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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타 Jan 08. 2020

브랜드 <예명지>의 꿈 - 주얼리 디자이너 예명지

레타가 만난 사람 6

레타가 만난 사람 6


여섯 번째 인터뷰 - 주얼리 디자이너 예명지



1.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던 중, 편집장한테 연락이 왔다.

“이번에 <직업의 세계>라는 코너를 재편하려 하는데 네가 맡으셈!"

헐.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된 느낌이었다. 

 이 뜻을 내비쳤더니 편집장은 인터뷰이가 가진 직업에 대해 소개하는 글 10매만 더 쓰면 된다고, 부담 없이 하라고 했다. ‘어 그럼 원고료 더 상승?’ 이러니까 당연히 더 준다고 했다. 비루하고도 가난한 대학생 프리랜서였기에 희소식이 아닐 수가 없었다.


 특별히 첫 번째 인터뷰이는 편집장이 정해줬다. 국내 최고의 주얼리 브랜드 중 하나인 <예명지>를 이끌고 있는, 주얼리 디자이너 ‘예명지’ 대표였다.     


2.

 인터뷰를 위해 청담동에 위치한 예명지 디자이너의 사무실로 향했다. 들어갔을 때 놀랐다. 여기가 사무실인지 박물관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화려한 주얼리로 사무실을 꾸며놓았다. 완전 멋졌다. 그의 주얼리는 단지 ‘화려함’이란 단어로 표현할 수 없었다. 독특하고 스토리가 담긴 느낌이었다. 구경하던 중, 예명지 대표가 나타났다. 그와 인사를 나누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3.

 예명지 대표는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 대학 졸업반 시절, 어머니와 함께한 파리 여행이 그의 운명을 바꿨다. 그의 어머니는 옥공예가인 서지민 작가다. 그는 파리에서 열린 어머니의 개인전 〈조선 최고의 옥 남양옥〉을 보고 주얼리 디자이너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 놀랐다.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는데 어떻게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런칭하고, 이를 세계 100대 주얼리 브랜드에 뽑힐 만큼의 수준으로 만든 거지? 그는 주얼리에 대해 독보적인 재능을 갖추고 있었다. 이 재능은 금방 빛을 봤다. 국내에서 주얼리 디자이너 관련 상을 휩쓸었고 해외에서도 전시 제의가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돌아온 건 박수갈채와 찬사가 아닌 시기와 질투였다. 유명 옥공예가인 어머니의 존재 때문에.     


“어머니와 저는 예술이란 분야를 걷지만 하는 일은 달라요. 어머니는 전통공예 작가고 저는 현대적인 보석을 다루는 작가니까요. 아버지가 한복디자이너라면 아들이 양복디자이너가 되는 거랑 비슷한 거죠. 저는 목걸이, 반지 등 주얼리를 디자인하는 일을 했어요. 그런데도 제가 초창기에 무슨 상을 타면 어머니 얘기가 나오니까 힘들었어요.”


4.

 그러나 편견은 금방 극복됐다. 예명지 대표의 ‘독특함’ 덕분이었다. 그는 선과 공간의 아름다운 조화를 바탕으로 한 ‘입체 망사 디자인’으로 자신만의 주얼리 디자인 영역을 구축했다. 주얼리 디자인에 새로운 캐드캠(CAD/CAM) 방식을 도입해 선구자적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나아가 ‘미네랄 컬렉션’이라는 주제 아래, 주얼리를 ‘광물과 우주’로 표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주얼리 디자이너’라고 하면 액세서리 작업만 하는 줄 알아요. 저는 광물과 자연과학에 주목하고 싶었어요. 광물이란 소재는 모든 주얼리의 시초예요. 이 광물의 세계는 굉장히 깊어요.


 예명지 대표는 유학 1세대 주얼리 디자이너로서 사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또 다른 시도를 했다. 바로 ‘주얼리 디자인 전도사’다. 그는 여러 세미나와 교수로서의 활동을 통해 주얼리 디자인에 대해 알리고 주얼리에 숨겨진 철학적, 사회적 의미를 전파하고 있다.     


 “주얼리의 기원설은 두 개예요. 장식을 위한 미적 기원설과 심리적 안정을 위한 주술 기원설이 있거든요. 심리적인 것부터 인류의 기원과 함께하는 게 주얼리 분야라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세미나를 다 끝내고 나서 마지막에 항상 하는 말이 있어요. ‘나의 주얼리를 통해 여러분이 생명의 기쁨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이죠. 인류의 시작과 함께한 주얼리에 감사하고 주얼리를 선사한 자연에도 감사하자는 말입니다.”     


5.

 인터뷰를 하면서 느꼈다. 타고난 재능에 끊임없는 노력이 더해져야 성공할 수 있구나. 뭐 성공이 절대적인 가치는 아니지만 그냥 그렇게 느꼈으니. 그렇게 인터뷰를 끝마치고 예명지 대표는 나에게 가이드 역할을 해주면서 자신의 오픈 갤러리를 구경시켜줬다. 주얼리에 대해 1도 모르는 나였기에 이것저것 막 물어보면서 관람을 즐겼다. 그러다가 액자에 걸려 있는 예명지 대표의 과거 기사를 봤다. 지금보다 앳된 모습의 예명지 대표는 그 기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티파니(Tiffany)나 까르띠에(Cartier) 같은 럭셔리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이 꿈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인터뷰 말미에도 그녀는 똑같은 말을 했다.     


“다른 인터뷰에서도 이렇게 말했죠. 그러다가 제가 여기까지 걸어오면서 이 꿈을 잠시 잊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이 이야기를 했네요.(웃음)” 



--     

http://topclass.chosun.com/board/view.asp?catecode=Q&tnu=20171110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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