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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석변호사 Apr 01. 2016

여보게, 자네 자영농이 되어보지 않겠는가?

(영국의 인클로져 운동으로부터)



휴일에 서점에 가서 책을 읽는 습관이 있다. 


주로 종로 영풍문고 서양서적 부근에서 얼쩡거리곤 하는데, 읽다 보니 재미있어서 서 있는 상태로 책 한 권을 끝까지 읽곤 한다(비싼 전문서적들을 많이 구입하고 있으니 민폐는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음).


특히 인상 깊게 읽었던 책 중에는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라는 책이 있는데,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현대인들은 왜 불안해하는가에 관한 작가 나름의 생각을 기재한 것이다.


그중 마음 깊이 와 닿았던 내용이 있기에 일부를 발췌해서 기재해 본다.




산업혁명의 물결이 유럽을 뒤덮고 있던 시절 영국에서는 '인클로져 운동'이라는 사회적 움직임이 있었다.


종래 소규모 농토를 소유하고 있던 농민(이른바 '자영농')들이 농업의 채산성이 떨어지자 자신의 농토를 지주에게 헌납하고 그 대가로서 작황 여부와 관계없이(풍작이든 흉작이든) 일정한 수준의 재화를 취득하는 움직임이 확대되어 갔는데, 


 특히 당시에는 산업혁명으로 인하여 지방 중심의 농업이 쇠퇴하고 도시 중심의 공업이 발달함에 따라 도시로의 인구유입이 확대되고 있던 시절이라 이와 같은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소작농 작황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재화를 취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본인이 아무리 노력한다 하더라도 약속된 재화 이상의 대가를 수령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그에 비하여 자영농은 이와 반대의 장단점이 있을 것이고).


다만 이러한 소작농화 현상(인클로져 운동의 파생효과)은 현대에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우리 시대의 청년들에게 전달하는 나름의 메시지가 있다고 본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유래 없는 근로자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유래 없는 근로자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다.


고등학생은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노력하고 대학생은 좋은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일반적이니, 어느덧 소작농 공급은 늘어나고 자영농 공급은 줄었다. 


결국 소작농(근로자)이 갈 곳이 모자라지니, 지주(기업)의 힘은 상대적으로 커지며, 

이로 인하여  소작농의 사회적 지위는 점점 저하된다.


이를 막기 위하여 정부와 의회는 근로기준법 등의 많은 법률과 규제를 만들어내지만,  

근로자의 사회적 지위 하락을 막는 것은 많이 힘겨워 보인다.






직장인의 불안함은 본인의 미래를 본인이 선택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시작된다.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업무를 배정받고,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퇴사를 강요받으며,  

본인의 노력과는 다른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이와 같은 불안함은 우리가 소작농이 되고자 선택한 것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본인의 미래를 본인이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 소작농의 본질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던지고 싶어 지는 말이 있는데,



여보게, 자네 자영농이 되어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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