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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큐리 Jun 09. 2020

실수는 아파도 들여다봐야 한다

그리고, 어루만져야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보다 또렷하게 봐야만 하는 것들이 있다.

당 수치, 콜레스테롤 수치, 혈압과 같은 건강검진의 결과물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이상으로 진지하게 들여다봐야 하는 것들은 대부분 '나' 자신에게 묻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미 지나간 실수 혹은 실책이다.


불혹은 흔들리지 않는 나이가 아니다. 나는 '불혹'이라는 말이 나이를 먹어서도 늘 흔들리는 자들에게 주는 일종의 경고라는 사실을 마흔이 된 지 5년이나 지나서 깨달았다. 젊은 시간을 보내고 중년으로 접어들자 시간에 쫓기는 기분에 때때로 놀란다. 쌓아놓은 것은커녕 하루하루 살아가기 벅찬데 벌써 마흔을 훌쩍 넘겼다. 여전히 실수를 반복하는 자신을 보며 용서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인생의 오답은 수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마음이 조급해서인지, 나는 요새 거울을 보지 않는다. 바쁘게 무언가 하고 있지만 임기응변인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도 뭔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여야 해서 포장하기 급급하다.


물론, 눈치는 채고 있다. 이런 식으로 살아가면 안 된다는 사실 말이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하루하루를 막아내는 민첩성이 아니라 차분히 앉아 살펴보는 신중함이다.


처리해야 할 일들이 시간을 압박하며 밀려들어도,

나의 헌신이나 수고를 요구하는 관계의 그물이 조여들어도,

오늘 내가 한 일들을 들여다볼 시간을 가져야 한다.


오늘 내가 한 일을 들여다보며, 특히 실수들을 진지하게 살피다 보면 안도하는 순간도 찾아올 것이다.

실수가 명백한 실수로 확정되어 상처로 남는 이유는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리고 젊은 시절의 나는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실수를 한다. 그렇게 많은 생채기를 내고서야 깨달은 사실은 실수를 조금 더 들여다보고, 종국에는 어루만져줘야 한다는 사실이다.


오래 마주하면 연민이 생긴다. 실수를 상처로 남기는 조급한 마음은 불혹의 나이를 살아가는데 독이 된다.


잠시나마 오늘의 나를 거울로 마주하며, 말을 걸어본다.

"오늘도 살아내기 급급했구나. 하지만 살아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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