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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타 Jan 28. 2020

평창동계올림픽 스키 국가대표 - 강영서, 김소희 선수

레타가 만난 사람 10

레타가 만난 사람 10


 열 번째 인터뷰 - 알파인 스키 국가대표 강영서, 김소희 선수




1.

 2018년 한국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렸다. 나도 참가했다. 기자로. 올림픽 같은 대형 이벤트에는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어쩌다 나도, 한 매체의 소속으로 올림픽에 참여했다. 활동한 지역은 강릉. 급작스레 파견이 결정되었기에 기자단 숙소를 배정받지 못했다. 그래서 교통이 편리한 강릉에서 활동했다.


 취재는 그저 그랬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일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니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다. 그래도 일종의 고수익 단기알바 느낌이었기에 열심히는 함. 그 대신 다른 곳에서 즐거움을 찾았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슈퍼스타 ‘수호랑’. 수호랑이랑 함께 놀면서 만족을 채웠다. 지인들 수호랑 구입 심부름도 하면서 썰매수호랑도 삼 ㅎㅎ     


 그렇게 올림픽이 끝났다.     


2.

 올림픽이 끝나고 기자 선배들이랑 술자리를 가졌다. 그때 이런 말이 나왔다.


 “야, 정선에 있는 스키장 진짜 사라진데?”


 정선 알파인 스키장은 평창올림픽‘만’을 위해 만들어진 경기장이었다. 즉 일회용 경기장이었다. 헐랭. 뭐임? 우리나라가 그렇게 통 큰 예산을 가진 나라였나...?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취재하고 싶었다. 그런데 무언가 부족한 느낌? 야마를 하나 더 넣고 싶었다. 조사를 해보니 기사로 엮을만한, 조금은 안타까운 사연 하나가 있었다. 


 “2018년 2월 16일.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스켈레톤 사상 첫 금메달이 나왔다. 주인공은 윤성빈 선수였다. 윤성빈 선수가 국민에게 감격을 안겨준 그날 경기를 치른 또 다른 대한민국 선수들이 있다. 강풍으로 인해 일정이 연기된 여자 알파인스키의 강영서(22), 김소희(23) 선수였다. 이 두 선수의 경기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모든 방송이 스켈레톤을 중계했기 때문이다. 여자 알파인스키 경기를 중계한 방송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래서 결정했다. 위 두 선수를 취재해보기로. (일정 상 강영서, 김소희 선수와는 전화 인터뷰로 진행했습니다.)


3.

 김소희 선수와 강영서 선수는 나이가 어린 편이었다. 하지만 경험만은 풍부한 ‘베테랑’ 선수였다. 4년 전, 소치 올림픽에도 참가한 이력이 있다. 이들에게 평창동계올림픽은 ‘꿈의 무대’와도 같았다. 스포츠 최고의 축제인 올림픽. 더구나 모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참여하기에 선수들의 각오는 남달랐다. 하지만 강영서 선수의 꿈은 아쉽게 끝났다. 초반의 실수를 극복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다 보니 오히려 부담될 수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어요.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습니다. 되게 감사했죠. 할 수 있는 거에 집중해 최대한 노력했지만 홈 이점을 살리지 못해 아쉬움이 남아요.”


 김소희 선수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3년 전 정강이 골절 부상으로 2년 동안 재활 훈련을 했다. 시련을 겪은 후 나온 동계올림픽이었기에 각오가 남달랐지만 실격을 받았다. 4년간의 노력이 몇 초 만에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평창에서 어느 정도 성적을 내고 싶었습니다. 그게 잘 따라주지 않아서 소치 때보다 아쉬움이 더 컸어요. 평창은 조금 남다른 각오로 준비해서인지 실망도 컸습니다. 굉장히 아쉬웠어요. 1차를 완주해야 2차를 뛸 수 있는데 1차에서 실격해서 그런 기회조차 얻지 못해 많이 울었죠.”


4.

 이번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열린 올림픽이었다. 평창동계올림픽에 맞춰 스키협회와 관련 기업들은 좋은 성적을 위해 선수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장기적인 지원은 약속되지 않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정선 알파인 스키장’ 소식이었다.


 “저희가 인터뷰할 때마다 스키장을 살려달라고 합니다. 정선 스키장은 일반 스키어가 출입할 수 없어요. (중략) 선수 전용 스키장에서 전문적으로 얼린 눈에서 훈련하고 싶어요. 또 정선은 해외 스키장과 비교하더라도 정말 훈련하기 좋은 곳입니다. 굉장히 넓어요. 저희가 거기서 한 섹션이라도 훈련할 수 있다면 도움이 많이 될 거예요. 꼭 유지되었으면 합니다.”


 더불어 올바른 지원이 마련된다면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한국에는 좋은 인재가 정말 많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전폭적인 지원 아래 스키를 탄다면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 메달을 노려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4년 후 열리는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말이죠. 알파인스키 대표팀 대부분이 대학생 아니면 갓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다 보니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까지 끊이지 않고 쭉 전폭적인 지원만 된다면 메달을 딸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느 정도 지원이 있고 저희가 잘 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5.

 정선 알파인 스키장 폐쇄, 그리고 대회의 비방영. 이 두 사례는 모두 ‘알파인 스키’라는 종목이 ‘비인기’ 종목이었기에 발생한 사건이었다. 사실 결론을 내리기는 너무 힘들다. 감정적으로는 정선 알파인 스키장을 살리고 싶다. 대회도 방송국을 통해 생방송으로 송출하고 싶다. 이성적으로는 정반대다. 각종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기자는 ‘사실’을 전달하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인터뷰 진행 및 기사 출고를 끝내면서, 기자로서의 내 임무는 끝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무언가 무력감이 느껴졌다.


ps. 최근의 뉴스를 살펴보니 ‘아직까지는’ 정선 알파인 스키장이 있는 것 같네요. 하지만 정부에게 협업을 요청했다고 하니.. 곧 사라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

http://topclass.chosun.com/board/view.asp?catecode=R&tnu=20180410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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