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야심만만한 사내였다.
누군가에게 비굴하게 굴 필요 없는 당당한 삶, 손에 흙을 묻힐 일도 없는 화려한 삶을 살아가길 원했다. 그러나 야망을 실현할 만큼 심지가 굳은 사내는 아니었다. 두려움이 끈기보다 컸다. 어중간한 실력으로 버티기에 이 세상은 강자들이 넘쳐났으니까. 의욕만 앞선 탓에 실력보다 과한 일을 시도하다 망하기도 했다. 차근차근 순리대로 일하다 보면 기회는 오게 마련이지만 야망은 대개 실력보다 조급한 법이다.
나는 강철과 같은 사내가 되고 싶었다.
어느 정도는 단단해진 듯싶었다. 쇠는 달구면 녹고 얼면 깨지며 오래 쓰면 망가지고 오래 놔두면 녹슬어 부서진다. 더 강한 것을 만나 깨어지기도 한다. 그러니 강철이 되고자 애쓰는 와중에 깨지고 부서져 가루가 되어가고 있음을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내 존재를 이루는 원소가 Fe가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삶의 방식은 사람의 수만큼 있는 것이지만 적어도 비굴하거나 나약하지 않기를 바랐다.
비겁한 수를 쓰기보다는 정당한 승부를 원했다. 하지만 선의는 악용 혹은 오용되곤 한다. 보상받지 못하는 노력이 얼마나 사람을 힘들게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게 되었다. '선의'의 다른 해석은 '착한 척'이라는 사실도 이제는 알게 되었다.
바란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다.
저 멀리 아득한 곳으로 향한 마음을 붙잡아 오라. 타인들을 향한 시선을 나에게로 돌려, '나'를 구성하는 원소가 무엇인지 찾아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