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가 있었던 하루
초등학교 4학년 올라가기 전이었어요. 학교 갔다가 집에 왔는데, 어머니가 안 계신 거예요. 어디 가셨나 싶었는데, 아버지가 술 드시면서 그러더라고요.
“이혼했다.”
그냥 멍했어요. 뭐라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기분이 안 좋긴 한데… 그래도 이해는 됐어요. 아버지가 술을 너무 좋아하셨거든요. 돈만 생기면 술부터 사셨고, 그러다 보니 집에 있는 건 맨날 라면뿐이었어요. 라면 먹는 게 익숙했어요.
꿈 같은 건 가져본 적이 없어요. 형편이 안 되니까 애초에 그런 생각을 안 했던 것 같아요. 동네가 작아서 다들 아는 사이였거든요.
애들이 “쟤네 부모님 이혼했대.” 하고 수군대는 게 싫었어요. 그러다 보니 점점 애들이랑 안 어울리고 방황하게 됐어요. 운동회나 학예회 같은 거 하면 부모님들이 보러 오시잖아요. 근데 저는 거의 안 오셨어요. 어릴 때 찍은 사진 보면 다 선생님이랑 찍었거나, 친구 아버지가 같이 찍어주셨더라고요.
한 번은 초등학교 때 친구네 집에서 생일파티를 해줬어요. 우리 집에선 아버지가 술만 드시니까 케이크 같은 건 상상도 못 했거든요. 근데 친구네 집 가서 생일이라고 파티를 해주고, 음식도 많이 해주셨는데… 그때 진짜 좋았어요. 그게 어릴 때 기억나는 몇 안 되는 좋은 순간이에요.
그렇게 살다가 여기 오면서 많이 바뀌었어요. 전에는 술 먹고 일 못 나가고, 떠돌아다니면서 살았거든요. 근데 여기 와서… 사실 나쁜 생각하면서 왔어요. 근데 여기 있는 분들도 다 힘든데,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더라고요. ‘나는 그냥 핑계 대고 있었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한 번 살아보자, 이겨내보자 했어요.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죠. 좋은 건,
“저 사람들도 열심히 사는데, 나는 젊은데 왜 못해?”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거예요. 반대로 나쁜 걸 보면
“나도 술 좋아하는데, 나이 먹고 저렇게 되면 안 되겠다”
싶기도 하고요.
지금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출근하고, 운동도 하고… 그냥 똑같이 살고 있어요. 근데 그게 좋아요. 만약에 일이 없으면 ‘내일 뭐 하지?’ 고민하게 되잖아요. 근데 지금은 출근할 일이 있다는 게 좋아요. 뭔가 할 일이 있다는 게, 살아가는 이유 같아요.
술 문제는 아직 해결해야 할 부분이에요. 재작년에 한 번 끊었다가 요즘 다시 힘들어지고 있어서 상담도 다시 받아보려고 해요. 건강도 신경 써야 하고, 신용회복도 해야 하고… 그래서 요즘 적금도 세 개 들었어요. 술도 줄이려고 노력하고, 조금씩 변제도 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나쁜 모습도 많았지만, 그래도 좋은 모습도 있었거든요. 이제는 그걸 좀 더 키워보고 싶어요. 운동도 더 열심히 하고, 술도 줄이고, 적금도 조금씩 넣으면서… 그렇게 살고 싶어요.
힘든 일 많았지만, 그래도 아직 살아 있잖아요. 이게 감사한 일이죠. 그리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도와주신 분들 덕분이에요. 그게 참 고맙고…
그래서 더 잘 살아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