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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석변호사 Oct 25. 2017

의료사고의 유형별 대응방법[12. 개물림과 감염치료]

연예인 최시원 프렌치불독 사건에 비추어



최근 유명 연예인 최시원씨의 프렌치 불독이 이웃주민에게 상해를 가한 뒤 피해자가 약 6일만에 패혈증을 원인으로 사망한 사고가 발생하여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는 이 사건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관한 것인데, 이에 관한 언론 기사들을 보면 특정인의 견해를 퍼다 나르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기에, 언론기사만으로는 사건의 내용을 심도있게 파악하기 어렵다. 이에 이 사건에 대한 견해를 간략히 정리하고자 한다.



1. 개물림(Dog-bite) 사고 일반


개물림 사고는 생각보다 흔한 사고로서, 미국을 기준으로 한다면 연간 470만 건 정도가 발생하며(동물 물림<animal bite>사고 총 수의 80% 수준), 그 중 15~20% 가량에서 감염증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약 80만명 정도가 병원에 방문하며, 그 중 약 38만6천명 정도가 응급실에 방문하고, 그 중 12명 정도는 사망한다. 아울러 대부분의 개물림 사고는 이미 알고 있는 동물에 의하여 발생하며(친밀하던 그렇지 않던), 상당수는 동물 간 싸움을 말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물림 사고의 피해자 프로파일을 분석해보면, 5~9세 남아의 피해빈도가 높고, 4세 이하의 피해자 중 3분의 2는 주로 목이나 머리를 물리는 양상을 나타낸다.

개물림에 따른 감염은 물린 후 8~24시간 후부터 악취를 유발하는 삼출물, 봉와직염과 함께 통증이 발생하는 양상을 나타낸다. 감염발생양상은 주로 물린 부위에 국소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때로는 전신감염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특히 면역억제제를 투여하고 있거나 비장을 절제한 환자 등의 경우에는 패혈증을 비롯한 전신성 감염을 유발할 수 있기에 치료에 신중해야 한다.



2. 개물림에 의하여 패혈증이 유발되는 기전


앞서 살핀 바와 같이 개물림에 의하여 전신성 감염이 발생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으나, 개의 구강내에 서식하는 C. canimorsus 균의 경우에는 전신성 감염, 파종성 혈액응고, 신부전 등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균은 고체배지에서 배양하는 것이 매우 어려우므로, 혈액배양검사 수행 시에는 반드시 액체배지에서 배양하는 것이 권고된다. 특히 깊은 개물림(dog-bite)이 있을 경우 해당 부위를 통하여 세균이 침투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봉와직염(연조직염)이 발생할 수 있고, 봉와직염을 적시에 치료하지 않을 경우 세균이 혈관 내부로 침투하여 패혈증으로 확대될 수 있으므로, 초기에 감염여부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감염이 발생한 경우 신속하게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3. 녹농균에 의한 패혈증


연예인 최시원씨의 프렌치불독 사건에 관하여, 피해자의 사인이 녹농균에 의한 패혈증으로 알려졌으나 해당 프렌치불독의 구강검사 결과 녹농균이 검출되지 않았기에 사건은 더욱 미궁으로 빠져드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는 우선 녹농균의 특성에 대하여 알아보아야 하므로 이를 살펴본다. 


녹농균은 대부분 습한환경에서 발견되는 균으로서, 단순한 접촉만으로 집락이나 감염에 충분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녹농균에 감염되었다 하더라도 감염숙주의 신체가 손상되었거나 면역이 저하된 상태가 아니라면 감염증상을 일으키지 않으며, 그 외 잠정적인 병독인자들이 있어야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발열성 호중구감소증상 등을 나타내는 환자가 아니라면 일단 녹농균에 감염되었다 하더라도 급성패혈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4. 최시원 프렌치불독 사건에 대한 의견


아직 사건의 사실관계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기에 이 사건에 대하여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할 것이나, 적어도 알려진 사실관계에 따른 의견은 다음과 같다.


1) 피해자의 사인이 녹농균에 의한 패혈증이었던 점, 2) 프렌치불독의 구강 내에서 녹농균이 검출되지 않았던 점, 3) 사고 당시에는 미량의 출혈이 있었을 뿐 주된 혈관(정맥, 동맥)이 손상된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4) 이에 비추어보면 비록 개에게 물린 상처가 깊었다 하더라도 그로부터 6일 만에 사망할 정도로 다량의 녹농균이 주된 혈관에 침투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프렌치불독으로 인한 개물림이 패혈증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1) 동물에 의한 물림이 있을 경우 상처부위를 통하여 외부물질(자택 또는 병원내)에 상재하던 녹농균이 침투될 가능성이 있는 점, 2) 이러한 이유로 일단 개물림이 발생하였다면, 담당의는 환부 조직에 대한 세포배양검사를 실시하는 등의 진단조치 및 경험적 항생제 처방을 실시하고 환자를 추적관찰함이 타당한 점 3) 그에 비하여 피해자가 사고당일 상처부위 부종 등을 호소하여 의료기관에 내원한 뒤 당일 귀가한 것으로 보아, 해당 의료기관이 환자의 봉와직염에 대한 진단이나 치료를 적절히 수행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비록 담당의가 항생제와 파상풍 주사를 처방하였던 것으로 보이나 처방 후 이에 대한 경과관찰을 소홀히 하였다면 업무상의 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 4) 이러한 점에 비추어보면 봉와직염에 대한 적절한 경과관찰이 이루어지지 않은 사이 녹농균이 증식함으로써 패혈증이 유발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건대, 이 사건 피해자 사망에는 봉와직염에 대한 경과관찰상의 과실이 개입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다만, 의료진이 감염을 의심하여 일정 기간 뒤 다시 내원을 하여 추적관찰을 받을 것 등을 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등의 사실이 인정된다면 본 건 의료진에게 의료상의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5. 개물림 사고와 의료사고가 경합된 경우의 법적 책임


만일 위와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면, 이 사건 프렌치불독의 견주 최시원씨는 법적 책임을 면하는 것일까? 대법원은 이와 같이 1차적 불법행위와 2차적 의료사고가 경합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의 법적 책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한 바 있으므로 참고할 만하다.



 “교통사고로 인하여 상해를 입은 피해자가 치료를 받던 중 치료를 하던 의사의 과실 등으로 인한 의료사고로 증상이 악화되거나 새로운 증상이 생겨 손해가 확대된 경우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와 같은 손해와 교통사고 사이에도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교통사고와 의료사고가 각기 독립하여 불법행위의 요건을 갖추고 있으면서 객관적으로 관련되고 공동하여 위법하게 피해자에게 손해를 가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공동불법행위가 성립되어 공동불법행위자들이 연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출처 : 대법원 1997.08.29. 선고 96다46903 판결 손해배상(자) [공1997.10.1.(43),2851])



 위 판례는 비록 교통사고와 의료사고가 경합한 사건에 대한 것이기는 하나, 교통사고와 개물림사고의 법적 지위가 크게 다르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에 대하여도 충분히 유추적용 가능하다고 본다. 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서로 다른 불법행위가 경합하여 피해자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1) 두 개의 행위가 각기 독립하여 불법행위의 요건을 갖추고 있고, 2) 객관적으로 관련되어 있으며, 3) 공동하여 위법하게 피해자에게 손해를 가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공동불법행위가 성립되어 양자가 연대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의 경우, 1) 최시원씨가 관리상의 부주의로 자신이 소유한 프렌치불독에 의하여 피해자에게 피해를 유발하였다는 점에 다툼의 여지가 없으며(독립적 불법행위), 2) 의학적 상식에 비추어보건대 해당 상처부위를 통하여 감염이 이루어졌다고 보여지고, 3) 개물림 사고를 치료하기 위한 과정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한 것이며(객관적 관련성), 4) 두 행위는 모두 위법한 것이라는 점 역시 다툼의 여지가 없다할 것이므로, 이 경우 최시원씨와 담당 의료기관은 피해자의 사망에 대하여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부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는 민사적 손해배상책임에 한정되므로, 이 사건 피해자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의료상의 과실 때문이었다면 최시원씨는 이에 대한 형사책임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 위 의견은 의료기관 담당의에게 의료상의 과실이 있었을 것을 전제로 평가한 것이므로, 의료상의 과실이 없었다면 검토의견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관련 문의 : 정현석 변호사 (법무법인 다우)

연락처 : 02-784-9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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