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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탕 Nov 03. 2020

안녕, 일본. 안녕? 영국.

10년간의 일본 생활을 마치고 영국으로 떠나다

일본에서 지낸 지 10년....

솔직히 믿기지가 않는다. 어쩌다가 10년이나 지냈지?

다니던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했던 나는,

졸업반일 때 남편을 만나 발목(?)을 잡혔다.

가벼운 사이 일 것만 같았던 그와의 만남은 깊어져 나를 일본에 머무르게 했고.

회사도 다니고 결혼도 하고 나서보니, 어느샌가 10년이 흘러 있었다.


일본은 외국인에게 오픈마인드가 아닌 사람들이 많다.아무리 내가 일본어를 네이티브 마냥 잘해도, 국적을 말하는 순간 선을 긋는 일본인들을 많이 보았다.

처음엔 상처도 받았으나 10년이란 세월은 그런 것들도 무뎌지게 만들었다.


남편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우리는 같은 생각을 가진 친구들을 사귀며 우리만의 서클을 만들어 갔고, 하루하루를 살아왔다.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사귀어 왔던 친구들이 하나 둘 고향으로 돌아가고,

10년 차가 되던 그때, 무뎌졌다고 생각했던 내 가슴이 탁 터졌다.


일본을 떠나고 싶어!


남편에게 내 생각을 말하자,

남편도 기다려 왔다는 듯, "이제는 떠날 때가 되었지"라고 맞장구를 쳤다.

(역시 우리 둘은 쿵작이 잘 맞아서 여태껏 같이 잘 사나 보다)


남편은 항상 유럽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쾌활한 성격으로 가끔 센티해지는 나를 응원해주는 비타 500 같은 남편이지만, 그도 자신의 문화권과 크게 동떨어진 곳에서, 그리움이 나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 길로 남편은 구직을 하기로 한다.

몇 번을 서류에서부터 떨어지길 반복하다, 일본 탈출을 거의 포기하려 했을 때,

남편의 회사에서 공고가 올라왔다.

영국의 주재원 모집을 한다는 것이었다.

주재원이라고 하면 나와 너무 거리가 멀어 보였기 때문에 (왠지 큰 저택에 차를 마시며 고고하게 취미 생활을 할 것 만 같은 주재원 사모님이 떠올랐기 때문) 별 기대를 안 했었다.


-그래도 한번 넣어 볼게

-그래 한번 넣어나 보자


그렇게 3개월이 흐르고 6개월이 지나, 코로나로 세상이 시끄러워질 무렵,

남편의 회사에서 통보가 온다


지금부터 4주 후에 영국 런던지사로 발령

네???? 4주 후??

조금만 일찍 말해줬으면 좋으련만...

불평도 잠시, 런던.. 듣기만 해도 매우 가슴 설레는 곳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이사는커녕 비행기 타는 것조차 불가능해 보였지만,

우리는 일본에 지칠 대로 지쳐 있었고, 몸은 고생을 하더라도 4주 후에 영국으로 가는 플랜을 강행하였다.


각오는 했으나, 생각한 것보다 더 쉽지 않았다.

나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어야 했고, 남편은 각종 업무와 인수인계를 진행하면서, 이사 준비와 사귀어 왔던 지인들과 작별인사를 나눴어야 했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다 마쳐 갈 무렵.

남편회사에서 연락이 온다.


코로나로 위험하니 가족들은 일본에 남겨두고 혼자 부임하세요

네???

이미 일본의 취업 비자도 취소 한 상황,

그리고 한국과의 관계 악화로 관광 비자로도 일본에 머물 수 없는 상황이었던 나는 남편의 회사에 어필을 하여 우여곡절 끝에, 영국으로 보내지게 되었다.


그렇게 오지 않을 것 같던 일본의 마지막 밤이 찾아왔고,

우리는 코로나의 여파를 직격타로 맞은 일본의 텅 빈 하네다 공항에서 마지막을 장식했다.

머리털 나고 처음 본 텅빈 하네다 공항
남편이 해외 출장으로 열심히 모아 둔 마일리지로 첫 비즈니스 클래스 탑승




일본아 잘 있어, 지금까지 고마웠어.

영국아 안녕?, 우리 이제 친하게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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