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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내음 Aug 09. 2017

32.포카라 페와 호수와 레이크사이드

해야 할 일을 다 끝낸 자의 여유랄까? ABC를 다녀온 뒤로 포카라 주변도 거의 다 돌아본 것 같고, 하루쯤은 늦잠을 자도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새벽이면 자연스레 눈이 떠지곤 했다. 

어설프게 잠에서 깬 상태로 창밖을 보니 해가 떠 오르고 있다. 내 방엔 운 좋게도 베란다가 따로 붙어 있질 않겠어. 이렇게 편하게 베란다 의자에 앉아 해돋이를 볼 수도 있었는데, 지난 며칠 동안 정말 힘든 해를 맞았더랬다. 

낯선 여행지에 가면 늘 해 보고 싶은 게, 마치 현지 사람인 것처럼 추리닝을 입고 아침 산책을 나가는 일이다. 폐와 호수를 따라 난 레이크 사이드를 걷는다. 이른 아침시간인데 아침 운동 나온 사람이 많군.

살짝 물안개가 깔려 있는 호수 뒤로 겹겹이 보이는 산자락이 한국에서 익숙한 청평 호수나 북한강, 남한강의 느낌이다.

조금 다른 점은 저 멀리로 만년설이 쌓인 설산이 보인다는 점

밭길을 따라 널어놓은 빨래가 시골 풍경의 운치를 살려 준다.

네팔 아이들이 단체로 운동을 나온 모양이다. 태권도복을 보니 괜히 더 반가운 느낌.

호수로 난 길을 따라 꺾어 들어오면 번화가가 시작된다. 

아침이니 신선한 주스 한 잔 마셔볼까? 아버지가 어딜 가셨는지 혼자 가게를 지키던 꼬마. 오렌지 주스를 주문했더니 능숙한 솜씨로 갈아 준다. 

귤은 싱싱한 것이 좋았는데, 귤껍질을 닦지 않고 같이 간 듯하다. 그래도 이렇게 넘치게 만들어 줬으니 그냥 마시기로. 신 맛이 없어 다행이다.

각종 상점들이 보이고 조금 더 가면 분위기 좋은 카페들도 즐비하다.

그중 브런치가 되는 카페 2층에 자릴 잡았다. 이게 얼마 만에 누려 보는 호사인가.

젊은 외국인들이 많은 곳이다 보니 거리 문화도 뒤죽박죽 섞여 있다. 

혹시 뭘 살 게 없을까 여기저기 들어가 본다. 서점이 여러 곳 있었고, 부피가 크지 않은 것으로는 히말라야 사진이 있는 엽서나 달력, 또는 향이나 차 같은 것이 있다. 

그리고 살만한 것으로는 유명한 네팔 캐시미어 스카프 정도가 있다. 무늬가 너무 현지스러워서 쉽사리 사지 지는 않는다. 패턴 없이 민무늬 스카프로 몇 개 구입했다.

걷다가 피곤하면 잠시 카페에 들러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카페 바깥쪽으론 폐와 호수를 바라보고 있어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레이크사이드에서 살짝 벗어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현지인이 사는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에 포장을 준비하는 듯했다. 

특색 있는 건, 어딜 가나 아이들을 잘 보호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절대 아이 혼자 큰길을 건너게 하지 않고, 단정하게 교복을 입히고, 아이들과 손을 잡고 다닌다. 인도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풍경이다. 이들은 늘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 자기 집 앞을 청소한다. 내가 네팔 사람들을 멋지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그들은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알고, 자연 앞에 거만하지 않으며, 마음 씀씀이가 거짓이 없다.

아이들이 다니는 단일 건물의 초등학교...

사실 오후 내내 우체국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겨우 찾아낸 우체국의 분위기가 살벌하다. 저 썰렁한 분위기와 철조망을 보곤 그냥 포기해 버렸다. 왠지 여기서 부치면 짐이 분명 나보다 늦게 도착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 좀 고생하더라도 카트만두에 가서 부치기로 한다.

얼핏 봐서는 알기 어려운 경찰서.

하릴없이 거리를 배회하며 하루를 보냈다. 밤에 네온사인에 불이 들어오면 또 다른 분위기의 레이크사이드.

이미 익숙한 혼밥이니 이왕이면 즐겁게. 피자와 와인을 주문했다. 피자 한 판을 다 먹긴 정말 무리수다.

혼자 온 사람들, 연인과 온 사람들이 테이블을 거의 꽉 채웠다. 홀 중앙에 있는 모닥불 난로가 전체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어 준다. 

따듯한 느낌으로 저녁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작은 카페 바깥쪽 테이블에 촛불 하나 켜진 어두운 곳에서 아이가 공부를 하고 있다. 같은 세상을 살고 있지만 사람들 간의 현실의 간극이 정말 크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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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오르고 내리는 히말라야 같은 것이다 by 바람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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