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교육(4)

by 나자영

오늘도 어김없이 자유 글쓰기로 수업을 시작했다. 나는 회사 사람들과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자는 글을 쓱쓱 써 내려갔다. 회사 사람들은 그저 회사에서 일로 만난 사람들이기에, 아무리 친해도 친구라고 생각하지 말고 서로 선을 지키는 게 마땅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자유 글쓰기 10분 '스트레칭'을 한 후에야 본격적으로 수업이 시작됐다. 오늘의 주제는 '필사'다. 나는 굳이 왜 남의 글을 베껴 쓰나 이해를 도통 못했었는데, 오늘에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어서 매우 뿌듯하다.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 김애란 작가의 <칼자국> 등, 잘 쓰인 글을 쓰는 건 매우 중요하다. 그들의 문장은 매우 간결하고, 읽기 쉽고, 리듬감이 있다. 심지어 김훈 작가는 이 리듬감을 위해 글자 수까지 새어서 글을 쓴다고 한다. 이런 대단한 작가들의 글을 따라 쓰다 보면 어느새 글에 대해서 더 섬세해지고 결국에는 문장력이 좋아진다고 한다. 속는 셈 치고 하루에 한 번씩, 한 번에 5줄~10줄 정도를 '잘 쓰인 책'에서 발췌해서 써보는 게 어떨까 선생님의 제안이다.


역시 오랜만에 손글씨를 써보니 감회가 새롭다. 최대한 호흡을 가다듬고 손글씨를 쓰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스프링 노트에 쓴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의 일부를 보니 조금은 뿌듯했다. 그래, 키보드가 있기 전에 나의 손이 있었지, 하며. 선생님 말씀 대로 가끔 이렇게 손글씨를 써야겠다.


끝으로 선생님이 숙제를 하나 주셨다. 그건 바로 <칼의 노래>를 다시 쓰기. 주어, 서술어 등을 바꿔서. 마치 표절하듯이 말이다. 특이한 방법인 것 같아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숙제를 해보니 매우 어렵고 흥미로운 방법이다. 아래는 <칼의 노래>의 일부와 내가 '표절'한 버전이다.


(1) <칼의 노래> 中

나는 정유년 4월 초하룻날 서울 의금부에서 풀려났다. 내가 받은 문초의 내용은 무의미했다. 위관들의 심문은 결국 아무것도 묻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헛것을 쫓고 있었다. 구례에서 바꾸어 탄 말이 순천으로 넘어오는 고개에서 죽었다. 굶주리고 비루먹은 짐말이었는데, 고개 밑에서부터 앞다리를 절었다. 말은 무너질 듯 비틀거렸으나 고갯마루까지 기어이 올라와서 죽었다. (장편 소설 『칼의 노래』)


(2) 표절본(김훈 작가처럼 써보기)

그녀는 2004년 초여름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녀가 도착한 날 햇살은 매우 뜨거웠다. 눈이 부셔 앞을 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모든 것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그녀 빼고 온 세상이 바뀐 것 같았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한국 땅을 밟은 건 10년 전이었는데, 그 사이에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말도 안 되게 변한 곳에서 그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막막해서 눈앞이 깜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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