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마지막 도전

제1장. 궤도 이탈

by 호기


다시 원점이었다.


취업을 해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이력서는 어떻게 쓰는지, 어떤 영어 시험 점수가 필요한지, 공고는 어디서 찾는지.


실험실 선배의 인맥으로 취직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나를 이끌어줄 선배는 없었다.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점수가 어느 정도 나오자, 나는 또다시 선택을 했다.


PEET에 다시 도전하기로.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원에서 번 돈을 전부 수험 준비에 쏟아부었다. 이번에는 스터디 그룹을 만들었다.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모였다. 교사를 하다가 의대·약대를 준비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저 사람은 떨어져도 돌아갈 곳이 있겠지.'


부러웠다. 나에게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

시험이 다가올수록 스터디 그룹은 흔들렸다. 선호하는 강사가 달랐고, 의견이 충돌했다. 결국 그룹은 해체되었다.


또다시 혼자였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마지막 시험이었다.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고, 공부 내용도 잘 정리되었다.

그렇게 나는 마지막 도전을 향해 걸어갔다.


10년 동안 나를 옥죄어온 '약사'라는 꿈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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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실험실을 떠난 후 다시 책상 앞에 앉았을 때, 나는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대학원에서 번 돈을 모두 털어 수험 준비에 쏟아부었다. PEET 제도가 곧 사라진다는 소식은 나를 더욱 절박하게 만들었다.


그동안의 시간은 헛되지 않았다. 나름의 노하우가 쌓였고, 모의고사 성적도 안정권이었다.


'이번엔 정말 될 것 같다.'


그것은 희망적 추측이 아니라, 데이터가 보여주는 확신이었다.


1차 서류 합격 통지를 받았다. 지방 약대 두 곳이었다.


면접 날짜를 확인하며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를 그었다. 그날까지 남은 시간을 하루하루 지워가며, 나는 면접 준비에 매달렸다.


"왜 약사가 되고 싶습니까?"
"공백기 동안 무엇을 했습니까?"
"우리 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같은 질문을 수십 번 반복하며 답변을 다듬었다. 거울 앞에서 표정을 연습하고, 목소리 톤을 조절했다. 완벽해야 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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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당일, 눈이 내렸다.


10년도 더 지난 지금도 그날의 풍경은 흑백영화처럼 선명하다.

세상이 하얗게 덮여 모든 소음이 사라진, 고요한 아침이었다.


면접장까지 가는 길은 멀었다.

엄마가 운전대를 잡았다.

나는 조수석에서 면접 예상 질문을 중얼거렸다. 손에 든 종이가 땀에 젖어갔다.


면접장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였다. 엄마가 시동을 끄지 않은 채,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거 먹고 들어가."


청심환이었다.


작은 금색 알약을 내미는 엄마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나만큼, 아니 어쩌면 나보다 더 긴장하고 있을 사람. 10년 동안 딸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기대와 실망을 반복했을 사람.


그 알약을 받아 삼키며 나는 다짐했다.

오늘이야말로 엄마와 나, 우리 모두의 긴 기다림을 끝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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