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를 시작하겠습니까? - 리스본과 포르투, 7박 9일

by 레쏘

"리스본에 도착했습니다."

어릴 적, 컴퓨터 화면 속에서 수없이 봤던 그 문장.


KOEI의 대항해시대*를 처음 접했을 때, 나는 리스본 항구에서 출항하는 작은 배의 선장 조안 페레로였다. 미지의 바다를 탐험하고, 항구마다 교역하며, 대서양 너머의 세계를 꿈꾸며, 세계지도를 그렸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포르투갈이라는 나라가 내 안에 자리 잡기 시작한 건.

게임 속 배경이었던 리스본의 항구, 포르투의 거리들을 조안 페레로가 아닌, 내가 반드시 걸어야 할 곳으로 각인됐다.


"언젠가는 꼭 가야지."

그렇게 마음속에 품어둔 채, 시간이 흘렀다.


유럽을 몇 번 다녀왔어도 포르투갈 여정은 늘 쉽지 않았다.

거리도, 일정도, 타이밍도 맞지 않아서 번번이 다음으로 미뤄졌다.

'역시 포르투갈에 가는 건 어렵나...' 싶을 때쯤.

갑작스럽게 기회가 찾아왔다.


7박 9일. 포르투갈만을 오롯이 여행할 수 있는 시간.

짧다면 짧은 일정이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십수 년을 마음에 품어왔던 그곳에, 드디어 내 발을 디딜 수 있다는 것.


리스본 공항에 내려 처음 포르투갈의 공기를 마셨을 때, 나는 알았다.

이건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 온 하나의 항해가 마침내 시작되는 순간이라는 것을.


이번 여행의 루트는 단순하다.

리스본에서 시작해 포르투로 이어지는 여정.

화면에서 바라보았던 도시들을 실제의 시간과 풍경 속에서 다시 만난다.


이 글은 그 7박 9일 동안 내가 리스본과 포르투에서 마주한 순간들을 기록한 여행기다.

오래 기다렸고, 드디어 닿았으며, 이제 또다시 그리워하게 될 포르투갈의 이야기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바스코 다 가마가 항해를 떠난 곳에 세워진 발견 기념비는 엔히크왕자 사후 500년 기념으로 세워졌다.


*코에이 대항해시대

항로를 발견한 대항해시대를 배경으로 하며, 여러 주인공들 중 한 명을 선택하여 게임을 진행한다. 그중 하나가 포르투갈 국적의 조안 페레로. 엔히크 왕자를 모델로 했다고 한다. 포르투갈 발음이라 면 조앙 페헤이라에 가깝지만 넘어가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