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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석변호사 Aug 04. 2017

감정 소각(燒却)

당신은 감정해소 방법을 확보하였는가?



1.

내 앞에 수학문제가 놓여있을 때는 수학공식을 적용하여 문제를 풀면 되고,  흩어진 퍼즐이 있으면 퍼즐모양을 고려하여 맞추면 될 것이며, 영어단어의 뜻이 궁금하면 검색해보면 될 것인데, 형언하기 어려운 감정이 발생했을 때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난감하다.


우리는 감정(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기 위하여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거나, 술을 한잔 기울이며 대화를 하거나, 기분 내키는대로 영화를 한 편 찾아보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감정의 해소방법을 찾지 못하였거나, 비록 해소방법을 찾았다 하더라도 감정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을 때부터는 조금씩 문제가 누적되기 시작한다. 




2.

누군가와 대화를 하며 감정을 해소하던 사람에게 더 이상 대화할 상대가 없어졌다면? 

술을 한잔 기울이며 감정을 해소하던 사람의 건강이 악화되어 더 이상 술을 마실 수 없게되었다면? 

영화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감정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결국 감정은 해소되지 않은채 마음 한 구석에 누적되어 쌓여가고, 이와 같이 쌓인 감정은 호시탐탐 분출구를 노린다.




3.

감정이 분출되는 경우는 크게 두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1) 감정을 억제하는 이성의 힘이 약해졌을 때 

2) 이성으로 더 이상 억누르지 못할 정도의 감정이 쌓였을 때


1)의 경우는 아마도 과다한 음주를 하거나 피로가 누적된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므로, 과도한 음주를 자제하고 건강관리에 노력함으로써 갑작스러운 감정분출로 인하여 발생하는 문제를 어느정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지만, 2)의 경우는 본인의 의지로 해결할 수 없는 경우로서 '억제'는 불가능하고 '관리'를 해야한다.




4. 

감정을 관리한다는 것은 어떠한 감정을 갖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감정은 본질적으로 통제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며, 그저 그 감정을 표현하지 않거나 또는 감정을 외면하고 있을 뿐이라고 본다(길가다가 모르는 사람에게 따귀를 후려맞고도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그러므로 '감정을 관리한다'는 것의 의미는 "감정이 누적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해소(소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것이다. 




5.

그렇다면 감정을 해소하는 방법이 궁금해질 터인데, 감정을 해소하는 방법에는 정답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보면, 막연히 아무생각 없이 시간의 흐름에 부유하는 것(소위 '멍때리기' 또는 'X 만드는 기계로 살기')보다는, 부정적 감정의 원천으로부터 동떨어진 다른 무언가에 '집중'하는 것이 감정의 해소에 높은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이를테면, 프라모델 조립하기(집중력이 필요하다), 영화 분석하기(단순히 눈과 귀로만 즐기는 것보다 더 집중이 필요하다), 여행 다녀오기(새로운 공간에 집중하게 된다), 악기연주하기(속세와는 전혀 관계 없는 선율과 리듬에 집중하게 된다), 등산하기(사람들로부터 벗어나 나무들의 세상에 몸을 맡기게 된다) 등을 통해서, 감정의 조각들이 해소되지 않은 채 누적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6.

다만, 감정해소방법은 일정한 시간, 공간 그리고 물리적 작용이 필요하기에, 감정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감정해소방법을 찾기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감정해소에 관하여 흔히 범하는 오류 중 하나는 누적된 감정에 압도된 나머지 아무런 일도 시작하지 못한 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감정이 해소되기를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것인데, 적어도 육체를 움직일 수 있는 체력이 회복되었다면 감정해소를 위하여 적극적으로 감정소각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는 마치 가려운 등을 긁어서 가려움을 해소하는 과정과 유사한 것인데, 등을 긁으려면 팔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7.

예전에 보았던 드라마의 어느 한 장면이 생각난다. 화가 난 주인공이 격정적인 감정을 이기지 못해 집에 있는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이 깨질 듯이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3악장을 연주하는 장면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인물은 피아노 연주를 하고난 뒤 조금이라도 분노의 감정이 소각되었을 것이므로 건강한 감정해소방법을 사용하고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남는다. 


다만, 피아노 연주방법을 모른다면 이와 같은 감정해소방법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본인에게 맞는 감정해소방법을 찾지 못한 자라면, 바쁜 일상 중에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어 이를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감정해소방법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는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누적된 부정적 감정에 압도되기 쉽고, 때로는 이러한 감정이 누군가의 생명을 좌우하는 경우도 있다


감정해소방법을 확보하였는지 여부는 어쩌면 당신의 연봉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정현석 변호사 (법무법인 다우)

연락처 : 02-784-9000

이메일 : resonancelaw@naver.com

홈페이지 : http://www.medlaw.co.kr

블로그 : http://blog.naver.com/resonance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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