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마드탕 Dec 17. 2020

일본에서의 첫 사회 경험, 쓰디쓴 인생의 첫맛

불의를 겪으면 참으세요?

일본에서 대학교를 마치고, 나름의 갭이어를 한국에서 가지며 취업 준비를 했었다.

한국에서 스펙 빵빵한 인재들을 제치고 취업을 하기에 쉽지 않았기에,

내가 4년간 속해있던 일본으로 돌아가(지금의 남편도 일본에 있었고) 비자도 없이 취업을 준비했었다.


그러다가 처음 이력서를 보낸 곳에서 인연이 닿아 취업을 하게 되었다.

종업원이 5명 정도인 아주 작은 회사였고, 재일교포 사장님이 운영하던 곳으로,

내가 최종 목표로 하고 있던 회사는 아니었으나,

일 내용이 꽤나 흥미로웠고 (어학원 선생님 관리직이라는 명목 하에 구인을 하고 있었다)

비자 지원도 해주는 회사라, 취업 준비를 하며 아르바이트 식으로 일할 생각이었다.

(아빠가 극구 입사를 만류했었는데 그때 그 말을 들었어야 했다)


재일교포 사장님은 한국어를 더 배우고 싶다는 명목 하에 나와는 한국어로만 대화했었는데,

(나중에는 한국어로 대화하기 시작한걸 엄청 후회했다)


한 번은 금요일 저녁에,

사장- 퇴근하고 시간 있어?

나- 왜요?

사장 - 나랑 클럽 가자

나 - 제가 사장님이랑 클럽을 왜 가요?

사장- 클럽에 외국인이 많으니 선생님을 클럽 가서 구해보자!


사장한테 클럽 가자는 소리를 들을 줄은 몰랐고,

일은 핑계이고 나에겐 성희롱으로 느껴졌다(직원들 전부 다 같이 가는 것도 아니고 둘이서 가자는 제안..)


당시, 원래 살고 있던 게스트하우스에서 나와 조그마한 여성 전용 원룸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정기권을 신청하자, 이사한 거냐고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집들이를 하자는 둥

여성 전용 원룸이라는데 남자는 들어갈 수 있냐는 둥

남자 친구는 어떻게 들어가냐는 둥

이상한 질문들을 늘어놓기에, 이에 지지 않고 "사장님한테 대답할 이유는 없는 것 같습니다"라고 얘기하고 끊었다.


그 외에도, 이 사장은 숱하게 회사 사원들을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해고하고

내가 그곳에 있던 3개월 동안, 정원이 5명이었던 그 조그마한 회사에서 5명의 사원이 해고 또는 사직을 하였다.


일하는 3개월 동안 이런 수많은 친목을 빙자한 희롱을 겪으면서

견딜 만큼 견뎠다는 생각이 들었고 회사에서 사장 다음으로 높은 직급의 사원에게 상담을 하게 된다.

한국어로 들어왔던 수많은 성희롱들을 이야기하자,

그 사람은 전혀 몰랐다며, 나를 위해주는 듯, 공감을 해주는 것처럼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나,

결과적으로 이 사람은 이런 모든 이야기를 사장 앞에서 늘어놓고 나를 더 난처하게 만들어 버린다.ㅋ


사장은 이 말을 듣고 곧장 나를 해고하고 싶다고 한다.

난 기다렸다는 듯 그 해고를 받아들였다.

그러니, 더 열이 받았던 듯, 이미 신청해 놓았던 워킹 비자도 취소한다고 한다.

비자가 없어져 이제는 일본에 있을 수도 없게 되어버려 대환장 파티가 된다.


해고 아닌 해고를 당한 후,

또 취업준비를 하여, 정상적인 회사를 만나서 다행히도 비자 문제는 해결이 되었으나,

이는 나에게 아주 쓴 인생의 맛을 알려주었다.

특히 회사에서 나오기 전 상담했던 그 사원이 나를 이런 식으로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할 줄은 상상도 못 했으며(보아 온 것들이 나보다 훨씬 더 많았을 텐데 그렇게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모든 사람이 정의의 편이 아니라는 것,

두근두근 인스타 필터 같았던 내 사회생활에 대한 기대감을 한방에 무너뜨려 주었다.


결국에는 좋은 방향으로 일이 풀려서

나에게는 이 일화가 좋은 술자리 이야깃거리로 남았지만,

재일교포라는 양의 탈을 쓰고 어디선가 또 순둥이 유학생들을 상대로 이런 나쁜 짓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면, 참 마음이 복잡해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느 날 상사가 죽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