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부 생존기 3편

외로움은 물처럼 스며들었다

by 하루 한 모금


3장 – 외로움은 물처럼 스며들었다


낯선 땅에 도착한 지 몇 달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햇살은 여전히 따뜻했고, 아이들은 잘 적응해가고 있었지만

나는 자꾸만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아무 일도 없었는데도, 이유 없이 눈물이 나는 날이 많아졌고 날씨는 따뜻했지만 계속해서 한기와 알 수 없는

허기를 느끼고 있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생활, 나를 잘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두려움


외로움은 갑자기 오는 게 아니었다.

처음에는 그냥 낯선 환경에서의 불편함이었고

그다음엔 답답함.

그러다 어느 날, 조용히 내 안을 잠식해 버렸다.

마치 물처럼 서서히 스며들었다.


남편은 바빴고, 아이들도 학교에 적응하느라 바빴다.

나는 하루 종일 집에 있었고, 누군가와 대화한 기억보다 한마디조차 안 한 날이 더 많았다. 언어소통의 어려움은 나를 극도로 내성적인 사람으로 변하게 했다. 솔직히

여기 사람들은 친절했지만, 그 친절은 늘 겉으로만 머물렀다. 지나가다 얼굴을 마주치면

“Hi, how are you? “라고 웃으며 인사를 건네지만

그 말에 진짜 관심이 담긴 건 아니었다.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그냥 지나갔다.(나중에야 그냥 이 나라의 문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나도 지금은 자연스럽게 지나가다 눈을 마주치면 무조건 인사를 한다.)


그 순간 깨달았다.

이곳은 내가 아는 방식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라는 걸.

나는 혼자였다. 정말로.


어느 날 밤, 조용히 거실에 앉아 창밖을 보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나나 우리 가족이 아프거나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야 하지 ‘라는

그 질문이

생각보다 더 깊은 불안으로 나를 감쌌다.


그래서 난 용기를 내서 조금씩 변화를 시도해 보기로 했다.

영어 커뮤니티에 가입도 하고, 근처 한인 성당을 나가보기로 했다.

마트 직원에게는 꼭 인사를 했고,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할 때는 한마디라도 더 말을 걸어봤다.


작고 사소한 변화였지만 그 작은 움직임들이 내 하루를 조금씩 바꿔주었다.

“혼자여도 괜찮다”는 위로의 감정에서

“나도 이 사회에 속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생각으로.


이민자의 삶에는 남들이 잘 보지 못하는 저마다의 그림자가 있다.

화려한 풍경과 멋진 외국 생활 뒤에는

혼자 견뎌낸 수많은 고요한 밤이 존재한다는 걸


지금 당신이 외롭고 힘들다면

그건 당신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그저, 이 길을 걷는 다른 이들과 비슷한 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잊지 마세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과

이 글을 쓰는 나도 같은 외로움을 지나왔다는 것을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