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를 다녀온 지도 벌써 한 달이 되어간다. 다녀오자마자 글을 썼어야 했는데, 이래저래 미루다가 결국 숙제처럼 되어서 이제야 기록을 이어서 남긴다.
전주 여행 첫날, 첫 끼니를 '교동시래청'에서 해결했다. 늦은 점심도, 이른 저녁도 아닌 애매한 시간이었지만 다행히 식당이 열려있었다. 처음에 손님은 나뿐이었고 그 뒤에 전주 토박이 같은 모녀 셋이 들어왔다. 나는 곧바로 곤드레밥과 시래깃국을 시켰다. 모주를 시키고 싶었지만 혼자 마시기에는 한 병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꾹 참았다. 돌솥에 나오는 곤드레밥이 들기름에서 자글자글 익고 있는 걸 보며 입에 침이 고였다. 뒤이어 따뜻하고 구수한 시래깃국, 그리고 맛있는 반찬들까지. 삼박자가 모두 완벽했다. 예상대로 너무 맛있는 밥이었고, 중간에 사장님이 곤드레밥에 같이 비벼먹으라고 주신 정체 모르지만 감칠맛 나는 나물은 덤. 태어나 생전 처음 먹어보는 번데기도 이 식사에 한몫했다. 천천히 재료 하나하나를 음미하고 밥을 먹었더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이대로 바로 집으로 들어가기는 아쉬워서 식당 바로 건너편에 있는 라한호텔 내 '전주 산책' 북카페에 들어갔다. 호텔 안에 있는 북카페여서 투숙객들이 몇몇 있었지만 공간이 넓어서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차 중에 하나인 따뜻한 유자차와 작은 에그타르트 하나를 시켜놓고 같은 날 오후에 한가네 서점에서 구매한 <연금술사>를 여유롭게 읽었다. 책 속에 파묻혀서 책을 읽는 건 정말 사치롭게 느껴질 만큼 짜릿한 쉼의 시간이다. 한참을 책에 집중하다 보니 해가 완전히 지고 밖은 깜깜했다. 카페에 있던 손님들도 하나둘씩 떠나가고 카페에는 나뿐이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이 시간을 조금 더 즐기고 싶었다.
숙소를 즐기러 들어가야 하기에 나는 카페에서 나왔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랴. 편의점에 들러서 (논알코올) 맥주 한 캔과 먹태깡, 그리고 하리보 젤리를 구매해 세상 다 가진 듯이 싱글벙글 숙소로 향했다. 10년째 단골인 내가 애정하는 숙소에 들어가니 그렇게 아늑할 수가 없다. 겨울에 따뜻한 한옥 숙소에 온돌방은 남부러울 것이 없지. 오늘 하루 서점 두 곳과 북카페까지, 총 세 곳에서 책을 보고 읽었으니, 저녁은 완전히 풀어져서 티브이 앞에서 보내기로 했다. 청량한 맥주 캔 따는 소리로 나의 저녁 시간의 시작을 알렸다. 이 숙소에서는 정말 잠이 스르르 온다. 불면증 치료가 따로 없다. 사실 티브이에 딱히 재밌는 방송을 하는 건 아니었는데, 이 자유로운 쉼의 시간 그 자체가 너무 즐거웠다. 내일이면 벌써 서울로 올라가는 게 아쉬웠다. 잠은 오지만 그래도 방명록에 한 마디는 쓰고 갔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0년째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는 이 숙소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앞으로도 계속 머물러 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