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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타 Nov 29. 2019

드라마틱한 일러스트레이터 - ‘구작가’ 구경선 작가

레타가 만난 사람 1

레타가 만난 사람 1

첫 번째 인터뷰 - ‘구작가’ 구경선 작가



1.

 입사한 곳은 인터뷰 전문 잡지사였다. 주로 문화 관련 콘텐츠를 다뤘다. 사실 ‘인터뷰 전문 기자’는 쉬울 줄 알았다. 타인의 말을 빌려 기사를 작성하기 때문에 품이 적게 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섣부른 예단이었다. 인터뷰이 선정, 취재계획서 작성, 컨펌, 인터뷰이 섭외, 인터뷰 진행, 기사 작성, 퇴고 등등.. 이 외에도 자잘자잘한 일이 많았다.


역시 남의 돈을 벌기는 쉽지 않았다.


 계속 애먹는 모습을 보이자 선배가 OJT를 해주기로 했다. 이 OJT는 선배의 취재 방식을 보는, 즉 선배의 인터뷰 스킬을 직접 보고 느끼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인생 첫 인터뷰의 인터뷰이는 ‘베니’라는 토끼 캐릭터로 유명한 ‘구작가’, 구경선 작가였다.


2.

 구경선 작가의 삶은 ‘드라마틱(Dramatic)’이란 단어로 압축할 수 있다. 구작가는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청각장애인이다. 이런 그에게 세상은 너무나도 차갑기만 했다. 그때 만난 게 ‘만화’였다. 만화를 접하면서 그림을 그렸고 동화를 그렸다. 그 속에서 토끼를 모티브로 삼은 캐릭터, ‘베니’의 엄마가 되었다.


 그는 왜 토끼라는 동물을 선택했을까?


 “토끼는 청력이 가장 발달한 동물 중 하나래요. 저는 청력을 잃었잖아요. 저 대신 세상의 소리를 많이 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토끼를 저만의 캐릭터로 선정했어요.” 


 싸이월드가 유행하던 시절, 캐릭터 ‘베니’는 대박을 쳤고, 지금의 구경선 작가를 만들어줬다.


3.

 걱정이 많았다. ‘처음’은 항상 두려움을 안겨주기 존재였고 구경선 작가의 인터뷰는 인생 첫 인터뷰였기 때문이다. 선입견마저도 나를 버겁게 만들었다. 구경선 작가는 청각장애인이었기 때문이다. 인터뷰 진행이 쉽지 않을 것만 같았다.

      

 이런 생각으로 인터뷰에 임하니, 실수를 계속 저지르고 말았다. 차마 글로 적기 창피한 실수를 많이 했다. 그때 선배가 나섰다. 선배는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를 앞세워 능숙한 인터뷰 스킬을 뽐냈다. 인터뷰이를 편안하게 해주는 건 물론이고 날카로운 질문까지 선보였다.


 인터뷰가 끝난 후에 선배와 저녁을 함께했다. 선배는 처음이니까 실수를 하는 건 당연하고, 실수를 통해서 성장하는 거라는, 지금 생각해보면 다소 진부한 조언을 해줬다. 그렇지만 멘탈이 붕괴되었던 당시의 나에겐 큰 위로가 되었다. 


4.

 취재가 끝났다. 이제 기사를 써야 한다. 2시간에 가까운 녹취록을 풀어내고 본격적으로 기사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회사에서 발간한 잡지를 보면서 회사 스타일을 익혔고, 나름 글 좀 쓴다는 근자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사 쓰기는 평소의 글쓰기와 달랐다.

‘마감’이란, 무시무시한 친구가 앞에 있었기에.


 인터뷰는 마감 이틀 전에 진행되었다. 급하게 잡힌 OJT였기 때문이다. 즉, 기사를 작성할 수 있는 시간이 촉박했다. 퇴고를 제대로 할 시간도 없었기에 한 번에 최고의 기사를 작성해야 했다. 부랴부랴 녹취록을 풀어내고 기사를 작성했다. 결론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만족스럽지 못한 기사로 이루어졌다. 핑계를 대보자면 대학생활을 병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선배와 편집장은 괜찮다고 해줬지만, 무력감을 느껴 한동안 우울함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잡지가 발간되기 전,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에 먼저 출고됐다. 메인에도 올랐다. 그래서 두려웠다. 다행히도 독자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기사에 담긴, 구경선 작가의 희망적 메시지가 잘 전달되었나 보다.


어찌어찌 첫 인터뷰와 첫 기사 출고가 끝났다.

역시나 처음은 어려웠다. ‘기자’라는 칭호가 무겁게 다가왔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되겠지..’라는 무책임한 생각을 품고,

다음 인터뷰를 기약해보기로 했다.


--

http://topclass.chosun.com/board/view.asp?catecode=J&tnu=20170510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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