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 말을 10년째 듣고 있다.
“내가 이번엔 당첨될 것 같아. 1등 되면 선생님 차 한 대 뽑아줄게.”
그는 10년째 같은 말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웃으며 말했다.
“마음만이라도 감사합니다.”
요즘은 이렇게 말한다.
“도대체 언제쯤 그 공약을 지키실 건가요? 저도 덕 좀 받게 해 주세요.”
어떤 이는 나에게 조용히 다가와 번호를 보여주며 이야기한다.
"내가 이번엔 공부를 열심히 했거든, 이 번호가 나올 거야. 선생님한테만 알려주는 거야."
나는 까맣게 분석된 그 종이 뭉치를 한 번 더 들여다본다.
사실 그 번호가 맞을지 틀릴지는 중요하지 않다.
종이 위에는 정말 열심히 공부한 흔적이 역력하다.
나는 아무도 못 듣게끔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감사합니다. 저만 알고 있을게요."
그들에게 로또는 특별한 일탈이다.
병들고 나이 들어 수급자가 된 신세를 단 한 번에 뒤집어줄 치트키인 것이다.
또 다른 이들은 말한다.
"1등 당첨되면, 국숫집 하나 차려서 평생 국수나 끓여서 먹고살 거야."
"내가 말없이 안 보이면 로또 1등 당첨돼서 떠난 줄 알아."
하지만 아직까지 그들이 그 꿈이 이뤘다는 소식을 듣지 못하였다. 그래도 그들은 다음 주에 또 로또를 산다.
로또에 대한 열정을 오랫동안 지켜보며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첫 번째, 그들은 진심으로 일확천금을 꿈꾼다.
로또가 아니고서는 손에 돈을 쥘 기회가 매우 드물다.
수급비로 한 달을 살다 보면, 친구를 만나 소주 한잔 하는 일조차 계산기를 두드려 봐야 한다.
자칫하면 다음 달까지 빈털터리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수급비를 조금씩 쪼개 모아 목돈을 기대하느니, 로또에 기대를 거는 편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두 번째, 그들은 로또를 진지하게 공부한다.
로또 번호는 그냥 고르는 것이 아니다. 나름의 규칙과 분석이 있다.
누군가는 지난 당첨 번호를 빼곡히 적어 놓고 패턴을 찾는다. 누군가는 자주 나오는 숫자와 잘 나오지 않는 숫자를 구분해 표시한다. 어떤 종이는 연필로 지웠다 다시 쓴 흔적 때문에 종이 색이 까맣게 변해 있다. 그 작은 종이 한 장에는 로또에 대한 열정과 기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세 번째, 그들은 이미 당첨 이후의 삶을 계획하고 있다.
누군가는 국숫집을 차리겠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조용히 이곳을 떠나겠다고 말한다.
어떤 이는 나에게 차 한 대를 사주겠다고도 한다.
하지만 다음 주가 되면 그들은 다시 평소의 삶으로 돌아간다. 수급비로 한 달을 계산하며 살아야 하는 일상이다.
그래도 로또를 사는 날이면 잠깐 다른 삶을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나에게 로또 당첨 소식을 전해준 이는 없었다.
이쯤이면 한 명쯤은 나와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양동에서 로또를 하는 사람이 백 명쯤 되는 것 같으니, 계산해 보면 어딘가에서 한 번쯤은 당첨 소식이 들려와도 이상할 일은 아닐 텐데.
그들은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번호를 예측하고 계산을 하며 이번 주를 보낸다. 그렇게 또다시 로또를 산다.
그리고 나에게 이야기한다.
"이번 주는 확실해!"
나는 그 말을 벌써 10년째 듣고 있다.
아마 다음 주에도 같은 말을 듣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