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잘한다!
투둑투둑
이제는 당연하다는 듯, 분리수거를 하면서 캘린더의 스프링을 떼어냈다.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다.
“여보, 나도 많이 변했네. 이걸 떼고 있네.”
결혼하기 전, 자취를 했었다. 그러면 안 되지만, 분리수거의 개념이 별로 없었다. 플라스틱, 비닐, 캔, 종이 같이 큰 단위 분리는 잘했지만, 세세하게 분리수거한 적은 없었다. 캘린더의 스프링 같은 거나, 페트병에 붙어 있는 비닐을 떼어서 버리는 것은 귀찮았다. 결혼 전까지는 편한 대로 분리수거를 했던 것 같다. 그 버릇 그대로 결혼 후에도 같은 방법으로 분리수거를 했다.
“오빠, 이건 떼 내서 버리는 거야”
아내가 페드병에 붙어 있는 비닐을 떼면서 말했다. 박스에 붙어 있는 테이프 떼어서 버리기, 더러운 비닐과 배달 음식 용기는 씻어서 분리할 것, 영수증은 종이가 아니고 일반 쓰리기로 버리기, 기타 등등. 분리하는 방법에 대해서 가르쳐 주었다. 잔소리 같아서, 그냥 무시하려 했다.
“뭘, 그렇게까지 해~그냥 버려도 돼. 귀찮아.”
“그럼 아이들에게 분리수거를 어떻게 가르쳐?”
깨갱. 꼬리를 내렸다. 아내가 선생님이라서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정말 치사했다. 학생을 걸고넘어지다니. 별 수 없다. 아내의 지도를 따라서 분리수거를 잘해야 했다. 하루아침에 쉽지 않았다. 분리수거가 어려운 쓰레기는 몰래 후다닥, 대충 분리해서 버리기도 했다. 그러다 아내에게 딱 걸리기도 했다. 이런 일로 혼나야 한다니. 살짝 자존심이 상할 뻔했다. 그때마다 아내가 차근차근 알려주었다. 마치, 당신 반의 학생에게 말하는 것처럼.
어느새 분리수거가 익숙해졌다. 분리수거가 익숙해지니까, 쓰레기를 버릴 때, 당당해졌다. 웃긴 일이지만, 나 이제 분리수거 잘해! 어깨를 펴고 분리수거장으로 갔다. 경비원 아저씨께 자신 없던 인사가 힘찼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며 당당하게 쓰레기를 버렸다. 예전에는 누가 볼까 싶어서 후다닥 버리고 들어왔는데 말이다.
사소한 일에도 정직하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올바르게 분리수거를 하니까, 거리낌이 없어져서 좋았다. 작은 일이지만, 이러한 생활 태도가 마음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스스를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행동하는 것 때문에, 자존감이 살짝 올라간다랄까. 무튼, 아내 덕분에 좋은 걸 배웠다.
생각해 보면, 결혼해서 지금까지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것을 배워왔던 것 같다. 나에게 없는 것이 아내에게 있고, 나에게 있는 것은 아내에게 없었다. 서로에게 있는 것을 서로가 주고받았다. 그것이 사소한 분리수거라 할지라도. 그래서 생각도 변하고, 행동도 많이 변했다. 그런데 만약에, 끝까지 고집을 피웠다면, 아내에게서 좋은 것을 받지 못했을 것 같다. 때로는 누구의 생각이 바른 것인지 의논할 때도 있지만, 그 거리가 좁혀지는 것 또한 배움이었다.
부부는 이렇게 서로가 서로에게서 배우며 사는 것이 아닐까? 이 시간과 추억이 아까워서 다시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