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타 Jan 10. 2020

누구나 공감하는 웹툰을 그리는 - 웹툰 작가 '마일로'

레타가 만난 사람 8

레타가 만난 사람 8


여덟 번째 인터뷰 - 웹툰 작가 마일로



1.

 언젠가 여친이 웹툰 하나를 소개해줬다. N사 베스트도전에 있던 웹툰, ‘여탕 보고서’였다.

여탕 보고서? 뭐야? 남자인 내가 봐도 되는 웹툰인가? 물어보니까 음란마귀 짓 꺼지라고 했다. 아! 그럼 마음 놓고 볼 수 있는 웹툰인가 보다. 들어가서 보았다. 헐 이거 뭐지? 귀염귀염한 스케치에 특유의 개그. 더구나 나는 절~대 몰랐던, ‘여탕’이라는 신기한 소재까지. 화룡점정은 야한 소재지만 그 어떤 웹툰보다 건전한 작화. 완전 취저였다. N사에 정식 연재가 된 후에도 꼬박꼬박 챙겨보며 그렇게 난 여탕 보고서의 작가 ‘마일로’의 팬이 되었다.


2.

 그로부터 2년 뒤, 마일로 작가가 타 플랫폼에서 연재를 한단다. 이번의 소재는 ‘개’란다. 올. 일상툰의 대가인 마일로 작가니까 당연히 재미있겠지 하고 보러 갔다. 제목은 웹툰 <극한견주>.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극한견주 그 자체인 마일로 작가가 마일로 작가의 반려견 사모예드 ‘솜이’를 키우는 과정을 그린, 일상툰이다. 이 웹툰도 취저. 그래서 결심했다. 마일로 작가를 인터뷰해보기로.


3.

 마일로 작가가 휴식기를 가질 때, 인터뷰 약속을 잡고 그의 저택으로 향했다. 현관으로 들어가는데 작가가 아닌 다른 이가 반겨줬다. 〈극한견주〉의 주인공 ‘솜이’였다. 솜이는 〈극한견주〉에서의 명성 그대로였다. 인터뷰하는 내내 손과 발을 핥았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짖기도 하고 개껌을 가져다주며 놀아달라고 했다. 마일로 작가는 솜이를 달래주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솜이는 귀여웠다. 솜이의 행동은 귀여움 하나로 모두 용서할 수 있었다. 대형견을 키우면서 느끼는 견주의 극한의 노고와 솜이의 극한의 귀여움. 〈극한견주〉라는 제목이 찰떡처럼 딱 붙는 느낌이었다.


 “솜이가 세 살이 되었으니까 ‘솜이 만화를 그려야겠다’는 생각은 했어요. 기획을 하긴 했는데 마땅한 제목이 생각나지 않더라고요. 처음에는 〈멍멍보고서〉 막 이렇게 지어봤는데 제가 생각해도 노잼인 거예요. 근데 〈극한견주〉 이러니까 콘셉트가 딱 잡혀가지고 그때부터 만화가 잘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4.

 인터뷰 중 갑자기 궁금했다. 이렇게 활발한 솜이와 함께 살면서 어떻게 웹툰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일까.     

“제가 작업할 때 솜이는 가만히 있을 때도 있고 안 그럴 때도 있고 그래요. 그러나 해가 지면 날뛰기 시작합니다. 그때는 작업 못 하는 거죠.(웃음) 또 밤에는 막 뭐 훔쳐서 도망가기도 해요. 뭐 물고 도망가는 걸 10번 정도 반복하고, 제가 뺏어서 정리해놓으면 또 물고 도망가고. 웹툰에서 표현했다시피 뭐를 부수기도 해요.(후략)”     

 그러나 세 살이 되던 해에 솜이는 달라졌다. 기본적인 훈련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아닌 거....... 같았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작가님. 훈련된 솜이여도 너무 강력한데요...???” 마일로 작가는 자신의 기대치보다는 덜 의젓한 느낌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5.

 그렇게 <극한견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처음으로 되돌아갔다. 어쩌다 웹툰 작가를 하게 됐는지 물었다. 패디과 출신인 마일로 작가였기 때문에 웹툰을 그리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 것 같았다. 만화 입시학원의 강사로 일하다가 어쩌다 웹툰을 그리게 됐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런 그에게 웹툰은 적성에 맞았다. 재능까지 있었다. 이 재능은 <여탕보고서>의 대박과 제13회 부천만화대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는 마일로 작가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왔고, <여탕보고서> 이후 2년간의 휴식기를 가졌다.


 “원래 1년 정도만 쉬려고 했는데 큰 상을 받아서 부담감이 리셋됐어요. ‘아 부담스러워! 만화 못 그리겠다.’ 이러면서 또 1년을 쉬었죠.”


 6.

 인터뷰를 마칠 시간이 왔다. 내 마지막 질문은 항상 정해져 있다. “마지막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 이번엔 다르게 했다. 웹툰 작가 맞춤 질문. “차기작 계획이 있나요?” 마일로 작가는, 인터뷰 중간중간 극화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 극화 관련 답변을 기대했다. 하지만 조금은 다른 답변이 돌아왔다.


 “솔직히 〈여탕보고서〉가 잘될 줄 몰랐습니다. 시작할 때는 손 풀기, 몸 풀기 정도로 생각했어요.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1화, 2화 올리는데 ‘어 이 느낌 아닌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초조해졌어요. 점점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다음에는 좀 더 재미있게 그려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애쓰면서 그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 인생 계획 잘 안 세우는 것 같아요. 내가 세워봤자 항상 잘 지켜지지 않더라고요. 운명처럼 가는 거죠.”


7.

 인터뷰가 끝나고 솜이랑 사진 찍음. ㄱㅇㄷ!

사진 찍는데 오래 걸려서 솜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이용해 사진 찍음 ㅎㅎㅎㅎㅎ...

사진은 공개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

http://topclass.chosun.com/board/view.asp?catecode=L&tnu=201803100016

매거진의 이전글 안지현이 말하는 치어리더의 삶 - 안지현 치어리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