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부정행위 제재규범의 연혁에 관한 고찰과 함께
현행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제32조에 따르면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한 기관, 단체 연구자 등이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한 경우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해당 연구자 등에게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참여제한(제1항), 제재부가금 부과(제1항), 사업비의 전부 또는 일부 환수(제3항) 등의 법적제재를 실시할 수 있다.
다만,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법적제재의 근거규정은 장기간에 걸쳐 그 규범의 내용과 위치가 변경되어 왔으며, 이에 대한 제재규범의 연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2010. 2. 4. 이전) 별도의 규범 없음
- (2010. 2. 4. ~ 2020. 6. 9.) 구 과학기술기본법 제11조의2
- (2020. 6. 9. 이후)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제32조에 통합
*2000년대 후반 황우석 교수의 연구부정행위 등 명망높은 연구자들의 연구부정행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법적제재의 필요성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2010. 2. 4. (구)과학기술기본법을 통해 최초로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제재규범이 도입되었음
한편 2020. 6. 9. 시행된 국가연구개발혁신법 부칙(법률 제17343호)에 따르면 해당 개정법 시행 전에 이루어진 연구부정행위에 대하여는 구 과학기술기본법 제11조의2에 따르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구 과학기술기본법 제11조의2는 2010. 2. 4. 개정·시행된 법률에 최초로 규정된 것으로서 그 이전에 이루어진 연구부정행위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제재규범은 존재하지 않는 실정이다. 한편 동법 부칙(2010. 2. 4. 시행된 것)은 동법 제11조의2의 적용범위에 대하여 동법 시행 당시(2010. 2. 4.)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연구자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으므로, 만일 연구부정행위가 이루어진 시기가 2010. 2. 4. 이전이라면 구 과학기술기본법 제11조의2를 본 건 연구부정행위에 소급하여 적용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이러한 행위에 대하여 법적제재를 가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나아가 현행 행정기본법 제14조 제3항 단서에 따르면 제재처분 기준이 가벼워진 경우로서 해당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변경된 법령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종래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제재처분의 제척기간 규정이 존재하지 않았지만 이에 대한 규정이 신설되었다면 이는 제재처분 기준이 가벼워진 경우로 보아 신법을 적용함이 타당하다 할 것인바, 2021. 1. 1. 시행된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제32조 제5항에 따르면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제재처분은 제재사유가 발생한 연구개발과제의 종료일 또는 그 제재사유가 발생한 국가연구개발활동의 종료일부터 10년이 지나면 실시할 수 없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으로, 2024. 2. 현재를 기준으로 한다면 그로부터 10년 전이 2014. 2. 이전에 이루어진 연구부정행위가 사후에 적발되었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제재처분은 제척기간 도과로 인하여 실시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행정기본법 제14조(법 적용의 기준) ① 새로운 법령등은 법령등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법령등의 효력 발생 전에 완성되거나 종결된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아니한다.
② 당사자의 신청에 따른 처분은 법령등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처분 당시의 법령등을 적용하기 곤란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처분 당시의 법령등에 따른다.
③ 법령등을 위반한 행위의 성립과 이에 대한 제재처분은 법령등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령등을 위반한 행위 당시의 법령 등에 따른다. 다만, 법령등을 위반한 행위 후 법령등의 변경에 의하여 그 행위가 법령등을 위반한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거나 제재처분 기준이 가벼워진 경우로서 해당 법령등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변경된 법령등을 적용한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은 막대한 규모의 국가예산을 지출하여 국가의 기술적 근간을 마련하기 위한 국가기간사업으로서 그 결과 뿐 아니라 과정의 공정성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은 개별 연구개발사업의 선정과정 뿐 아니라 연구과정에 대한 공정성 역시 높은 수준으로 요구하고 있는바, 만일 개별 연구자 또는 연구기관이 이를 위반하여 허위의 데이터에 기초하여 연구결과를 발표함으로써 연구질서를 어지럽히거나, 국가차원의 연구개발사업을 수주하였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포기함으로써 정책적 기회비용을 유발하는 등의 연구부정행위를 자행한 경우에는 국가연구개발활동 참여제한 처분, 제재부가금 부과처분, 연구개발비 환수처분 등의 강력한 법적제재를 가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행정작용 역시 법치행정의 원칙에 따라 명확한 법적근거가 있어야 시행할 수 있는 것으로서 행정기관은 비록 법적제재의 필요성이 있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법적근거가 없을 경우에는 이러한 행정작용을 실시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만일 법적근거가 불명확하거나 존재하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법적제재 조치를 받을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면, 법률전문가로부터 적극적으로 법적검토를 받아 이에 대한 항변을 개진할 실익이 있다 할 것이므로 실무에 참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