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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아빠 Apr 14. 2021

에세이의 맛

혼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_마스다 미리 에세이


에세이를 쓰겠다면서, 정작 에세이를 많이 읽지 못했다. 내가 좋은 책을 만나지 못한 건지... 에세이는 진부하고, 멋들어진 표현을 늘어놓은 것 같아서 지루했다. 작가가 지나치게 독자들에게 감정 몰이하려는 글의 의도가 보일 때, 여기서 울어야 하나? 정말 멋진 말이라고 환호해야 하나? 뭐, 어쩌라는 거지? 미간이 찌푸려졌다. 나도 그런 글을 쓰면 안 될 텐데... 갑자기 그저께 발행한 브런치 북에서 쓴 몇 가지 이상한 문장이 스쳐 지나간다. 나도 별 수 없는 건가. 이불킥을 하고 싶네.





혼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_마스다 미리 에세이


작가 마스다 미리가 일본 열도를 혼자서 여행하며 쓴 에세이다.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서 집어 든 책은 아니지만,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에서, 김은정 작가님이 마스다 미리의 책을 에세이의 좋은 본보기로 언급하시는 내용이 있어서 읽게 되었다.


처음에는 일본 지역명과 일본 음식,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어렵게 읽혔다. 하지만, 저자와 옮긴이의 능력인지, 그런 것은 뒤로하고 저자의 마음이 내 마음에 녹아졌다. 솔직하면서도, 담담하게. 여행을 하며 마주치는 순간마다, 느끼는 마음을 글로 옮겨 놓았다. 마음이 글로 옮겨지고 그것이 나에게 전해진다는 게 참으로 신기하다. 사람과 사람이 마음을 느끼는 것은 시공을 초월해서 전해졌다. 에세이를 읽는 묘미일까?


마스다 마리, 혼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115.


그래. 어떤 면에서 여행이었다. 저자의 마음속으로 여행을 다녀온 것 같아서. 일본의 도시와 문화 그 지방의 분위기를 알 수 없으나, 그것을 바라보며 느끼는 저자의 마음에 공감했다. 그걸로 이 책을 읽는 기쁨은 충분하다. 저자가 정직하고 솔직 담백하게 그의 마음을 표현해 주어서 그런 것일까? 저자의 생각과 마음을 온전히 들여다보게 된다. 포장하지 않은 마음이 즐겁게 읽힌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여행은 위로와 즐거움을 주는 것 같다. 에세이를 읽는 맛 아닐까? 나도 이렇게 써야겠지...?




또, 생생한 상황 묘사로 마치 내가 그 현장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렇게 많은 글을 허비하지도 않으면서, 단어 몇 개와 적절한 표현으로 충분히 나에게 그 상황이 전달되었다. 또, 간결한 표현으로 전달되는 저자의 이야기에 절로 고개를 끄떡이게 되었다. 훈계와 설득, 논리적인 말이 아니더라도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게 에세이의 맛 아닐까. 맛 좀 보실레요?



마스다 마리, 혼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115.


'만화는 아주 유익하단다. 많이 읽으렴.'


작가의 표현 하나로 그 상황이 그대로 그려진다. 물론, 완전히 똑같을 수 없겠지만, 저자가 느낀 감정이 그대로 전달되며 미소가 번진다. 멋지다. '이해심이 있구나' 위트있는 표현까지, 정말 매력적이다.


<혼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로 에세이의 매력을 느낀다. 에세이, 자연스럽게 풍기는 사람 냄새가 난다고 할까? 좋다. 사람 냄새가 나서. 지친 일상에서 에세이를 읽으며 사람 냄새를 맡고 싶은 그런 마음에 에세이를 집어 드는 것 아닐까? 어디에 등 델 곳은 없고,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그럴 때, 비슷한 감정과 마음을 만나게 되면서 야릇한 미소가 번진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에세이 매력적이네.


다른 것도 읽어봐야지. 좋은 스승을 찾아서 기분 좋네. 사람 냄새나는 에세이 쓰고 싶어진다.


#초보작가의맛 #에세이의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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