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인 업무의 영역이고, 회사의 비용을 사용하는 일이니 노는 듯한 인상을 주는 '여행'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산지 출장은 '여행'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는 존재이며, 여행에서 만난 우연한 발견이 인생을 송두리 째 바꾸기도 한다.
MD의 상품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발견'이다. 그것에 관심을 가질 누군가(소비자)도 함께 느낄만한, 그 발견의 즐거움이야 말로 작금의 MD가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지향점이다.
나는 산지 출장 계획을 짤 때, 공식일정 외에 한 두 개의 비공식 일정을 끼워 넣는다. 성사되면 공식적인 일이되고, 잘 안되면 슬쩍 빠지는 그런 일이다. 가령 제주에 출장을 가서 제주농협의 관계자들과 미팅하며 농장과 선별장을 둘러보는 공식적인 일정이 있다면, 무릉외갓집이나 벨롱장처럼 계획 외 방문처를 중간에 끼워 넣는 식이다.
산지 출장을 갈 때면, 절대반지를 찾아 떠난 프로도의 여행을 떠올린다. 사실 프로도의 여행과 산지 출장을 비교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산지 출장은 그저 비행기나 기차를 (편하게) 타고 가서, 또 승용차나 택시로 목적지를 둘러보고, 대화를 나누거나 맛을 조금 보거나 하는 일이라서 절대반지를 찾는 역경과 비교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정작 어려운 일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게 다소 재미없고, 시들하기까지 한 그 "일"들 속에서 절대반지를 찾아내는 일이 바로 상품기획의 일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산지 출장을 포함하여, MD의 일은 대부분 재미없고, 시들하며, 퍽퍽한 대화가 오가는 일로 채워진다. 그러한 일을 하며 일의 분위기에 취해 함께 시들어간다면, 생각의 전환을 시도해봐야 한다.
MD의 일은 산지 출장을 포함하여 '여행'이 되어야 한다. 공식적인 경로를 이탈하는 엉뚱한 시도도 필요하다.
추신 : 그것이 비단 MD의 일 뿐이겠는가? 사실 인생이 곧 여행과 같으니, 경로의 상당 부분을 지배하는 지리멸렬함과 고통은 프로도가 절대반지를 찾아가는 여행처럼 겪어내거나, 이겨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