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광활한 우주를 그려내는 SF 영화 속 장면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이 존재론적 질문 앞에 멈춰 선다.
약 138억 년 전 빅뱅으로 시작된 우주는 지금 이 순간에도 팽창하고 있다.
이 광대한 우주의 한 귀퉁이에서 약 45억 년 전 탄생한 지구는 생명의 터전이 되었고, 그 위에서 원시 수프(primordial soup)로부터 진화한 인간은 지능과 언어, 전두엽의 발달을 통해 독자적인 존재로 성장했다.
우리는 기아와 전쟁, 질병과 천재지변을 견디며 역사를 써 내려왔다.
특히 20세기 서양의 환원주의는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라는 두 축을 통해 거시 세계와 미시 세계를 아우르는 인식의 틀을 마련해 주었다.
관측 가능한 우주에서부터 초은하단, 은하계, 항성, 행성, 위성, 그리고 인간, 세포, 분자, 원자, 전자와 원자핵, 쿼크, 끈에 이르기까지 — 우리는 점점 더 깊이 파고들며 존재를 이해하려 애썼다.
인간은 원자보다 작은 입자에서 우주의 끝자락까지 스케일을 확장하며 존재를 인식해 왔다. 아래 이미지는 그 스펙트럼을 과학의 다양한 분야와 함께 시각화한 것이다.
� The Scientific Universe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The_Scientific_Universe.png
라이선스: CC BY-SA 4.0
더 직관적으로 이 스케일을 체험하고 싶다면, 아래 인터랙티브 영상이 도움이 된다.
� The Scale of the Universe – YouTube
출처: YouTube ([영상 보기](https://www.youtube.com/watch?v=uaGEjrADGPA))
원작자: Cary Huang & Michael Huang (2012), © htwins.net
그러나 시공간을 왜곡하는 중력, 불확정성의 원리 같은 개념은 인간의 오감으로는 온전히 파악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어쩌면 인간의 불완전한 감각은, 11차원에 이른다는 우주의 본질을 끝내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게 하는 본질적 한계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더 성장해야 한다.
영화 속에서처럼 ‘그들’의 도움을 받든, 아니면 잠재된 뇌의 능력을 각성시키든 간에.
TARS가 말한 ‘그들’은, 아서 C. 클라크의 『유년기의 끝』에 등장한 오버로드의 카렐렌처럼 악마의 형상을 하고 있을까?
약 20여 년 전, 김희준 교수의 『자연과학의 세계』를 통해 처음으로 우주의 규모라는 개념을 접했다.
이 책은 단순한 과학 교양서를 넘어 인간이 원자에서 초은하단에 이르기까지 존재를 인식하는 방식—즉 ‘스케일의 연속성’—을 처음으로 알려주었다.
이 글에서 말한 ‘감각의 한계’는 어쩌면 그때부터 내 안에 조용히 자리해 온 오래된 화두였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