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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석변호사 Jan 16. 2017

의료사고의 유형별 대응방법[9. 수면내시경]

수면 아래 가려진 '수면내시경'의 위험성




1. 개요


중학생 시절 위장병으로 고생하다가 위내시경을 받아본 적이 있다. 딱딱하고 굵은 내시경이 목구멍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참고있자니 온몸이 뒤틀리는 생지옥을 맛보았는데, 어느덧 의료기술이 발달하여 잠시만 잠을 자고 나면 내시경 진단절차가 모두 완료되는 신세계 속에 살게되었다.


그런데 과연 수면내시경은 잠시 잠을 자는 것에 불과한 것일까?


최근 TV방송 등에서 연예인 또는 연예인의 가족들이 간단한 수면내시경 절차를 통해 대장용종을 제거한 뒤 아무런 이상 없이 일상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 뿐 아니라, 다수의 의료기관에서 수면내시경의 편이성을 널리 홍보하고 있기에, 수면내시경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상당히 낮은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면내시경을 실시받고 깨어나지 못하는 환자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기에 결코 안심해서는 안된다.




2. 호흡마취(전신마취)와의 차이점


수면내시경은 과거 실시해왔던 전신마취(주로 '흡입마취')와는 달리 이른바 '진정제'라 불리는 의약품을 통해 마취를 실시한다는 점에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흡입마취의 경우는 기화기를 이용하여 일정농도를 호흡계통으로 투여함으로써 비교적 마취의 수준을  조절하기 용이한 편인데 비하여, 정맥마취의 경우에는 약물의 효과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 강도를 쉽게 조절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면내시경에 주로 사용되는 진정제는 프로포폴, 미다졸람, 벤조디아제핀, 펜타닐 등이 있으며, 그 중 주로 문제되는 약제는 프로포폴이기에 프로포폴에 대해서 정확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3. 프로포폴(Propofol)에 대하여 


(의의) 프로포폴은 가장 최근에 소개된 정맥마취제로 치오펜탈(thiopental)과 유사한 작용을 가진 진정 최면제이고, 알킬페놀(alkyl phenol) 유도체이다.


(투약) 약제설명서에서는 마취발현의 임상적 징후가 나타날 때까지 환자의 반응을 관찰하여 약의 용량을 결정하는데, 전신마취를 유도하는 경우, 보통 건강한 성인에게는 10초마다 40mg을 정맥주사하고, 55세 미만의 성인에는 체중 kg당 1.5~2.5mg을 투여하며, 투여속도를 감소시켜 총 투여량을 감소시킬 수 있고, 55세 이상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감량하여 투여해야 한다. 또한  약제설명서에는 전신마취의 유지를 위해 성인 및 고령자의 경우 평균 투여 속도는 환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체중 kg 당 4~12mg/시간의 투여 속도로 마취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미다졸람(0.5~2.5 mg)이나 마약성 진통제(펜타닐 [25~75 mg] 또는 데메롤 [25~50 mg])가 동반 사용되거나, 노인 환자 또는 저혈량증 환자에게는 프로포폴 투여 용량을 줄여야 한다.


(부작용) 프로포폴의 부작용으로 저혈압, 호흡억제 등이 있는데, 프로포폴에 대한 길항제가 없으므로 고령의 환자에게는 그 투여량을 감량할 필요가 있으며, 심장, 호흡기계, 신장 또는 간장손상환자에게는 신중히 투여하여야 하고, 프로포폴에 의한 수면내시경 검사를 시행하는 경우 기도유지와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춘 상태에서 심폐소생술에 전문 식견을 가진 의사가 사용해야 하며, 검사 중에는 지속적으로 산소포화도, 혈압, 심전도를 계속적으로 감시하여야 한다.


(주의사항) 프로포폴 수면마취시 시술이나 수술에 참여하지 않은 독립된 의료진에 의해 수면마취의 깊이와 환자의 산소포화도, 혈압, 맥박수 등이 지속적으로 감시되어야 하고, 언제든지 자발호흡이 없어지는 전신마취 상태로 빠지거나 심한 심혈관계 부작용이 발생 가능한 점을 고려하여 호흡억제, 무호흡, 심혈관계 부작용 등에 대한 처치 약제, 의료기구, 환자 상태 감시 장치가 준비되어 있는 상태에서 사용되어야 한다. 아울러 수면마취 중에는 언제든지 정상적인 기도 유지 기능이나 호흡 또는 의식이 억제 또는 소실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미국과 우리나라의 FDA 규정에는 필요시 언제든지 전신마취로 전환 가능한 의료진에 의해서 시술되도록 규정되어 있다.




4. 마취 전 환자평가의 중요성


프로포폴의 경우 좁은 치료범위(therapeutic window)로 시술자가 계획한 진정 상태보다 깊어져 시술 중 언제든지 전신마취 상태에 준하는 상태로 전환이 가능하므로, 프로포폴 진정은 미다졸람이나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하는 전통적인 진정과 달리 보다 주의 깊은 관리와 감시가 필요하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아래의 항목을 포함한 “진정 전 적절한 환자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으로 보며, 만일 이와 같은 환자평가를 실시하지 않음으로써 환자에게 마취사고가 발생하였다면, 담당 의료인은 이에 따른 법적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1. 진정 전 활력징후(baseline vital sign)

2. 미국마취과학회 신체상태 분류(American Society of Anesthesiologists [ASA] physical status)

3. 기도의 이학적 검사(기능적 및 해부학적 요인으로 마스크 환기나 기관내삽관에 어려움을 제공할 수 있는 위험인자 파악)

4. 과거 진정 및 마취 시 특이사항

5. 현재 약물 복용 상태 및 약제 알레르기

6. 동반 심혈관계 및 호흡기 질환 

7. 가임기 여성의 경우 현재 임신 여부

8. 진정 처치 후 귀가 시 안전 문제 고려(처치 후 귀가 시 보호자 동행을 권장하나, 개별 환자 별로 진료의사가 선택적 적용 가능)




5.수면 마취 중 발생한 의료사고의 판결례


법원은 프로포폴을 이용하여 마취를 실시하던 중 환자에게 호흡부전이 발생함에 따라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하여 결국 식물인간이 된 의료사고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의료진의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경과관찰 상의 주의의무 위반]     

 프로포폴은 기도반사억제, 기도폐쇄, 호흡억제, 저혈압, 서맥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성이 있는 마취약제로서, 프로포폴을 사용하여 환자를 마취하는 의사는 약물 투여 후 작용이 지속되는 동안 환자의 혈압, 맥박, 호흡, 산소포화도 등을 면밀히 관찰하여야 함     

프로포폴로 유도되는 수면마취 상태는 전신마취상태와 명확히 구별되는 것이 아니라 시술 중 투여되는 용량에 따라 “얕은 진정상태 ⇨중증도의 진정 상태 ⇨깊은 진정 상태 ⇨전신마취 상태”의 연속선상에서 그 마취의 정도가 수시로 변하게 되므로, 프로포폴에 의한 수면마취를 실시하는 경우에는 시술이나 수술에 참여하지 않은 독립된 의료진에 의해 수면마취의 깊이와 환자의 산소포화도, 혈압, 맥박, 호흡 등이 지속적으로 감시되어야 하고, 아울러 자발호흡이 불가능한 전신마취 상태로의 전환이나 심각한 심혈관계 부작용의 발생에 대비하여 감시장비, 처치 약제, 의료기구 등이 완비되어 있어야 함     

특히 환자가 엎드린 자세에서 수면마취 상태로 시술을 진행하여야 하는 상황에서는 환자의 기도유지 여부 및 호흡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그 시술 과정에서 환자의 활력징후에 대하여 더욱 세심한 감시가 필요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이 사건 시술 과정에서 피고병원에 구비되어 있던 2대의 산소포화도 측정기 중 환자의 손가락에서 측정기가 빠지거나 접촉 불량이 되는 경우에도 경고음이 울리지 않는 부실한 감시장비를 사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시술에 참여하지 않는 독립된 의료진으로 하여금 원고의 활력징후를 감시하도록 하지도 아니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원고의 산소포화도 저하가 지속되어 청색증이 발생할 때까지도 위와 같은 임상상태의 변화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임

비록 이 사건 시술 당시 피고 의원 소속 간호사인 피고C가 수술실에 동석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C는 피고B의 지시에 따라 시술 기구 전달이나 시술부위 지혈 등의 보조업무를 수행하였을 뿐이므로,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고B가 시술에 참여하지 않는 독립적인 의료진으로 하여금 원고의 활력징후를 감시하게 하는 조치를 취하였다고 볼 수도 없음           


[응급처치상의 주의의무 위반]     

프로포폴 투약의 부작용으로 호흡이 억제되어 산소포화도가 감소하게 되면 심장기능 저하 및 뇌손상이 유발되고, 이러한 상태가 4~5분 이상 지속될 경우에는 추후 심폐기능이 회복되어도 뇌손상은 회복되지 않을 위험성이 매우 큰 점     

따라서 피고 B으로서는 원고의 산소포화도가 65%까지 저하되고 전신에 청색증이 나타난 것을 확인한 즉시 곧바로 15L/분의 고용량의 산소를 공급하고, 원고에게 심정지가 발생한 이후에는 심폐소생술과 함께 에피네프린이나 아트로핀 등의 강심제 투여 조치를 취하였어야 할 것으로 보이는 점

그러나 피고 B은 위와 같은 응급상황에서 원고에게 5L/분의 산소를 공급한 것에 그쳤을 뿐만 아니라, 원고가 심정지 상태에 이르러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으로 이송될 때까지도 강심제 등 응급약물을 투여한 바도 없는 점

피고 B은 원고의 저산소증 발생 이후 기관삽관을 실시하였으나 그 술기가 미흡하여 기관내 튜브가 계속해서 빠지는 바람에 원고가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으로 이송될 때까지 기관삽관을 3차례나 반복 실시함으로써 원고의 예후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점          


[설명의무 위반]     

프로포폴을 사용한 수면마취의 경우 기도반사억제, 기도폐쇄, 호흡억제, 저혈압, 서맥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성이 있으므로, 피고 B으로서는 이 사건 시술에 앞서 원고에게 프로포폴을 사용한 수면마취의 방법과 그 필요성 및 부작용, 이와 더불어 국소마취 방법에 의한 시술 가능성과 그 부작용 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위 각 마취방법의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어떠한 방식으로 시술을 진행할 것인지에 관하여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아야 함

피고병원 진료기록의 내용만으로는 피고가 원고에게 위와 같은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결국 피고는 원고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원고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음



6. 수면내시경 의료사고 발생시의 체크리스트


만일 수면내시경 실시 중 환자에게 호흡곤란 등으로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하는 등의 의료사고가 발생하였다면 반드시 다음 각 내용을 체크해 보아야 한다.


- 환자가 수면내시경을 실시해서는 안되는 기왕증을 보유하고 있었는지 여부

- 담당의료인이 수면내시경 실시 전 환자의 건강상태를 충분히 확인하였는지 여부

- 수면내시경 실시 중 '독립된 마취전담의'에 의하여 환자의 건강상태가 관찰되고 있었는지 여부

- 투약한 마취제의 용량, 속도가 적정하였는지 여부

- 환자의 상태가 악화된 이후 신속한 응급조치가 이루어졌는지 여부

- 마취기록이 충실하게 작성되었는지 여부


만일 위 내용 중 어느 하나라도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 의료기관은 수면내시경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7. 결어


최근 병원운영상의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이유로 많은 의료기관에서 건강검진을 비롯한 수면내시경시술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마취과 전문의를 구하기 어려워 대부분의 의원급 또는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는 마취과 전문의 없이 자체 의료인력으로만 수면내시경을 실시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내 의료법에 따라 의사자격을 취득한 의료인이라면 누구나 합법적으로 수면내시경 시술을 실시할 수 있다할 것이지만, 의사들은 각자의 전문영역이 있는 관계로 모든 의사들이 프로포폴 등의 마취약제 사용방법을 숙지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고위험군 환자에게 수면내시경을 실시하는 경우 과다한 마취제를 투약하거나, 환자의 과거력에 비추어 부적절한 마취약제를 선택하거나, 호흡저하 등의 응급상황이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하여 적절한 응급조치를 취하지 못함으로써 의료사고를 유발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가고 있기에, 이에 대한 의료인들의 자정노력이 시급해 보인다. 


환자들은 수면내시경을 실시받기 전에 해당 의료기관에 마취과전문의가 상주하고 있는지 여부, 만일 상주하고 있지 않다면 수면내시경 실시 중 누가 마취경과관찰을 하는 것인지 여부, 응급상황발생시 적절한 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는 의료인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 자신에게 사용될 예정인 마취약제가 무엇인지 여부, 자신의 과거 병력에 비추어보아 해당 마취약제가 적절한 것인지 여부 등에 관하여 상세히 알아본 뒤, 수면내시경 실시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할 것을 권한다.


 수면내시경이 단순히 낮잠을 자는 것이 아님을 자각하지 않는다면, 그 수면에서 더 이상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관련 문의 : 정현석 변호사 (법무법인 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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