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을 믿는다는 말은 언제나 무겁다.
그 믿음에는 희생과 책임, 그리고 공정함에 대한 전제가 함께 따라온다. 그래서 군과 관련된 숫자를 마주할 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그 숫자 역시 신뢰의 범주 안에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공개된 감사 결과는 그 믿음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조용히 보여준다.
감사원이 공개한 ‘국방 분야 공직기강 특별점검’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군에서 집행된 기부금은 총 546억 원에 달한다. 적지 않은 금액이다. 그러나 그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불편한 지점과 마주하게 된다. 이 가운데 의무복무 장병에게 사용된 금액은 44억 원, 전체의 8%에 불과했다. 군 조직 안에서 가장 선택권이 적고, 가장 보호가 필요한 이들에게 돌아간 몫이 고작 이 정도였다는 사실은 쉽게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더 나아가 전체 기부금 중 309억 원, 비율로는 57%에 달하는 금액은 지출 대상조차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기부금으로 물품을 구매했음에도 사용 증빙이 없거나, 기부자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됐는지를 알 수 없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돈은 쓰였지만, 그 책임이 어디에도 남지 않은 셈이다. 기부라는 행위가 본래 지닌 투명성과 신뢰의 전제가 이 과정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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