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상건막하출혈(subgaleal hemmorhage)과 관련하여
근래 자연분만을 선호하는 사회적 경향에 따라, 만일 산모에게 자연분만의 금기증이 없다면 일단 자연분만을 시도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연분만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태아의 자궁 내 환경이 악화되거나 여타의 사정으로 태아의 심박수가 안심할 수 없는 상태(이른바 ‘태아곤란증’)에 이를 경우, 분만담당의는 흡입분만 또는 제왕절개술 등의 수술적 분만을 고려하게 된다.
그에 비하여 최근 이른바 ‘자연주의’ 등을 표방하는 일부 산부인과 의료기관에서 마케팅을 위한 자체 통계수치('3년 연속 자연분만 성공' 등)를 유지하는 것에 집중한 나머지, 응급 제왕절개수술의 가능성을 배제한 채, 환자에게 분만 진통이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힘을 내는데 좋다며 분만 중에 음식을 섭취하도록 권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하므로 주의를 요한다.
의료기관에서 수술 전 금식조치(이른바 'NPO')를 취하는 이유는, 금식조치 없이 위급한 상황에 전신마취를 실시할 경우 위장관 내에 있는 음식물이 역류함으로써 기도가 폐쇄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만절차의 특성상 분만 중 어떠한 응급상황이 발생할지 알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분만 중에 음식물을 섭취한다면, 응급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전신마취를 실시할 수 없게 되어 산모 뿐 아니라 태아의 생명까지도 위태로울 수 있다. 아무쪼록 산모들도 분만 전에 이에 대한 사전 지식을 충분히 습득해야 불의의 사고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하 흡입분만으로 인한 의료사고에 대하여 설명한다.
흡입분만이란 흡입기를 태아 두피에 부착시킨 후 견인하여 태아의 머리를 분만시키는 방법으로, 대개 분만 2기 지연, 산모의 탈진 등의 경우에 많이 이루어진다. 흡입기를 태아 머리의 정확한 위치(소천문 3cm)에 부착시켜야 하고, 적절한 압력(500~600mmHg 이하)을 유지해야하며, 장기간 견인해서는 안되고, 시행 횟수도 많아서는 안된다.
미숙아, 혈액응고장애가 있는 태아, 얼굴태위, 아두골반 불균형이 있는 경우에는 흡입분만을 시행해서는 안되며, 4번의 흡입분만 시도에도 분만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분만방법의 재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뻥하고 소리가 나며 흡입컵이 빠지는 현상(pop-offs)은 피해야 하는데, 이러한 현상은 급속한 압박과 감압으로 두개내출혈, 망막출혈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반복된 pop-offs 현상과 연관된 손상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통상 한 번의 pop-offs 현상이 발생하였다 하여 흡입분만을 반드시 중단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흡입분만으로 인한 태아와 신생아의 합병증은 경한 두피열상에서부터 망막출혈, 좌상, 두혈종, 심각한 모상건막하출혈, 두개내출혈, 사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1998년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은 모상건막하출혈 및 두개내출혈 등 태아의 합병증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최근의 여러 문헌에 따르더라도 흡입분만은 겸자분만과 비교하여 모체손상의 정도는 더 낮으나 두혈종, 망막출혈 등과 같은 태아손상은 더 증가시킨다고 보고되고 있다.
앞서 살핀 바와 같이 분만 중 태아의 건강상태가 악화될 경우, 담당 의료진은 신속하게 태아를 자궁 밖으로 만출시켜야 한다. 자궁 내의 환경이 악화되었기 때문에 자궁 밖으로 만출시키는 것이 태아의 건강유지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 때 제왕절개수술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마취과 전문의가 대기하고 있어야 하고, 마취를 실시하기 위한 준비과정에서 소정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그 시간동안 태아의 상태가 더 악화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만일 산모가 분만 중 음식물을 섭취했다면 마취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에, 흡입기(Vacuum)를 이용한 분만을 실시하는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흡입분만 과정을 살펴보면, 태아의 아두에 흡입기(plunger)를 부착하여 음압을 가하고, 그 음압을 이용하여 강제로 태아를 만출시키게 되는데, 이 때 과도한 압력을 가하여 태아의 아두에 흡입기를 부착시킬 경우 태아의 두부에 외상(trauma)을 유발할 수 있기에 주의를 요한다. 특히 아두에 외상이 가해질 경우, 분만 중에 장시간 압력이 가해지는 것과 달리 다수의 출혈이 발생하게 되고 해당 출혈에 대하여 조기에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다양한 2차적 증상이 발생함에 따라 신생아가 사망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과도한 외력에 의하여 흡입분만을 실시한 후 발생하는 출혈의 양상 중 대표적인 것은 모상건막하출혈(subgaleal hemmorhage)이므로, 이하 이에 대하여 살펴본다.
모상건막하출혈은 두개골의 건막과 두피 사이에 생기는 혈종으로, 특히 출생시 중등도 또는 고도의 모상건막하출혈이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 임상적으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질환이라 할 수 있다. 모상건막하출혈은 자연분만(질식분만)과정에서 태아가 좁은 산도를 통과하면서 두부 손상을 입게 되어 그로부터 유발되기도 하나, 대개 흡입분만 또는 겸자분만 시행시 발생빈도가 현저히 높아진다(자연분만시 10,000명당 4명, 흡입분만시 10,000명당 59명이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다). 때로 태아의 선천성 출혈성 경향이나 범발성 응고장애에 의한 이차적 출혈이 그 원인이 되며, 거대아, 미숙아, 초산부, 난산, 급속분만 등도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모상건막하출혈의 초기 증상은 머리에서 물렁물렁하게 만져지는 종물, 머리둘레의 증가, 창백함, 활동성미약, 심박수의 증가, 호흡수의 증가 등이다. 이러한 증상은 서서히 발현되는 경우도 있는데, 특히 출혈이 지속되면 심한 빈혈, 경련, 혈액응고장애, 산증, 신장기능부전 등이 속발하여 치명적인 결과에 이를 수 있다. 모상건막하출혈은 근육과 힘줄이 붙는 부위에 출혈이 발생하는 것이어서 근육을 따라 등 부위 또는 전신성 출혈이 나타난다.
모상건막하출혈로 인한 사망률은 14~20%로 높은 편이고 진단시기가 늦어질수록 예후가 나쁜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므로 모상건막하출혈 발생시 신생아의 생존율을 높이려면 의료진이 이를 조기발견 또는 인지하여야 하고, 주의 깊은 경과관찰을 통한 적극적인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출생 후 몇 시간 동안은 태아의 머리둘레, 혈색소수치 및 혈압을 주기적으로 자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상건막하출혈에 대한 치료방법으로는 수혈 및 수액공급으로 신생아의 활력징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신선동결혈장으로 혈액응고장애를 교정하는 것 외에 해당 출혈을 멈추거나 지연시키는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다. 신장기능 부전이나 황달이 수반되는 경우 그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도 필요하다.
- subgaleal hematoma : 모상건막하혈종
- subdural hematoma : 경막하혈종
- epidural hematoma : 경막외혈종
- Caput succadaneum : 피하부종
- Cephalohematoma : 두개혈종
아울러 대한산부인과학회가 발간한 산과학 교과서에 따르면, 모상건막하출혈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재되어 있으니 참고할 만하다.
“이 출혈은 상당히 심각한 출생손상이다. 그 빈도는 1000명 출생당 9.5명으로 사망률이 14~20%로 보고되고 있다. 모든 모상건막하출혈의 절반 정도는 흡입분만과 연관된다. 흡입이나 무리한 회전이 일차적인 혈관파열을 초래할 것으로 여겨진다. 모상건막하출혈의 심각한 합병증으로 심혈관계이상, 심한빈혈, 지혈이상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이환된 신생아에 대한 진단이 늦어져 적극적인 치료를 할 수 없어서 발생한 경우가 많다. 즉, 빠른 진단 및 치료가 특히 중요하다.”
뇌성마비는 뇌가 미처 성숙되기 전에 뇌손상을 받을 때 생긴다. 뇌손상이 생길 수 있는 시기에 따라 ① 산전기(아기가 태어나기 전), ② 주산기(태어나는 동안), ③ 산후기(태어난 후) 세 시기로 나누어 볼 수 있으며, 그 중에서도 아기가 태어나기 전이나 태어나는 동안 뇌손상을 받는 경우가 많다. 태어난 후에 뇌손상을 받아서 뇌성마비가 되는 경우는 전체 뇌성마비 환자의 약 10%에 불과하다.
출산 전에, 즉 산전기에 뇌성마비가 생길 수 있는 원인으로는 유전적으로 오거나 선천적 기형과 관련될 수 있고 특히 엄마가 임신 중에 감염질환에 걸린 경우 뇌성마비를 가져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것은 임신 초에 더욱 중요한데, 임신 초기 3개월 간 풍진이나 매독, 또는 기타 바이러스 등에 감염되는 경우 위험하다. 이 밖에도 산모가 약물이나 알코올에 중독 증세를 보일 때 위험이 증가하고, 임신 중 사고를 당한다거나 산모와 아기가 혈액형의 문제가 있을 때(예를 들어 엄마가 RH- 아기는 RH+) 뇌손상을 입어 뇌성마비가 생길 수 있다. 아이들은 뇌 자체도 미성숙할 뿐만 아니라 뇌혈관이 약하고 물리적인 스트레스 등을 많이 받기 때문에 뇌혈류의 이상이 생기기가 쉽기 때문이다.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지난 기간이 32주 이하일 경우에는 뇌성마비가 생길 확률이 증가한다.
이 밖에도 아기를 낳을 때 난산이거나 아기가 분만 중 질식이 일어나거나 하여 뇌손상을 받을 수도 있다. 출생 후에는 아기의 뇌가 충분히 성숙되기 전까지, 즉 생후 2, 3세 전에 머리를 다치거나 뇌염이나 뇌수막염 또는 뇌종양을 앓는 경우 뇌성마비가 생길 수 있다.
산전기까지 정상이었던 태아에게 뇌성마비가 발생하는 원인의 상당수는 분만 담당의가 주산기에 흡입분만(또는 자연분만 중 과도한 자궁저부압박을 실시한 경우) 중 태아의 머리(아두)에 과도한 외력을 가함에 따라 뇌에 외상(trauma)이 발생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비록 외상이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조기에 발견하고 신속하게 치료하였다면 그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만 직후 청색증이 발생한 신생아에게 산소를 공급한 뒤 아프가점수(A/S)가 일시적으로 회복되었다는 사실만을 기초로 후속 경과조치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증상이 악화되어 뇌성마비로 진행될 수 있으므로 담당의료진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주산기에 강한 외력이 가해진 결과 뇌성마비가 발생한 사안의 법적 책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한바 있으므로 참고할 만하다.
대법원ᅠ1992.12.8.ᅠ선고ᅠ92다29924ᅠ판결ᅠ【손해배상(기)】
【판결요지】
가. 태아의 두개내출혈 등 두부손상이 분만 당시 의사의 과오에 의한 것으로 보이고, 출산 전후를 통하여 달리 뇌성마비의 원인이 될 만한 모체 또는 태아의 감염이나 이상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면 태아의 두부손상이 뇌성마비의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여 의사의 의료과오를 인정한 사례.
【이 유】
- 신생아의 뇌성마비의 발생원인으로서는 출산 전 모체의 감염(특히 임신초 3개월간에 있어서의 풍진, 기타 바이러스 감염 등), 방사선조사, 출혈, 중독증, 제대의 이상, 태반의 이상, 모체의 산소결핍상태 등에 기인한 임신중의 무산소증, 모체와 태아의 혈액형 부적합으로 인한핵황달, 태아의 미성숙(특히 미숙아에 있어서는 분만외상을 받기 쉽고 두개내출혈을 일으키기 쉬우며 또한 산소결핍을 일으키기 쉽다) 등이 있고 출산시의 원인으로 비정상분만, 특히 난산 등의 경우 기계적 요인(특히 본건과 같이 겸자 등 기계조작으로 생긴 분만외상으로 인한 두개내출혈 등), 기도의 폐색, 호흡마비양수흡인에 기인한 신생아가사(저산소증) 등이 있고 출산 후의 원인으로서는 두부외상감염, 뇌종양을 들 수 있다는 것이다.
- 위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원고 1의 출산 직후 발견된 비정상적으로 큰 두개혈종과 뇌부종 및 두개내출혈 등 두부손상은 원고 1의 분만 당시 소외 2가 위 인정과 같은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여 심슨겸자로 무리하게 태아의 머리를 집어 끌어내는 과정에서 가한 물리적 충격과 압박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고, 원고 2와 태아가 모두 출산 직전까지 극히 정상인 것으로 진단되었을 뿐 아니라 출산 전후를 통하여 달리 뇌성마비의 원인이 될 만한 모체 또는 태아의 감염이나 이상이 있었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는, 소외 2의 무리한 겸자사용으로 인한 두개내출혈 등이 원고 1의 뇌성마비의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겠다.
만일 흡입분만을 실시한 후 신생아에게 모상건막하출혈 기타 뇌출혈이 발생하였거나, 그로부터 일정시간이 경과한 후 뇌성마비 진단을 받게 되었다면 다음 각 내용을 확인할 것을 권한다.
1) 산전기에 뇌성마비가 발생할 수 있는 원인이 있었는지 여부(유전적 요인, 임신 중의 감염 등)
2) 산후기에 뇌성마비가 발생할 수 있는 원인이 있었는지 여부(외상, 뇌염, 뇌종양 등)
3) 두피부종, 모상건막하출혈 등 강한 외력에 의하여 발생하는 출혈이 있었는지 여부(분만 후 촬영한 뇌MRI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음)
4) 흡입분만 당시 어느 정도의 압력으로 몇회에 걸쳐 흡입분만을 시도하였는지 여부
5) 흡입분만 중 ‘pop-offs’ 증상은 없었는지 여부(이에 대한 진료기록이 상세하지 않으므로, 산모 또는 분만실에 체류했던 보호자의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음)
관련 문의 : 정현석 변호사 (법무법인 다우)
연락처 : 02-784-9000
이메일 : resonancelaw@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