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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큐리 Dec 10. 2021

에세이를 읽는 이유

누군가의 말에 쉽게 수긍하고, 긍정적으로 이해하는 편이다. 그렇게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된다. 흔히들 '귀가 얇다'라고 하는 말은 나와 같은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지칭하는 뜻 가진. 줏대가 없는 건 아니라고 항변해보지만 귀를 기울인 대가로 손해를 보게 되는 경우도 많아서, 의심도 좀 해봐야지 하고 노력한다.

그런데 그건 사실 피곤한 일이다. 의심한다는 건 머릿속으로 앞과 뒤를 따지며 논리를 끼워 맞춰야 하는 일이라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러니 나는 귀가 얇다기보다는 머리가 게으르다고 표현하는 편이 맞을 수도 있다.

손해도 보고, 의심해보느라 피곤한 나, 사실은. 게으른 내가 가장 즐겨하는 일은, 에세이를 읽는 일이다. 누군가의 언어에 귀 기울이고 수긍하는 데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손해를 상정하지도 않으니 어쩌면 머리가 게으른 나에게 최적의 취미가 아닐까 싶다

밥상 앞에서 허리띠를 풀고 바짝 들어앉듯, 편한 마음과 자세로 책상에 붙어 앉아 에세이를 읽다 보면 온갖 소리, 냄새, 색깔을 마주하게 된다. 훌륭한 에세이를 접한다는 것은 글자가 언어가 되고, 감각이 되는 과정을 체험하는 일이기도 하다.

무감각과 논리를 선호하는 세상에서 감각의 다채로움을 느낄 수 있는 방법으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걷기와 쓰기, 그리고 읽기. 이렇게 세 가지 정도이다.

아.. 사람에 따라서는 노래하기, 연필 깎기, 그림 그리기, 손뜨개... 이런 일들도 있겠다. 난 사실 이 나이가 되어서야 몸으로 하는 일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소리와 색과 냄새가 없는 고밀도의 시간을 견뎌야 하는 이웃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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