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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석변호사 Mar 28. 2017

현상과 본질의 차이

"무릇 흔들리는 것은 우리의 마음 뿐이다."



1.
본질은 현상을 낳고, 사람은 그 현상을 인식한다. 이러한 이유로 사람은 사물의 본질을 직접 인식하기 보다는 현상을 인식함으로써 그 본질을 추단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과정에서 상당한 오류가 발생한다.  



2.
명품백은 현상이요, 그 명품백을 구매할 수 있는 소득은 본질이다. 소득은 현상이요, 그 소득을 발생시킬 수 있는 능력은 본질이다. 능력은 현상이요, 그 능력을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과 시간은 본질이다.



3.
명품백이 걸려있는 누군가의 어깨를 바라보며, 그 사람의 소득을 추단하고, 그 소득을 얻을 수 있었던 능력을 추단하며, 그 능력을 만들어낸 노력과 시간을 추단함으로써, 자신도 모르는 사이 호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호감은 직관적인 것으로서, 그 감정의 형성과정을 인지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이러한 내적 논리가 바탕이 되어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4.
다만, 그 직관적 호감의 본질을 잊고 호감 자체에만 매몰되다보면, 논리적 오류에 빠지기 쉽다. 만일 그 명품백이 누군가의 재산을 강탈한 돈으로 구입한 것이라면? 그저 누군가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서 빚을 내어 산 것이라면?



5.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명품백에 호감을 갖게 되었다면, 이는 '본질을 추단함으로써 형성되었던 직관적 호감'과 '현상 자체에 대한 호감' 사이에 혼동이 발생했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6.
'수상개화(樹上開花)' : 본래 꽃을 피울 수 없는 나무에 조화를 진짜 꽃처럼 장식하여 상대방을 속인다는 것으로서, 병법 삼십육계 중 29번째 계책을 말한다. 적군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조화 밑에 가려진 본질을 보지 못할 경우 상대방의 계책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7.
무릇 본질을 외면하고 현상만을 추구하다보면, 수상개화의 간계에 현혹되기 쉽다. 더군다나 눈감으면 코베어간다는 말이 결코 허상이 아닌 것으로 느껴지는 대한민국 사회를 살아가고자 한다면, 현상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본질을 추구하는 눈을 가져야 한다.



8.
본질은 늘 같은 곳에 있으며, 무릇 흔들리는 것은 우리의 마음 뿐이다. 영화 '달콤한 인생'의 마지막 내래이션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어느 맑은 봄날,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제자가 물었다.


“스승님 저것은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겁니까 바람이 움직이는 겁니까”


스승은 제자가 가리키는 것은 보지도 않은 채, 웃으며 말했다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니 마음 뿐이다"




정현석 변호사 (법무법인 다우)

연락처 : 02-784-9000

이메일 : resonancelaw@naver.com

홈페이지 : http://www.medlaw.co.kr

블로그 : http://blog.naver.com/resonance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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