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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석변호사 Apr 14. 2017

문명을 가장한 야만(Barbarism)

법률은 문명인가, 야만인가? [영화 '아이언맨'으로부터]




1.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스타크는 우연한 계기로 테러범들에게 납치된 후, 자신이 발명한 무기들이 악당들의 살인과 약탈에 악용되고 있는 것을 확인한다. 이에 그는 테러범들로부터 구출된 후, 공격무기 개발에 헌신했던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고, 앞으로 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 것이라 발표하며 자신의 주 수입원인 무기공장을 폐쇄하기에 이른다. 그후 그는 자신만 사용할 수 있는 강철갑옷 '아이언맨' 수트를 입고 세상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다.




2. 

토니스타크를 속이고 테러범들에게 물건을 팔아넘겼던 악당 '오베다이아'는 어느덧 토니스타크로부터 아이언맨 기술을 약탈한 뒤 또 다른 강철갑옷을 생산하여 테러단체에 팔아넘기려 한다. 오베다이아는 토니스타크와의 격투 중 절벽에 매달린 토니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다. 


"우습지 않은가 토니? 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당신이 가장 최고의 무기를 만들어냈으니... 나는 이제 그 무기로 너를 죽이겠다

(How ironic, Tony! Trying to rid the world of weapons, you gave it its best one ever! And now, I'm going to kill you with it!)"





3.

나는 현직 변호사로서 과연 현재의 대한민국 법률이 그 존재의 목적을 얼마나 실현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깊은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약자의 방패로 작용하기를 바랬던 법률은 어느덧 약자의 목을 조이는 무기가 되어버리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제정했던 법률은 어느덧 위정자의 책임회피 수단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4.

의료사고의 피해자가 그 억울함을 호소하면 법원은 이를 인정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외면한다. 피해자의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높은 수준의 위자료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호소하면, 신체장해가 없으므로 법원 내부 산식에 따라 소액의 위자료밖에 인정할 수 없다고 일축한다(법원은 위자료 산정에 관한 내부기준을 운영하고 있으며, 동 기준에 따르면 장해율이 위자료 규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의료사고로 피해자가 사망하여도, 피해자가 고령(가령 만60세 이상)이면 휴업손해를 인정하지 않고 장례비와 위자료만을 인정한다.


피해자가 평생의 노력으로 일구어 놓은 건축물의 준공을 며칠 앞두고 사망한 경우, 평생을 애지중지 키운 딸아이의 결혼을 앞두고 사망한 경우, 초등학교시절부터 대학시절까지 플룻을 전공하며 오로지 플룻 연주자의 꿈만을 꾸며 정진해왔던 환자가 양악수술 부작용으로 더 이상 악기를 연주하지 못하게 된 경우에도, 법률은 이를 '특별손해'라 하여 가해자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가 아니라면 이에 대한 배상책임을 부여하지 않는다



"법률은 문명인가, 아니면 문명을 가장한 야만인가?"




5.

토니스타크는 세상의 방패로 작용하기를 바라며 '아이언맨'을 발명했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또 다른 무기가 되어 세상을 위험에 빠트렸다. 법률 역시 비록 제정 당시에는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하더라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어느덧 우리를 공격하는 무기가 되어 되돌아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무릇 국민은 법률에 관하여 '방패'라는 목적에만 매몰되어서는 안되며, 끊임없이 법률의 당위성과 공정성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함으로써 우리 스스로를 지켜야 할 것이다.




정현석 변호사 (법무법인 다우)

연락처 : 02-784-9000

이메일 : resonancelaw@naver.com

홈페이지 : http://www.medlaw.co.kr

블로그 : http://blog.naver.com/resonance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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