확실한 비즈니스 상황의 잠재적인 영향을 깨닫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유명했던 주요 재해, 재난들 다음의 세 가지 실패 유형 중 하나 이상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첫번째, 변화에 대한 감지 실패, 두번째, 변화가 초래할 수 있는 영향의 파악 실패, 그리고 세번째로 변화의 향후 방향에 대한 예측 실패입니다.


극적이고 파국으로 전개되었던 재해, 재난에 영향을 받았던 많은 사람들과 관리책임자들 조차 X이벤트가 닥치기 직전까지도 무감각한 상태에서 평상시와 다름없이 업무를 보았다고 합니다. 당시 무시되고 축소되고 일상 업무에 묻혔던 수많은 이상 징후와 신호들이 여기저기에 널려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2001년 9.11 테러 이전과 9.11 테러가 발생되는 동안에도 수많은 의사소통의 실패로 인해 여러 정부기관 사이에 정보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결국 중앙집중적 통제 체계는 실패로 귀결되어 버렸습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경우에도 기반시설 정비 소홀 및 자원 동원의 문제, 정전 사태 등 결국 징후 탐지 능력과 대응 시스템 장애의 복합적인 실패, 즉 인적 자원과 의사소통, 지휘 통제의 총체적 실패로 인해 최악의 사태로 치달았습니다. 또한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건은 관련 리스크의 본질과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관련 은행기관들의 실수와 불완전한 리스크 감지 역량에서 기인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리스크 감지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골드만삭스와 같은 극소수의 금융회사들은 이 사건으로 인해 상당한 경쟁우위를 얻게 되었죠. 


골드만삭스의 경우 금융위기 발생 이전인 2006년 12월부터 수많은 지표들로부터 약한 신호를 감지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손익계산서를 매일 검토했던 골드만삭스는 주택담보대출부문에서 10일간 연속으로 손실이 발생한 이상 징후를 발견하였는데요. 당시 CFO 데이비드 비니어는 리스크 관리자들과 딜러들을 소집해서 문제를 찾기 위한 회의를 열었습니다. 여기서 밸류 앳 리스크, 즉 최대예상손실액(VaR, Value at Risk)을 포함한 수많은 리스크관리모델을 통한 결과들을 모아 분석했고,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판단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따라서 자산담보부증권을 처분하거나 현재 포지션을 헤지하고 신용도를 강화하면서 이에 대한 노출수준을 줄이는 조치를 취하였습니다. 경영진은 예상하지 못한 손실이 발생했을 때, 기존 리스크 모델이 어떤 결과를 내든 상관없이 대응 조치를 즉각 이행했다고 합니다.


2002년2월12일, 당시 급박하게 돌아가는 아프가니스탄 상황을 브리핑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미 국방장관 도널드 럼스펠드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하며 불확실성과 X이벤트의 개념을 일깨워주었는데요. “이 세상에는 ‘노운 노운(Known Known)’, 즉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안이 있다. 그리고 ‘노운 언노운(Known Unknown)’ 알려진 무지, 즉 우리가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안이 있다. 마지막으로 ‘언노운 언노운(Unknown Unknown)’ 우리가 모르고 있다는 것 자체도 모르고 있는, 즉 발생하기 전에는 그 존재 여부를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사안’이 있다.” 


아마도 이 발언 당시, 럼스펠드 장관은 2001년 9월11일 뉴욕 세계무역센터를 강타한 비행기 테러에 대해 잠재 가능성 자체도 사전에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염두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겠는데요. 이 ‘언노운 언노운’은 이후 2008년 미국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베어스턴스,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 등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 3곳이 파산하고 세계 최대 보험회사인 AIG가 파산 직전까지 갔었던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한 나심 탈레브의 베스트셀러 “블랙스완” 책 한 권 전체의 주제가 됩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알려지지 않은 위험들이라는 메세지를 준 럼스펠드 장관의 일갈을 불확실성 시대의 기업 CEO분들은 꼭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로벌 에너지, 정유회사인 로얄더치셸은 중동개발에 대한 시나리오 플래닝을 통해 도출된 위기신호를 주시함으로써 석유파동을 극복하고, 업계 7위에서 일약 2위 규모의 기업으로 도약하였습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시나리오 플래닝(Scenario Planning)’은 필수임을 기억하고 준비하는 계기를 마련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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