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MD(머천다이저)는 '발로 하는 기획'을 통해서 완성된다. 산지 출장을 다니고, 생산자를 만나 대화를 나누며, 먹어보고 만져보고 냄새 맡는 과정을 겪어 보는 과정은 큐레이터로서의 MD(머천다이저)를 완성시키는 과정이다. MD 한 명이 완성되는 과정은 머리보다는 몸이 더 바빠야 한다는 뜻이다.
MD의 주요 업무는 경로 관리와 접점 관리로 크게 나뉘며, 이전까지는 특히 경로 관리에 중심을 두었다.
생산자가 공들여 만들어 낸 상품은 그 자체로 이미 완성되어 있으므로 소비자 접점까지 이동하는 경로에서 비효율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로 관리>를 하는 것이 바로 유통업이다.
한편 소비자 접점에서 상품이 돋보이도록 스토리를 가미하거나, 연출하고, 전시하는 <접점 관리>는 리테일(소매업)의 영역이다. 묶어서 소매유통업이라고 부르며 영역이 명확하게 나뉘어 있지 않다.
MD의 역할은 크게 <경로 관리>와 <접점 관리>로 나눌 수 있는데, 최근까지는 경로 관리에 무게 중심을 두었다. 매입원가를 낮추기 위해 생산자 직거래를 한다는 말을 자주 접할 수 있는데 그것은 대표적인 경로 관리라고 볼 수 있다. 최근까지는 그러했지만, 앞으로는 어떨까? 리테일이 플랫폼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각종 첨단 기술이 도입되는 등 거대한 변화를 맞닥뜨린 현시점에서의 고민이 될 것이다.
앞으로 MD의 역할은 큐레이터로서, 접점 관리에 무게 중심을 두어야 한다. (경로 관리는 플랫폼과 첨단기술이 다 할 것이다)
생산자를 만나 대화하면서 받았던 느낌, 감정 그리고 상품을 먹어보거나 체험해보면서 맛있다거나 편안하다는 등 MD가 체득한 경험은 여러 형태의 표현 방식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리테일의 경쟁력은 바로 그 "경험"을 어떻게 전달하는가에 있다. 다시 말해 <접점 관리>라는 것은 상품에 대한 MD의 경험(인상, 취향 등)을 전달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소비자의 등장, 소비사회의 형성이라는 역사적 과정의 하나로서 리테일이 산업화된 지 약 160년의 시간이 흘렀다. 머천다이징이 대규모 리테일에 의해 무생물화된 기간이기도 하다. 이커머스가 주류로 나타난 최근 20여 년은 이러한 무생물화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하지만, 리테일테크의 고도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제는 개인적인 취향에 닿을 수 있는 인간적 큐레이팅이 중요한 차별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발로 뛰는 기획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체득한 인간 MD들의 역할이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는 시기가 왔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이제 인간 MD들은 큐레이팅을 어떠한 방식으로 표현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