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감각 13 | 기술

기술을 잃은 사람들

by 진형

쪽방마을은 그 규모만큼이나 다양한 직업을 가졌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요리사도 있고, 목수도 있고, 전기공, 설비공, 운전기사까지. 한때는 자기 기술 하나로 먹고사는 걱정을 하지 않던 사람들이었다.


어릴 때 어머니는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평생 걱정 없이 살려면 기술을 배워야 한단다.”

그런데 왜 이 사람들은 지금 여기에 있을까.


정 씨 아저씨는 199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직원을 50명 이상 거느린 피혁회사 사장이었다. 주문이 끊이지 않아 낮밤 가리지 않고 가죽을 가공했다.


하지만 IMF가 터지자 자금 조달을 할 수 없었고, 회사는 점점 기울어 갔다. 결국 부도가 났다. 그 후 몇 년은 좌절해 술로 세월을 보냈다.


그래도 다시 재기를 꿈꾸었다. 그러나 현실은 가혹했다. 비슷한 품질의 중국산 피혁 제품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결국 그는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오랫동안 가공 일을 해 온 탓에 몸은 이미 많이 망가진 뒤였다. 부도가 나던 해, 가족들마저 그에게 등을 돌렸다. 결국 재기하지 못한 피혁 기술자는, 신장 투석을 하며 수급비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김 씨 아저씨는 1년 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안마를 받을 수 없을 만큼 유명한 안마사였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사람들은 그에게 한 번쯤은 안마를 받았다고 했다. 일본에서도 안마를 받기 위해 일부러 건너오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돈을 빗자루로 쓸어 담아도 하루 종일 걸린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처가의 잘못된 투자로 모아 둔 돈을 모두 날리고 말았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해야 할까. 안마사법이 시행되었다. 그는 자격증도 없었고 시각장애인도 아니었다.


평생 안마만 하던 그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안마기술자는 모든 것을 잃었다.


박 씨 아저씨는 10대 때부터 중국집에서 일을 했다. 처음에는 배달로 시작했지만 결국 총 주방장 자리까지 올라갔다. 중국집 음식이라면 못 만드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평생을 중국 음식을 만드는 일만 하며 살았다.


나이가 예순을 넘어서자 일이 점점 힘에 부치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 술을 찾는 날이 많아졌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고,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중화요리사는 쪽방으로 흘러 들어오게 되었다.


권 씨 아저씨는 성인이 되기 전부터 사출기를 만지는 일을 했다. 허드렛일부터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사출기 기술자가 되어 있었다.


오랫동안 익힌 기술 덕분에 스스로 회사를 차릴 수 있었고, 거래도 잘되어 그럭저럭 먹고살 만했다.


어느 날 IMF가 터졌다. 그리고 모든 것을 잃었다.


수금을 받아야 했지만 줄 수 있는 거래처가 없었다. 그들도 망했기 때문이다. 돈이 돌지 않자 결국 직원들 월급을 줄 수 없게 되었고, 회사는 그대로 부도가 났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몇 년간 떠돌이 생활을 했다. 그리고 다시 기계를 만져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모든 설비는 자동화가 되어 있었다.


더 이상 그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곳이 없었다. 그렇게 사출기 기술자는 직업을 잃었다.


조 씨 아저씨는 꽤 유명한 목수였다. 일해 달라는 곳이 너무 많아서, 늘 페이가 세고 덜 힘든 일을 골라서 나갔다. 그가 나타나면 사람들은 목수 일을 구경하느라 그를 둘러싸곤 했다.


한때는 한옥을 짓는 곳에서 오랫동안 목수 일을 했다. 한옥은 일반 주택과 달라 계산도 잘해야 하고 기술도 많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번 일을 나가면 남들보다 두세 배는 일당을 더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시간이 나면 전국을 여행 다니기도 했다.


오토바이를 좋아했다. 바람에 옷깃이 펄럭이는 기분이 묘하게 좋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게 실수였는지도 모른다. 교통사고가 난 뒤 3개월 동안 병원에 누워 있어야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후로 다시는 손가락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그렇게 유망했던 목수는, 다시는 일터로 돌아가지 못했다.


기술을 배우면 평생 먹고살 수 있다는 말은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끝까지 책임져 주는 말도 아니었던 것 같다.


적어도 이곳에는 기술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기술을 쓸 수 없게 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