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을 모른척하는 이유

by 나자영

질문을 하나 던지고 싶다.

우연히 길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쳤을 때, 가서 인사를 하는 편인가 아니면 그냥 지나치는 편인가?


나는 최근에 우연히 한 백화점에서 아는 사람 봤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90%는 그 사람이 맞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그 사람을 본 게 10년도 더 되어서, 나의 눈을 믿을 수는 없지만, 아마 그 사람이었을 거다.


순간 걸어가는 그 사람 뒤를 따라가 붙잡고 그 사람이 맞는지 물어볼까, 하다가, 아닐 수도 있기에 망설였다. 그리고는, 백화점에서 필요한 일들 다 보고 그 사람이 여전히 주변에 있다면, 그때는 용기 내어 다가가보자 결심을 하고, 우선 장을 봤다.


장을 본 후에도 그 사람은 저쪽 편에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말을 걸어봐야지 다짐을 했었는데, 하필이면 식사 중이어서 실례가 될까 하여 말을 걸지 못했다. 밥 먹다가 갑자기 누가 불쑥 찾아와서 '너 ㅇㅇㅇ 맞아?' 물어보면 당황할 것 같아서.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는 게 예의니까. 그냥, 모른척하는 게 운명인가 보다, 싶어서 나는 내 갈 길을 갔다.


그런데 문득,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후회가 밀려왔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이 맞다면) 이렇게 10여 년 만에 마주친 것도 운명인데, 가서 말 걸어볼 걸 그랬나, 몹시 아쉬웠다. 왜 내가 그 이상 움직이지 못했을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10년도 더 지난 일이라, 나를 봐도 기억을 못 할까 봐, 그러면 내가 민망해질까 봐? 이건 사실 변명이다. 자초지종을 얘기하면 아마 기억해 냈을 사람이다.

갑자기 아는 척할 만큼 친밀한 사람이 아니어서? 어느 정도 일리 있는 말이다.

그때의 나의 모습과 지금의 나의 모습이 너무 다르고, 지금 나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고(금요일 퇴근 후 피곤에 찌들어 있는 모습이었다), 더 정돈되고 멋진 모습으로 나타나고 싶어서? 이게 내 진짜 마음인 것 같다.


어딘가 모르게 그 사람에 잘 보이고 싶었나 보다. 내가 기억하는 그 시절이 좋은 시절이었는데, 그리고 그 좋은 시절을 만들어준 사람 중에 한 사람이 그 사람이었는데, 다시 만난 지금도 그때처럼 좋게 기억했으면 하는 내 마음이었던 것 같다. 만약에 아는 척을 했더라도 그냥 일회성으로 서로 인사만 주고받았을 텐데, 뭐 그렇게 고민했나 싶지만, 내 마음이 그만큼 진심이었다.


그렇게 나는 그를 지나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후회가 밀려오는 중에.. 연락처를 다시 찾아 연락을 해야지 마음을 먹었다. 아무리 찾아봐도 없어서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그의 메일주소를 찾았다. 이거다. 번호로 연락하기보다는 메일로 하면 당장 답을 안 해도 되기에 덜 부담이 될 것 같아, 메일을 간단히 써서 보냈다. 몇 월 몇 일 몇 시에 거기서 닮은 사람을 본 것 같은데 네가 맞냐. 메일주소는 (수소문이라고 하지 않고) 우연히 찾았다. 나는 이렇게 살고 있는데 너는 어떻게 살고 있냐 등등. 오겡끼데스까, 와따시와 겡끼데스를 시전하고 마지막으로는 새해 인사를 하고 마쳤다.


메일에 답장은커녕 '읽지 않음'으로 뜬다. 하지만 나는 이 메일조차 보내지 않고 그냥 우연히 본 그를 지나치고 끝났었다면 더 미련이 남았을 것 같다. 답장이 오든 안 오든, 그가 메일을 읽든 안 읽든, 메일을 보낸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만족한다. 물론 읽고 답이 오면 좋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나의 주말은 그의 생각으로 가득 찼다.

나에게 오랜만에 반가움이라는 감정을 선사해 준 그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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