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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큐리 Jan 11. 2022

삶의 좌표

이 나이가 되도록 나는 아직 삶의 좌표를 설정하지 못하였다. 그나마 생업을 통하여 밥을 얻고 있으니 마냥 떠다니기만 한 것은 아니며, 나아갈 길을 찾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으려 수시로 읽고 쓰고 있으니 그저 휩쓸려 다니기만 한 것도 아니지만 뿌리를 내리지 못한 탓에 생은 종종 낯설었다.


이 나이가 되어서야 불현듯 깨닫는다. 무모한 도전에 실패하여 망연자실 시간만 축내고 있던 시절, 읽고 쓰며 비로소 숨을 쉬었다. 그러고서도 몇 년이 지나서야 내 '자존'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되었다.


지난 20년 밥벌이의 수단이기도 했던 나의 생업은 수고로움은 있으되 축적되는 일은 아니어서 부여잡고 있으되 헛헛하였다.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면 기억에 새기지 않는 동물이 인간이며, 나는 그들 중에서도 유독 의미 부여에 집착하는 개체라서 함부로 대들고 무모하게 뛰어들곤 했다.

이마에 흉터가 남고 무릎이 부서지고, 어깨가 상하고 나서야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삶은 완전히 개별적인 사태라서 보편성의 울타리에 갇히지 않는다.

 

그러니 아직 더 많이 읽고 써야 할 것이다.  밥벌이도 열심히 해야 할 것이다. 생활의 수고로움이 자존의 뿌리를 단단하게 하여 결국 삶의 좌표로 설정될 수 있으니 기꺼이 감당해야 한다. 나의 삶은 완전히 개별적인 사태라서 오로지 나의 몫이다.


강화의 어느 포구, 물이 밀려난 갯벌에 뼈대부터 몸통까지 모두 드러낸 채 빛과, 바람을 감당하고 있는 어선을 바라보며 쓴다. 어선의 머리 위에는 빛바랜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어떤 색깔이 본래의 색깔인지 알 수 없을 만큼 투명하게 바랜 깃발을 향해 가만히 이마를 갖다 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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