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가 잠잠해지기는커녕 새로운 확산이라는 소식으로 시끄럽다. 오미크론이라는 변이는 백신을 맞아도 감염된다던데... 학교에 학원까지 가야 하는 아이들은 어떨지... 온갖 걱정이 머릿속을 휘젓는 한편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안도감이 조용히 자리 잡고 있음을 느낀다.
가까운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라 비밀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난 20년 가까이 영업 직무를 하면서도 사람들과 대면하는 일에 서투르다. 심지어 술은 전혀 못하는 탓에(나는 이를 알코올 해독 장애라고 부르지만 인정받지는 못한다) 영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술자리는 매번 고역이다. 이제 제한이 풀려 모든 대면 활동이 정상화되면 당연하게도 온갖 술자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올 것은 자명한 일. 술 잘 마시는 분들의 능력은 권력이 되곤 하는 터라 정신력으로 마신다는 이상한 말이 나온다.
안도감이 깃들게 된 사유의 흐름을 좇다 보니 몇 년 전에 별자리 운세를 보러 가서 들었던 말이 다시 생각났다.
"성향과 다른 일을 하고 있으니 고역이겠네요."
(별자리에 그런 게 나오나요? 이해 곤란... 그러면 일을 그만둬야 할까요?)
"잠깐이라도 짬을 내서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예상보다 현실적이네요.. ㅎㅎ)
별자리는 잘 모르는 영역이니, 얘기하면서 나도 모르게 성향을 드러냈던가보다. 내 성향을 들은 별자리 상담사는 현실적인 조언을 해줬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고마운 일이다.
그날 이후로, 소설과 산문을 읽기 시작했다. 글을 쓰기 시작했고, 무려 4년에 걸쳐 더듬더듬 쓴 글을 모아 책을 내기도 했다.
한 땀 한 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자니 숨이 쉬어졌다. 담배도 끊었고, 덕분에 살이 쪘지만 한숨보다 웃음이 많아졌다.
사람들이 말하는 '취미'는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틀림없다. 오래 잠수했다가 물 밖으로 나오면서 길게 내뿜는 숨소리. 취미란 그런 것이다.
일상은 견뎌야 할 것들이 너무 많지만, 꾹 참기만 해서야 살 수 있겠는가. 이에 금이 가도록 앙 다물지만 말고 뭐든 내뱉어야 한다.
취미란 그런 것이다.
하지만, 알코올을 견디지 않고 함께 즐길 수 있는 회식자리도 강구해야겠다. 우리의 일상이, 나와 타인의 일상이 모두, 견디는 시간보다 행복한 시간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아. 물론 그전에 바이러스의 시대를 잘 극복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