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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의 인간관계, 왜 '불가근 불가원'이 중요한가

by 김재균ㅣ밀리더스

창업을 하다 보면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을 ‘사람’에 쏟게 된다.
초기 팀 빌딩부터 투자자와의 관계, 고객 응대, 협력사와의 소통까지.
결국 사업의 대부분은 사람이 만든다. 그러나 사람 때문에 사업이 무너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창업자로서 되묻게 된다.
“나는 사람과 어떤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가?”

최근 들어 나는 ‘불가근 불가원’이라는 말의 무게를 체감하고 있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창업자에게 인간관계는 그 절묘한 균형 위에서만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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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가까운 관계가 초래하는 리스크

창업 초반, 대부분의 창업자는 관계에 많은 감정을 실어 버틴다.
가족 같은 분위기, 밤샘하며 함께한 동료, 나를 믿고 투자해준 사람들.
이들과의 관계는 분명 소중하다. 그러나 지나친 친밀감은 다음의 문제를 부른다.

업무와 감정이 뒤섞여 정확한 피드백이 어려워진다

문제가 생겼을 때 객관적인 의사결정이 불가능해진다

지나친 기대가 관계 피로감을 만든다

좋은 의도로 시작된 관계도
적절한 경계가 없다면 의도와 결과가 어긋나기 쉽다.


반대로, 거리감이 너무 큰 관계도 조직을 해친다

사람을 지나치게 업무 중심으로만 대하거나,

일과 감정을 철저히 구분하겠다는 태도도 위험하다.
그런 조직은 다음과 같은 현상을 낳는다.

팀원들이 소외감을 느끼고, 동기부여가 떨어진다

신뢰 형성이 어려워져 이직률이 높아진다

조직 문화가 기능적으로만 돌아가며 인간적 유대가 사라진다

즉, 인간관계는 ‘가까워야 신뢰가 생긴다’는 면과
‘멀어야 구조가 유지된다’는 면이 동시에 작용한다.
이 두 힘의 균형을 잡는 것이 창업자의 역할이다.


그래서 왜 ‘불가근 불가원’인가

‘불가근 불가원’은 조선 후기 거상 임상옥이 권력자와의 관계를 설명하며 쓴 말이다.
"지나치게 가까워도 망하고, 지나치게 멀어도 성공하지 못한다."

이 철학은 사업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창업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관계에서 중간 지점을 유지해야 한다.

역할과 관계를 분리할 수 있다 친해지되, 평가와 책임은 명확하게 관리할 수 있다.

관계에 흔들리지 않고 조직을 운영할 수 있다 감정보다 구조, 정서보다 기준을 앞세울 수 있다.

신뢰는 거리에서 생긴다 인간은 경계를 존중할 때 더 오랫동안 신뢰할 수 있다.

불가근 불가원은 단지 인간관계의 원칙이 아니라,
창업자가 조직을 무너뜨리지 않고 키우기 위한 심리적 안전거리다.


창업자가 지켜야 할 세 가지 거리 전략

1. 초기부터 감정보다 구조 중심의 관계 맺기
→ ‘가족 같은 분위기’가 아니라, ‘명확한 역할’과 ‘서로의 기준’을 기반으로 팀을 설계해야 한다.

2. 팀원과의 교류는 열되, 일정 부분은 비워두기
→ 모든 걸 공유하지 않아도 된다. 일정한 선을 유지할 때 관계는 더 오래 간다.

3. 좋은 사람일수록 더 멀리서 봐야 할 때가 있다
→ 잘 지내는 관계일수록 경계가 흐려지기 쉽다. 가장 친한 관계가 가장 위험한 관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창업자의 인간관계는 단순한 친밀함을 넘어서야 한다. 신뢰와 유연성, 구조와 감정을 동시에 다룰 수 있어야
조직은 흔들리지 않고 성장할 수 있다. 나는 지금도 누군가와 가까워질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의 이 거리는 적정한가?”

관계가 불편해지는 이유는 대부분 거리를 잃어버린 탓이다.
창업자는 누구보다 관계에 민감해야 하고, 동시에 관계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그 균형이 바로 ‘불가근 불가원’이라는 네 글자 안에 담겨 있다.

지금 내가 맺고 있는 관계들을, 한 걸음 떨어져 다시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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