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트라투어 헤갈레이라 별장
원데이투어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하루만에 리스본 근교를 다녀오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사실은 기차 시간과 버스노선을 찾고, 식당을 고르고, 길을 찾고 하는 게 전부 귀찮았다. 솔직히 혼자 다 계획하는게 부담스럽고 싫었던게 더 컸다.
편함과 당연함의 대가는 곧바로 나타났다.
신트라 시내에서 주어진 시간은 30여분. 그중 10분은 신트라의 전통과자인 베개빵을 사기위해 맛집에서 기다린 시간이다. 줄 서는 동안 골목 위쪽을 올라갈까 망설였지만, 번호를 놓칠까 봐 움직이지 못했다.
남은 20분에 골목을 걸었다. 아니, 걷다 말았다. "여기서 사진 한 번"을 세 번쯤 하고 나니 시간이 없었다. 약속 장소로 뛰다시피 내려갔다.
신트라 시내에서 내가 한 일은 빵 사기, 사진 찍기, 시계 보기가 전부였다.
'그걸 여행이라고 할 수 있어?'
나한테 하는 질문이었다. 아쉬움조차 없었다. 경험한 게 없으니까.
헤갈레이라 별장은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9층 지옥을 모티브로 만든 지하 우물 때문에 기대했던 곳이다. 백만장자의 덕질로 지어진 이 공간 속으로 들어가면 뭔가 다른 세계가 펼쳐질 것 같았다.
나선 계단을 내려가며 내가 한 일은 앞사람을 따라 걷는 것뿐이었다. 단테에게 베르길리우스가 있었다면, 나에겐 앞사람 등이 길잡이였다. 베르길리우스는 지옥을 설명했지만, 내 앞사람은 그저 내려갔고, 나도 그렇게 내려갔다.
아래로 갈수록 어둠이 진해졌다. 점점 습해졌고, 스마트폰 불빛이 흔들거렸다. 단테는 각 층의 죄인들을 보며 멈춰 섰지만, 나는 멈출 수 없었다. 뒤에서 사람들이 밀려왔다.
우물 바닥은 연못과 연결되어 있어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단테가 지옥 밑바닥에서 중심이 뒤집혀 연옥으로 빠져나간 것처럼.
지옥을 통과한 게 아니라 구경하고 나왔다.
헤갈레이라 궁전 앞에서 아침에 산 미니 치즈케이크를 먹었다. 베개빵은 호카곶에서 일몰을 보며 먹으려고 남겨두었다. 가이드의 말이 최고의 선택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